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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머니만큼 여행하기
또 하나 특별한 여행 본문
"28, 29일 여행 갈건데 갈 수 있지?"
내 전화를 받은 셋은 공히 누구누구 가느냐 질문을 했고 동행의사를 밝히고 똑같이 전화를 다시 걸어왔다.
바뻐서 얼떨결에 대답은 했는데 무슨 일이 있냐며...
"무슨 일은..걍 하룻밤 자면서 여행하자는거지"
낮고 짧은 내 질문에 거역할 수 가 없어 앞뒤 생각안하고 답을 했단다.
내 맘대로 정한 날짜에 생업을 미뤄두고 시아버지 수발도 미뤄두고 함께하겠다고 해준 친구들이 자랑스러울 정도였다 ^^
우린 8살, 국민학교 입학하면서 만났다.
1학년, 첫만남은 기억에 없으나 시골국민학교에서 뚝뚝 떨어진 동네중 그나마 같은 방향이라 함께 먼 길 걸어다니며 친구가 된 사이다.
동네 산에 올라 소꿉놀이하고 절반 남겨온 도시락을 먹으며 우리들만의 소풍도 즐겼다.
평평하고 넓직한 산 정상엔 (해발 50M나 되었을까?) 걸터 앉기 좋게 가지 뻗은 소나무 한 그루 있어서 빨리 올라가
그 의자나무를 차지하려고 숨차게 걷던 기억도 새롭다.
이번 여행은 윤주 남편의 이직에서 시작되었다.
윤주가 서울에 올라와 잠깐 만나던 날, 남편이 남원의 한 리조트에 고위직이 되었다고 여행 할 때 필요하면 직접 전화하랜다.
남원 뿐 아니고 다른 동네도 가능하다니 그 말 떨어지면 흙묻을까 얼른 받았다.
"그~~으래? 우리 여행 가자. 너 여행 할 수 있겠어? 택일하자"
여행을 맘껏 못다니는게 너무 속상하다는 윤주를 위해 택일하고 바로 친구들에게 전화를 한 것이다.
윤주는 지난해 초여름 급성백혈병 진단을 받았다. 혹독한 시간을 보내는 친구에게 참으로 해줄 것이 없었다.
가끔 조심스레 안부를 묻는것 외에는..
다행히 남동생과 잘 맞아 가을에 골수 이식을 한 후 서서히 건강을 회복해가는 중이다.
이렇게 다섯 모여 여행호흡을 맞춰본 적도 없지만 흔쾌히 여행꾸러미가 묶어진 것은 내 목소리에 묻어있는 카리스마보다는
윤주랑 함께 하는 여행이라 그랬다.
모두들 윤주가 여행 할 수 있을만큼 건강을 찾아가는 것이 반갑고 고마운 마음에..
이것 저것 물어서 윤주의 체력에 맞는 여행 계획을 짰다.
경사진 길 오르는게 힘들다는 정도이니 크게 어려움은 없었다.
친구들하고 길을 나선 것만으로도 즐거운 일이지만 그걸 극대화하고 싶었다.
다압마을 매화와 구례의 산수유를 보여주려는데 올봄엔 왜이렇게 꽃들이 부지런한지 매일 포스팅된 글들을 살펴보다가
매화는 물건너 갔다 싶을 때 벚꽃 소식이 들렸다.
이번에 벚꽃을 집중적으로 살펴 우리가 가는 날 쯤이면 섭섭지 않겠다는 결론을 내렸다.
어차피 전라도와 경상도를 가로지르는 섬진강만 건너면 되니까.
섬진강변 벚꽃길은 우리를 실망시키지 않았다.
다압마을 매화 꽃 진 산언덕에까지 눈길을 줄 여유가 없었다.
부드럽게 흐르는 섬진강 강가엔 연두빛 새순의 버들가지 한들거리고 건너편 촘촘한 벚꽃길에 마음 부른 시간이었다.
광양에서 하동으로 넘어와 그 유명한 쌍계사 십리벚꽃길 차례다.
중간중간 계산된 해찰 덕분에 아주 복잡하지 않은 꽃구경을 할 수 있었다.
몇 번 왔던중 한가롭고 풍성하기가 최고다.
아..이번에도 쌍계사는 패쑤.
늦게 합류하는 친구를 태우고 인월로 가서 윤주 남편이 사주는 추어탕으로 저녁식사를 했다.
인월은 지리산 둘레길 3코스 20km 혼자 걷기 시작한 동네여서 기분이 남달랐다.
최근 혼자 그렇게 걷는 시간이 없어서 언제 혼자 둘레길 걸어봐야겠다 맘먹게 만드는 시간이기도 했다.
숙소에서 각자 준비해온 재료들로 안주를 만들어 와인파티를 했다.
우리의 즐거운 여행을 위하여 건배!!
우리는 오래오래 과거와 현재를 오가며 수다를 떨었다.
모두 한방에서 모여자자는 친구들에게 한마디 했다.
"운전자 우대 좀 해주라"
먹는 것에 유연한데 잠자는 환경에 예민한 나는 빛과 소리가 있으면 잠을 잘 수가 없다.
귀마개를 하고 수건으로 안대를 만들어 몇시간 푹 잤다.
구름 척척 걸쳐진 지리산을 바라보는 내 마음은 쿵쾅쿵쾅 설렌다. 으~~~~ 올라가고 싶당. 운전하면서 자꾸 눈은 지리산을 향한다.
산수유 마을에 들어가 반곡마을 찾느라 다른 동네 한바퀴 다 돌았다.
다른 사람이 운전하는 차로 한번 왔던터라 헷갈린다. 나의 나와바리라고 네비도 안켜고 다니는데 이런 망신이...
