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머니만큼 여행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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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머니만큼 여행하기2

경희, 민과의 24시간

틈틈여행 2014. 3. 25. 14:38

 

 

내게 남도는 거~하게 잘차려진 밥상같은 곳이다.

무엇부터 먹을까 고민없이 급히 젓가락을 꽂아도 집히는 

것마다 맛있는..

혼자 운전해도 무리되지 않을 충청권을 생각하고 있었는데 

민의 봄이 오는 곳으로 가자는 말 한마디에 마음 약해졌다.

금둔사를 둘러보고 선암사를 들머리로 조계산 원점산행, 

이후 시간되는 대로 움직여보자는 여행계획으로

많은 고민 끝에 순천이 낙점.

안돼요돼요돼요..아이를 돌보기로 했다고 주말 산행 못한다던 경희샘은 뒤늦게야 합류를 결정했다.

경희샘은 꼬드기기 쉽다. 멋진 계획만 툭 던져놓으면 바로 낚인다는..ㅎㅎ

 새벽 3시 셋이 모였다.

 

 

  

 

만나자마자 주먹밥을 먹어가며 쭈욱 내려가 금둔사에 도착한 시간은 7시.

아직 햇살이 비치지 않은 산사는 쌀쌀하기가 지나쳐 춥고 손이 시려웠다.

납매, 납월매. .생각해보니 2년전 포항 후배네 별장에 한구루 심은 매화나무다.

그땐 묘목울 사면서 가장 일찍  눈 속에 피는 매화라는 설명에 매화가 다 그렇지 뭐 하고 무심히 흘려듣고 심었었다.

납월매에 대해 제대로 알고 났을때는 제철이 지나 다른 매화들마저 만발하고 말았으니...

 

 

 

  

 

 

 

 

금둔사 스님 한 분  어떻게 알고 찾아왔냐며 말을 걸어오신다.

하긴 금둔사 납월매보다는 광양의 매화마을이 절정인 주말 꼭두새벽에 나타난 여행객이 신기하기도 하셨을게다.

시를 읽어보라고 하셨다.

 

찬 서리 고운 자태

사방을 비추어

뜰가 앞선 봄을

섣달이 차지했네

 

시심 없는 내게도 신라시대 시인 최광유님이 지었다는 '납월매'는 쨍하니 다가왔다.

납월이 섣달, 그러니까 음력 12월이란걸 알고 읽으면 누구나 한겨울 금둔사를 찾고싶어지질 시라고 생각된다.

여섯그루가 있다고 번호가 매달려있는 납월매는 이제 그 때를 다해가고 있었지만 백 여그루 토종 매화들이 어울린 사찰은 

사람없이 향기로만 가득채워져 있었다.

오랜시간 일일이 손으로 다듬었을 조촐한 뜨락은 구석구석 매화꽃 즐기며 산책하기 좋은 넓지 않아도 오래오래

머물 수 있는 동선이다.

손시렵다고 돌아가자하면서도 하참을 머물며 매화향을 즐겼다.

 

 

 

 

 

  

 

 

 

선암사 지나  낙안읍성 코앞에 금둔사가 있다.

여기까지 왔는데 호남 초짜들에게 낙압읍성을 보여주지 않을 뱃장이 없다.

꼬불꼬불 봄이 도착해있는 길을 달렸다.

개나리가 피었고 진달래도 보였다,.

나뭇가지에도 이미 표나게 새잎이 뾰족히 돋아나 있다.

8시에 도착한 낙안읍성엔 동백꽃과 매화는 물론 살구꽃에 목련까지 꽃놀이하기에 충분했다.

아...드레스코드 이거 아닌데..

등산복입고 평지여행하는거 아주 싫은데 일이 이렇게 되간다.

떡메로 쳐서 만든 따뜻한  인절미 콩고물로 우리의 아침여행이 고소해졌고 그 쫄깃함은 우리 여행과 닮아있었다.

2년 반 만에 찾은 낙안읍성이 많이 달라져 이물스럽다 했더니 성곽에 올라가 내려다본 마을이 빽빽해서 여백이 없다.

지어도 너무 많이 지었다. 초가집..

 

 

 

 

 

 

 

 

 

 

금둔사에서 얼었던 몸이 봄햇살에 스르르 녹으며 노곤해졌다.  

할랑하게 걷다보니 선암사로 되돌아가 조계산 올라갈 일이 엄두가 안났다.

누구 하나 딱 부러지게 산에 가지말자고하면 그 의견 100% 반영해줄 준비가 되어있는데도 둘 다 아무렇게나 해도

상관이 없다니 미칠 노릇이다.

