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머니만큼 여행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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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머니만큼 여행하기2

천태산

틈틈여행 2014. 4. 16. 00:16

성급히 연두가 되고 다시 연초록으로 가는 길목에서 서있자니 마음이 조급했다.
계절, 너 대체 왜이러니?

야금야금 마디마디 봄을 즐기고 싶은데 올봄은 빠름빠름이다.

 


 

 

 

 

 

 

 

올들어 한달에 두번 100대 명산에 올라보자는 소소한 계획 실행차 급히 친구들을 섭외했다.
아주 멀지 않아 겨울부터 점찍어둔 충북 영동과 충남 금산에 걸쳐있는 천태산, 

높지않아도  갖출것 다 갖춘 산이더라. 

 

 

 

 

 

 

 

 

약한비 내리는 날씨로 모든 자연의 빛깔은 제 몸안에 색을 가두고 있어 오히려 찬란하다.

'천태산 은행나무를 사랑하는 사람들 모임'에서 걸어둔 시 한 줄씩 마음에 새기며 산행 시작이다. 

느린걸음에 들어오는 시어들이 손발 오글거리는 감상이 아닌 담백한 감성이라

자주 발걸음 멈춰 시 한 수를 통째로 읽어본다.

 

 

 

 

 

 

 


천년 세월을 살아왔다는 은행나무 앞에서 소원을 적어 매달고

이르게 핀 말발도리도 만나고 자세 낮춰 댓잎현호색 조롱조롱 매달린 꽃잎에 눈을 맞춘다.

스릴만점 암릉을 올라서 마주하는 연두바람에 누가 4월을 잔인한 달이라 칭할 수 있을까?

"웅아, 나 산 잘고르지?"
"엉"

언제나 나를 믿고 따라주는 친구들이 고맙다.

좋은산, 멋진산으로 꼬드기고 보답하는...나도 꽤 괜찮은 친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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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쁜꽃, 연두빛 새 순들..그것들을 아우르는 경쾌한 새들의 노래. 

사람만이 이 아름다운 봄날에 역적이다.  몇몇 지독한 소음유발자들.
땅까띵까 노래소리, 불콰한 얼굴로 뿜어내는 술냄새 높은 데시벨로 끊임없는 말장난을 이어가는 

몇사람이 피해지지도 않았다.

올라갈 때는 쉼없이 입으로 산을 오르는 남자사람 하나가 앞서거니 뒤서거니 하더니

하산길에는 여자사람 셋이 산을 들었다놨다 떠들다 일행 남자들과 노래까지 불러댔다.

모두 엄청난 목소리의 크기에 경상도 사투리를 쓰는 사람들이지만 일반화시킬 생각은 없다.

경상도 사람이라서 시끄러운게 아니라 큰목소리로 말이 많이 많아서 시끄러운거니까...

 

 

 

 

 

 

 

 

나이를 먹는지 참는 체력도 달리고...이렇게 참는 것만도 능사는 아니다 싶어서 뭐라하자

한사람은 노래를 꺼주었고 한사람은 무시하고 지나가고 노래를 부르던 무리들은 더 큰소리로 무식함을 자랑했다.

내가 예의를 갖춰 부드럽게 부탁을 했음에도...나도 한껏 소리를 높여 화를 내고 친구들이 가버린 길을 가는데

뒤의 소리가 잦아들었다.

"내가 부끄럽냐?"

사실 사진 찍다가 늦은거지만...

험악하게 생긴 사람들 있는데 싸움 날까봐 걱정이라며 헤코지라도 하면 어쩔거냔다.

그럼 옆에서 편이라도 들어주지.

 

 

 

 

 

 

 

 

 

사나흘 후면 활짝 필 철쭉을 무심히 바라보는데 좋은 풍광을 볼 수 있는 바위에 여자사람 셋이 앉아

젓가락을 안가져왔다느니 나무를 꺾자느니 하는 말이 흐르듯 들리다 그 중 한사람이 순식간에

내가 바라보는 철쭉을 뚝 꺾었다.

"아니...꽃봉오리 안보여요?? 아무리 배가 고파도 그렇지 옆에 젓가락으로 쓸만한 죽은 나무도 있는데

어쩜 곧 필 꽃가지를 그렇게 생각없이 꺾을 수가 있어요?"

여자들은 무안해서 어쩔줄 몰라했다.

 

 

 

 

 

 

 

 

좋은게 좋은거고 싫은것도 가끔 좋은척 할 수도 있다.

하지만 나쁜 것, 잘못된 것들까지 좋은것일 수는 없다는 생각이다.

폭발적인 산행인구가 누구나 자기 좋은데로만 한다면 산은 더이상 쉼의 공간일수 없을거다.

무엇보다 먼저 배워야할 것이 산행하는 사람으로서 예의이고 그것은 지키는 사람의 품위이다.

그들을 통해 나도 내 흥에 겨워 소란스런 산행을 해온건 아닌지  되돌아보고 앞으로 좀 더 세심하게 

자연과 어울리는 걸음을 걸어야겠단 결심도 했다.

 

 


 

 

 

 

 

요즘 주변인들에게 부탁한다.

낮고 굵직한 목소리로 음악은 혼자 들어달라 부탁하고 조금 작은 소리로 말해달라 제안하는 캠페인 말이다.

시끌벅적 소란해야 즐거운 사람들에게만 관대하지말고 자연의 소리에 즐거우려 온 또다른 사람들도

배려해주시는 마음으로...

내가 해보니 시끄럽다고 들으란듯 열마디 흘리는 것보다 예의 갖춘 짧은 한마디가 소음을 멈추게했다.

 

 

 

         

 

 

 

천태산은 내가 잠깐 검색해본 사진들보다 실물이 훨씬 아지자기 암팡지게 예쁜산이었다.

연분홍 우아한 산철쭉이 피기 시작해 쌈 싸먹고 싶을만큼 보드랍고 예쁜 참나무 연두와 어울려 곱디고운

새색시 치마저고리 같은 산빛깔이었다.

이거이거 5월 풍경이어야 하는건데 말이지...

계절아...조금 더디게 걸어오면 안되겠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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