요즘 가끔 길 찾는 일에서 총기 떨어진걸 느낀다.
친구들도 그러그러해서 나이먹는 얘기를 시작해 결국 아픈 얘기 건강 얘기에서 오래 머문다.
나이 먹는게 느껴질 때 서글프다는 친구도 있지만 난 나이 먹어가는 것, 늙음의 증좌에 무덤덤한 편이다.
산수유는 예상보다 싱싱한 편이었다.
슬렁슬렁 산책을 하는동안 빗방울도 우리와 함께 반곡마을을 산책했다.
가볍게 먹은 아침식사에 허기가 밀려오는데도 우리는 마을 떠나지 못하고 요기조기 한참을 쏘다녔다.
다슬기무침과 다슬기 수제비로 점심식사를 했다.
무침은 맵고 수제비는 청양고추를 넣어 칼칼했다. 매운 것이 좋지 않은 윤주를 위해서 맵지않은 수제비를 별도로 주문했다.
밥을 먹으려던 계획이었는데 얼떨결에 들어간 집, 윤주가 수제비를 좋아한다해서 참 다행이었다.
어릴 때 냇가에서 잡아오면 시금치국 끓여주시던 엄마 얘기며 수제비 부드럽게 반죽하는 방법, 다슬기 알맹이를 어떻게 뺄까하는
의문이 식탁을 오갔다.
식당을 찾다가 경찰서에 차를 세우고 찾아보자는 의견으로 들어가는데 입구의 친절한 경찰관 나오신다.
"아..예..차 좀 돌리려구요. 그런데 여기 맛있는 밥집 없을까요?"
유명한 집이라고 그러더니 다 먹고 나오는데 줄을 서서 기다리는 사람들이 있었다.
얘들 넷은 엄마들이 서로 '저건너'라 부르는 길 하나 두고 마주보는 마을에 살았고 울엄마는 얘들이 사는 동네를 '농촌마을'이라고 부르셨다.
모두 상고머리를 하고 있었고 나는 양갈래로 땋은 머리를 2학년때까지 하고 있다 그해 겨울 야매미용사에게 잘려 상고머리가 되었다.
아침마다 언니랑 내 머리 빗겨주기 시간 걸린다고 잘라주셨는데 나는 밤새 펑펑 울었다.
시골애들하고 똑같은 머리여서 밖에 나가고 싶지가 않았다.
농사를 짓지 않는 것만으로 우리가 도시에 산다는 생각을 한것은 아니지만 어린나이에도 몰개성이 그렇게 싫을수 없었다.
이렇게 유년기의 기억들을 떠올리다보면 좋았거나 나빴거나 늘 부모님이 사랑 많이 주셔서 감사하다는 결론에 도달하는 나와는 달리
친구들은 부모님이 주신 상처를 끌어않고 살고 있다한다.
부모님이 마련해주신 사랑의 원천을 평생 퍼올리며 사는 나는 성격이나 성향이 그 영향을 받아 형성된다는 것을 알지만
아직 치유되지 않았다는 친구들의 마음은 잘 헤아려지지 않는다.
즈덜이 개나리 좋다하여 전날부터 산책하자 점찍어둔 둑방으로 갔어도 차 안에서 하던 얘기를 계속하느라 개천가로 걸어오지를 않는다.
"니들 굳이 멀리 다닐 필요가 없겠다. 숙소 잡아놓고 짜장면 시켜먹어가며 옛날 얘기하면서 놀면 딱이야. 아버지 흉보고 엄마 뒷담화하면서..."
화엄사 주차장에서 오른쪽으로 오르면 연기암 바로 아래 섬진강이 보이는 카페가 있다길래 꼬불꼬불한 길 올랐다.
연기암에서는 섬진강이 보였을래나?
카페에서 보는 풍경은 섬진강은 온데간데 없고 홍매 한그루 우리를 반긴다.
지리산 자락 고요한 숲에서 싱싱한 커피 한 잔을 마시는 시간은 여행의 쉼표다.
윤주 남편이 화엄사로 오셨다.
함께 둘러보고 윤주와 대전으로 올라가는 계획.
각황전 옆 홍매 한그루가 화엄사 경내에 향기를 가득 채웠다.
향기까지 담겠다는 일념으로 열심히 꾹꾹 눌러 사진을 찍으며 꽃사진 찍는 여성스러워진 남편들 얘기가 한차례 꽃처럼 피었다.
"우리 정훈아빠 사진 못찍어"
ㅋㅋ..진짜 사진 못찍으시더라 윤주야. 우리 다섯 찍은거 완전 흔들려서 어지러워^^
화엄사에서 나와 이른 저녁을 먹었다.
광주로 대전으로 의정부, 포천으로 각각 돌아갈 시간을 생각하면 이른시간도 아니었다.
대통밥 정식에 나온 남도의 반찬가짓수는 택도 없게 우리의 화제는 다양했다.
잘 사는 삶과 잘 떠나는 죽음을 얘기하고 시월드 넓고 다양한 세계가 펼쳐지고 여기 아프고 저기 아픈 얘기들을 나눴다.
아..!! 정훈아빠 계셨지? 여자들은 이러고 다양한 수다 떨며 놀아요.
이제는 우리가 헤어져야 할 시간..
"우리가 언제 또 만날지 모르는데.."
윤주는 여러번 이 말을 했다.
맞다. 우리가 만난지 44년만에 이리 모여 여행을 했으니 이런 주기라면 100살이나 되야 만나게 될게다.
하지만 윤주야. 걱정말어. 나 믿쥐~~!! 처음이 어렵다. 우리 길 텄으니 자주 모이자구 인생 별거 있더냐?
너무 더워지기전에 다시 한번 거사를 도모할테니 기다리라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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