그렇다고 먼저 산행은 없던걸로 하자고 하기도 뭐하고, 등산복 입고 와서 평지에서 놀기는 더 끕끕하고..

일단 가까운 벌교에 가서 꼬막을 먹자는 쪽으로 의견이 모아졌다.

10시가 다 되어가는 시간, 한밤중인 2시에 일어난 생각하면 배고플 시간 맞다.

"벌교 가시는거면 태워주실 수 있나요?"

경희샘이 짐이 있어 자리가 없다했지만 돌아서는 청년의 등짝을 보는 순간 젊은 날의 내 여행이 생각났다.

히치하이크 열 여섯 번하면서 4박 5일 남도 여행을 했던..

배낭을 정리해서 그를 태웠고 고흥  이정표에 팔영산을 가자는 둥 아예 땅끝으로가서 달마산을 가자는둥 하다가

그 청년이 일행을 기다려 천관산에 갈거라는 말에 우리도 천관산에 가기로 즉흥결정.

4월 진달래 만발하면 가보려던 산이지만...

 

 

 

 

 

 

 


 

오전 10시, 음식점이 아직 시작을 안했으면 어쩌지 하는것은 기우였다.

이미 몇 상은 손님이 휩쓸고 지나간 흔적이 있다.

꼬막전 꼬막탕수 구운 꼬막 , 삶은 꼬막 꼬막넣어 끓인 된장국 등등...

배불리 먹고 천관산으로 출발.

 

  

 

 

 

 

 

 

 

급히 결정한터라 등로정보가 없어 이동중에 들머리를 검색했다.

철쭉과 진달래가 많은 산이라 4월 말이나 5월초에 다녀올 생각이었는데..

탑산사에서 시작하면 1/3쯤 올라가 시작하는거라 시간이 없거나 체력이 약한 사람에게는 좋다는 정보가 우리맘에 쏙들었다.

아무생각없이 결정한 천관산은 벌교에서 꽤 시간이 걸려서야 도착했다.

이래저래 산행준비 마치고 12시 40분 산행시작.

아..이런!! 너무 배불러서 가파르게 오르는 길이 숨차고 힘들다.

그러다가...얼레~~!! 얼레지를 만났다.

꽃향기를 맡으면 힘이 솟는....♬

결론부터 말하자면 이후 나의 걸음은 아주 가뿐하고 즐거웠다는...

얼레지뿐 아니라 산자고 남산제비꽃 개별꽃도 만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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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철이 아니어도 천관산은 훌륭한 풍광으로 우리를 사로잡았다.

희부윰한 다도해여도 산아래 연두빛 네모 반듯반듯한 논밭들이 봄을 느끼게 해주엇고 우뚝우뚝 수려하게 잘생긴

바위봉우리들이 달뜨게 했다.

그 봉우리들을 바라보며 우리들만의 와인파티를 두차례나 가졌다.

오후에 시작한 산행이지만 길게 산행하지 않고 부드러운 능선길 걷기가 많아서 서두를 필요가 없었다.

이 바위 저 바위 옮겨다니며 다르게 다가오는 산얼굴에 감탄을 하는 동안 우리들 속이 말개져갔다.

산에서 다섯시간을 지냈는데 아직 해가 남아있다.

 

 

 

  

 

 

 

 


6시에 탑산사를 출발해 마량포구로 가기로 했다.

그러다 섬에도 가보자하고 고금대교를 건너다가 해넘어가는 붉은 하늘을 보게되어 되돌아나왔다.

다리 위에서 일몰을 보기에는 봄바다 바람이 날카로웠다.

마량포구는 오래전 내기억 속의 그곳이 아니었다.

청소년이 어른흉내 낸 화장을 한 것처럼 애매모호한 빛깔의 포구로 변해있었다. 실망.

도다리 회 한 사라 (접시보다 제격인) 달게 먹고 여행을 마무리했다.

 

 

 

 

 

  

 

 

 

 

전라남도 순천시 승주읍, 낙안읍, 벌교읍, 장흥군, 강진군 마량면...오랫만에 격한 하루여행을 했다.

짬짜면 같은 하루.. 여행 반, 산행 반,

돌아오는길 두번을 쉼터에서 쉬었다.

8시에 출발해 죽어라 달렸는데 그렇다고 길게 쉰 것도 아니건만 3시에 도착했다.

머리는 명료한데 몸이 약간 힘들어하는 기색이다. 그래도...

"나는 동급최강 체력인거 같아, 그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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