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삐수니 일기2

출사, 선유도

틈틈여행 2013. 11. 13. 21:45

친구가 카메라를 내주면서 한번 찍어보라했을 때 나중에 혼자 찍어보겠다 했다.

영어 잘하는 사람 앞에서 그 쉬운 땡큐도 못하겠는 심정이랄까?

남의 소중한 물건이 행여 분실이나 고장이라도 날까 염려도 있었지만

저 물건을 어떻게 쓸 것인고 고민이 많아서 한 쪽에 밀어두었다 선유도에 가서야 꺼냈다.

처음으로 출사란걸 나간 일요일, 겨울을 부르는 가을비 그치고 난 다음이라 매서운 바람이 요란하다.

예상대로 대단한 장비들이 동원되었다. 나처럼 빌린 카메를 가져온 사람 2인 추가.

10시 약속시간에 늦은 사람없어 진행이 순조롭다.

 

 

 ★표 사진은 카페에서 업어왔슴

 

 

 

일단 점심시간까지 자유로운 작품활동을 하고 점심먹고 오후 3시까지 다시 아트를 하는 날이다.

잠깐 카메라 작동법 한가지가  헷갈려 선생님께 여쭤보며 나보다 카메라에 더 까막눈인 사람도 있음을 알았다. 

 

 

 ★

 

 

 

사진 좀 찍으셨어요?

뭐 좀 찾아냈어요?

선유도를 거닐며 이 질문 많이 받았다.

나의 답변은 대략 아래와 같다.

 

 

 

 

 

 

원 샷 원 킬..스승님 이렇게 찍으신다면서요?

스승님께 배운바 있는 저도 원 샷 원 킬, 열 장 찍어서 열 장 제출하면 되는거죠?

 

선유도엔 내가 찾는게 없어요.

남이섬에 가서 찾아봐야겠어요.

 

아..원래 뭐든지 마감 5분 전에 아이디어가 떠오르는 거에요.

 

 

 

 

 

 

슬렁슬렁 걷다가 선생님 만나면 따뜻한 연잎차 한 잔 권하고 단감 드시라 내드리고 사진 얘기 여행얘기 나누고

쿡쿡 찍다가 김부장 만나서 해바라기하며 유자차 나눠 마시고 노닥노닥..

지난해 선생님이 빌려주신 카메라로 사진을 찍어보려는데 별 흥미가 없더라며 마스터클래스중 포토트래킹은

정적이라 제일 지루하고 심심하다 했다.

 

 

 

 

 

 

그 마음 충분히 공감이 되었다.

눈에 띄고 마음에 와닿는 것을 요모조모 살펴가며 쿡쿡 눌러찍는 것은 재미있다.

선생님이 말씀하시는 블로그 포스팅용 사진, 그게 전부이다.

'사진을 찍는다'는 것은 예술사진을 찍는다는 것일진대 나는 전혀 예술에 관심이 생기지 않음을 깨달았다.

앞으로 발전가능성도 전혀 없는게 남들이 자기 사진은 쓰레기더라 건질게 없더라 하는데 나는 나의 사진들이 좋다.

블로그 포스팅하기엔 부족함이 없으므로...

 

 

 

 ★

 

 

 

그렇게 빈둥빈둥 했어도 목과 어깨가 너무 아파져서 고생중이다.

난생처음 묵직한 카메라를 몇 시간 들고 다닌 후유증.

상체부실 체형이라 오이지 물기도 잘 못짜고 걸레도 손으로 안빠는데..

오죽하면 카메라 들고 작동법 배우다가 '선생님이 들고 갈쳐주세요. 팔 아파요' 그랬을까.

친구가 찍어보라고 빌려준 카메라 부실한 팔이 떨구면 안되니까...

 

 

 

 

 

 

 

선유도는 처음인데 나무가 많아서 너무 좋았다.

걷기 좋아하다보니 꼼꼼이 세바퀴 정도 돌았나보다.

차가운 바람이 나무 사이사이 휘몰아쳐도 단디 챙겨입고 가서인지 그리 춥지는 않았지만 좀 정신사납긴 했다.

다니다보면 문득 발걸음이 멈추는 곳이 있을거라던 선생님 말씀.

그런데 나는 여기저기 왜그리 발걸음 멈추는 곳이 많은지.

 

 

 

 

 

 

사진 몇 장으로 사람을 알아볼 수 있다하시던 선생님께서 엄청 산만한 사람으로 보시기 딱 좋을 듯 하다.

보랏빛 용담도 예쁘고 노란 은행잎, 빨간 단풍잎, 은색 자작나무 수피..수피를 찍어봐?

여백이 많은 사진을 찍어보고 싶은데 그런건 뭐가 있으려나...??

