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삐수니 일기2

네 주제를 알리렸다..남이섬 2

틈틈여행 2013. 11. 20. 17:45

이번 포토트레킹은 포토에세이, 포토스토리 작업을 공부하는 시간이었다.

선유도와 남이섬에서 두차례에 걸쳐 주제에 맞는 사진을 찍어 어떻게 풀어냈는지 발표와 함께

선생님의 평가를 받는 마지막 날.

'호되게 까는분'이라고 각오하라는 문자도 받았겠다 만반의 준비는 되어있었다.

 

"말을 그렇게 많이했는데 겨우 이것밖에 못해??!!"

내 사진 다섯 장에 선생님의 첫 말씀.

남이섬에서 사이사이 도움 될 말씀 많이 해주셔서 머리와 가슴에 새겨두었지만 표현이 쉽지 않다는 나의 얘기 끝에..

'사진'에 7일 차이니 당연한 말씀을 듣는 것이기도 하고 열심히 하지 않아서 들을 수 밖에 없는 꾸지람이기도 했다.

꿈보다 해몽 버전으로 가려했으나 그것도 뭐 건덕지가 있어야 가능하지.

나도 내 사진에 붙일 말이 없으니 선생님 보시기에 오죽할까.

 

 

 

 

 

 

 

 

의자에 꼭 철사가 있어야 돼?

뒤에 패턴 좋잖아.

빈공간만 있다고 여백이 아니야.

내가 이거 찍을 때 봤다구.

그냥 훅하고 찍고 지나가더라구.

고민을 안해.

 

아...선유도에서 미리 선생님께 의자를 소재로하고 싶다고 상의를 했으면 좋았을걸.

난 그저 '쉼'을 생각했고 늘 퍽퍽 찍던 것에서 조금 달리할줄만 알았지 약간의 연출을 해도 좋겠단 생각을 못했다.

단풍잎이 빈의자에 떨어져 있는게 기특해서, 거기에 내려앉은 햇살이 다사로워 보이길래 찍었다.

여백이 많은 사진을 찍고 싶다고 썼었는데 그걸 읽으셨나? 뜨아~~.   

 

 

 

 

 

 

 

 

  

수평이 안맞잖아.

그리고 이 나무(뒤의 자작나무)가 이게 좋은지 이 뒤(의자의 빗살)에 있어야 되는지도 고민을 해봐야지.

 

게으름탓이다.

수평이나 수직의 선이 안맞는 사진 그렇게 싫어라, 이상하다 하면서 고걸 안하고 내놓았으니..

선생님  말씀이 짧은걸보면 내가 이사진을 왜 내놓았나 싶은거이..아이구 땀난다.

의자로 사랑을 표현하는데 아무런 의미가 없는 사진이다.

 

 

 

 

 

 

 

 

 

 

 

정리할 필요가 있어.

너무 지저분하잖아.

은행 냄새 이상하잖아.

 

헛..이것도 냄새나는 쓰레기 폐기해야 할..

선유도에서 찍은 첫 사진.

포토스토리, 포토에세이 만드는 방법을 공부하며 내 사진은 은행같은거였다.

건드리면 구릿한 냄새가 나는..

사진을 찍어놓고 얼마나 무서우면 바로 컴에 내려받을 수 없었을까? 참으로 참담했다.

 

 

 

 

 

 

 

 

이게 무슨 의자야?

이걸 의자라고 우기면 안돼~~~!!

 

의자로 사랑을 얘기해보자하니 하트가 눈에 들어왔는데..

제가 단순한 경지를 넘어서 아주 맹한 생각을 했습니다.

네, 네..선생님 이 나무는 아무래도 모닥불 지피는데 쓰면서 고구마를 굽는게 더 달달하겠네요.

 

 

 

 

 

 

 

옷이 칙칙하다 생각했으면 이사람들 하루 종일 여기 앉아있나?

언젠가 일어설거잖아. 기다려야지. 다른사람이 들어올 때까지.

사랑을 얘기하려면 둘이 손을 잡고 있던가 마주보던가 뭔가를 해야한다고...

머리카락도 한쪽으로 넘기던가 해야지 이렇게 있으면 귀신같애.

여기 이 나무도 (나란히 붙어있는) 다른 나무에 가려지면 어떤지 고민을 해보고..

뒤에 이 선(강물이 닿는)도 있어야하면 왜 있어야하는지 고민을 하고...

 

 

 

 

 

 

 

 

의자를 보여주고 싶었으면 더 크게 보여주던가

빨간 의자 하나만 딱 보여주던가 했어야지..

 

 

내가 설레이며 기다리던 시간이 이렇게 마무리되었다.