 

 

 

 

 

 

 

주제를 정하라, 무엇을 말하고 싶은지 생각하라, 스스로 감동하고 그것을 전하라..

심오하게 고찰한 바는 없으나 여행문은 요렇게 비스무리 훈련이 되어있긴 하다.

비록 허접한 여행기이기는 하지만 10년 넘게 주말을 밖에서 지내며 기록을 하자니 다양한 컨셉 도모가 필요하다.

여행 정보는 차고 넘치는 세상이라 일정이나 안내가 될만한 것들보다 나만의 에피소드, 즐거움, 감흥을 적다보니

좋았다 멋있더라 일색이고  글솜씨에 한계가 있다.

그리하여 같은 여행지라도 나 스스로 새로운 여행이 되도록 요모조모 이벤트를 모색하는 편이다.

여행에서 돌아오는 길, 제목과 첫 문장이 정해지지 않으면 여행을 정리하기 너무 어렵다.

요건 재미이던 감동이던간에 여행이 채워지지 못했다는 얘기다.

포토에세이와 포토스토리의 차이처럼 여행의 색깔을 정하고 떠날 때도, 여행 후 이야기를 만들어내기도 한다.

 

 

 

 

 

 

 

아..그래서 기술은 완전 떨어지나 뭔가 대단한 스토리를 만들어내거나 에세이를 사진으로 풀어낼 수 있으리라

자신만만하다가는..도무지 뭘 어찌해야하는지 모르겠는 멘붕상태.

처음 만져본 DSLR로 주제를 찾아 찍고 뭔가 결과물을 만들어내야한다니

촉촉싱싱하던 마음이  ↓ 이렇게 풀썩 주저앉아 버석버석 말라가고 말았다는..

 

 

 

 

 

 

 

 

엣다 모르겠다.

제 버릇 개 못준다고 하던 버릇대로 내 눈을 통해 내마음에 와닿는 것들은 퍽퍽 찍었다.

눈에 띈 순간부터 찍기까지의 시간은  빛의 속도.

내가 찍은 사진들 보기가 무서워 하루를 묵혔다가 겨우 내려받아 볼 정도였다.

크하..역시 화질이 다르다. 내가 본 그대로의 색들이 살아있어 햇볕부신 사진에 눈을 찡그린다.

이런 사진이 나오는데 뭔 포토샵이 필요할까..똑딱이에서 못느끼던 신세계..

이래서 좋은 카메라를 찾는구나.

 

 

 

 

 

 

사진 찍는 사람들을 많이 못만났다. 대체 어디가서 주제를 찾고 그걸 최고 좋은 상태로 표현하는 예술을 하고 있는걸까?

혼자 산책을 즐기는데 탐스런 단풍나무 아래서 젊은 연인들이 사진을 찍어달라한다.

역시..나는 기념사진에 강하다. 너무 맘에 든다고 인사를 하고 돌아서서 둘이 하는 말로도 확인했다.

한바퀴 돌고 다시 만났는데 또 인사를 하는걸 보면...예의 바른 청춘들 같으니라구.

 

 

 

 

 

 

 

 

아..작품 활동 끝내신 분들의 여유.

아는 만큼 보인다 하신 선생님 말씀, 체험 제대로 했다.

아는 바 없으니 보이는게 없어 일찌감치 약속장소에 와서 빈둥거린다.

시트콤스런 상상력을 불러일으킬 사진을 찍으면서..

 

 

 

 

 

 

에구구구구...이분들 마스터클래스 14차 성공적으로 이끌기 위해 애쓰시는데 나는 왜 이모냥일까?

걸어 들어온 섬이라 긴장감이 없는걸까?

배 타고 제대로 섬에 들어가면 좀 나아질까?

어디에 촛점을 맞출지 모르는 내 마음이 사진에 그대로 나타난다.

 

 

 

 

 

 

 

그나저나 어쨌거나 선생님의 매서운 가르침이 피가 되고 살이 될테니 준비해야겠지?

스승님 살살 다뤄주세요.

제가 요런 구염성스런 사진도 아련해보이게 찍어드리잖아요~~~옹.

 

 

 

 

 

 

 

흠..남이섬엔 첫배를 타고 들어가야할까 보다.

남이섬과 내 안을 가만히 들여다보며 뭐라도 찾아야하니까.

이렇게 사람 좋아보여도 사진 앞에서는 날카롭고 호되게 깐다고 각오 단단히 하라는 문자도 받은바 있으니..

남이섬 그곳에선 혹시 아나? 깊이 숨겨진 나의 아트기질을 찾을 수 있을런지...

아! 빨리 그섬에 가고 싶당.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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