'원 포인트 레슨'으로 장족의 발전이 있으리란 생각에 무척 기다렸던 것에 비해 사진을 찍고 고르는데는

정성이 많이 부족했음을 선생님의 독설^^이전에 내가 알고 있었다.

첫날 선유도는 가닥을 못잡고 헤매었고, 둘째날 남이섬은 몸이 많이 힘들어했다.

담 결린 몸으로 김장을 돕는다고 어설프게 1박 2일 보냈던터라 목은 가눌 수 없었고, 턱턱 결리도록 아픈 옆구리에

별 것 담지 않았어도 무겁고 부피 큰 배낭은 이렇게 저렇게 시선을 바꿔가면 찍어보기가 어려웠다.

..아이구야..산행보다 힘드는 일일세.

게다가 카메라...무겁다, 무거워.

작고 가벼운 손에 익은 내 카메라였으면 화질은 떨어져도 다양한 표현을 할 수 있었을지도 모른다고

혼자 변명을 해본다.

 

'내 주제파악부터 하자'로 올린 후기에 선생님의 댓글이 이랬다.

어떻게 발표하신 사진보다 여기에 주제에 비슷한 사진들이 더 많네요.

셀렉팅 실패! 실패!

촬영도 중요하지만 에디터의 눈이 더욱 중요합니다.

 

잘찍어 좋은 사진으로도 실패! 도장을 받은 사람들이 있다. 주제에 부합되지 않은 사진들이다. 

사진 몇 장을 오르락내리락 하면서 별 말씀 찾지 못할 때 말하기조차 싫은 사진 있단 말씀이 떠올랐다.

경력을 자랑하거나 장비발을 세운 사람중에 기대했는데 실망이란 말씀을 하셨다.

내가 봐도 저건 뭐지? 하는 사진을 내놓은 사람들이다.

상황이 이러하니 처음으로 전문작가에게 사진을 보여주는 것이고 블로그 포스팅에 글 사이사이 사진을 끼워넣는 것이

포토스토리 포토에세이와 어떻게 다른지를 공부하고 알게 되었으니 얼마나 얼떨떨하고 쫄았으면

주제에 열중하다 포기하고 대충 제출했을까..ㅠ.ㅠ

커피향에 취해 심한 말씀 하셨다하니 싱싱한 모닝 커피 내려드린 덕에 공부는 제대로 했다.

그래도 여러 사진들을 보고 내가 생각한 크랩핑과 잘못된 점이 선생님과 일치할 때가 많아서 혼자 실실 웃었다.

 

프레임 사각안에 모든것을 통제할 수 있어야한다는 말씀과 함께

고민을 해라, 기다려라, 과감히 버려라, 다 보여줄라고 하면 사진이 재미없다는 말씀을 내사진만이 아니라

여러 사진에 하셨으니 꼭 기억할 일이다.

잘 찍은 사진 몇 장 걸어두고 새롭게 잘 찍은 사진으로 바꿔 걸어보라 하신다.

좋은 사진 많이 보는게 공부라 하신 말씀도...

"그래서 누가 그 사진을 사겠어"

깨알같은 지도편달 중 이런 말씀도 하셨다.

아..맞다!! 이 말씀의 뜻이 찌르르르 내 마음에 울려퍼졌다.

산행에서 잠깐 뵈었을 때는 말씀하시는 걸 한번도 듣지못해서 몰랐었다.

정성껏, 조근조근, 나 같은 쌩초보도 알아듣기 쉽게 사진 얘기를 해주시는 자상한 분이란걸.

'작가 이상신'의 매력에 푹 빠질 수 있었고 오랫동안 기억에 남을 축복받은 시간이었다.

 

마스터클래스 14차는 사진을 검지손가락으로 살짝 찍어 맛보는 계기가 되었고, 

그래프로 그리라면 유익하고 즐겁기가 하늘을 찌르는 높이가 될 만큼의 시간이었다.

'사진을 찍는다'와 '사진을 한다'가 다른 느낌인 것은 여전하고..

본격적으로 사진에 입문을 해야겠다 맘먹기에는 용두사미형 인간이라 망설임도 많고 두려움이 앞선다.

그래도 혼자 느릿하게 여행에서 기념사진을 찍을 때면 선생님이 해주신 여러  말씀들 기억하며

셔터 누르는데 좀 더 신중을 기하게 될 것을 확신한다.

 

선뜻 카메라를 내 준 친구가 고맙고 마스터클래스에 참여하게 해준 김부장이 감사해 눈물겹고

불편함 없이 섬세한 준비를 해주는 혁 팀장도 진심 감사한 시간이었다.

그리고 마클 14차에 함께 한 모든 분들 덕분에 추운 날씨, 따뜻하게 달아오른 마음으로 나는 춥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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