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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머니만큼 여행하기
묵언산행..도봉산 본문
밥솥에 불을 당기고 밖을 내다보니 하늘이 참 좋다.
에잇...알람대로 일어날걸.
한시간을 더 자고 일어났으니 이 하늘 산아래서 봤어야 한다는 아쉬움이 절반이다.
뭐..그래도 푹 잤으니..하는 마음이 나머지 절반.
혼자 가는 산행의 큰 장점 하나가 항시 계획수정이 가능하다는 점.
오래 걸어볼 욕심에 먹거리가 많다.
요즘 너무 힘이 없어 쳐지고 늘어져 바닥에 드러눕고만 싶어 단디 챙기게 된다.
유부초밥 맥주 두유 초콜렛 막대치즈 감귤 다이후쿠까지..
늦은 출발에 급해져 택시를 타고 평지 걷기에 꾀가 나 도봉산 코밑에 가서야 내린다.
걷고 싶은 속도로 익숙한 길을 걷는 것은 숨찰 것도, 힘들 것도 없다,
되도록 느릿하게 야금야금 맛있는 산행을 하기로 다시 맘먹는다.
스틱을 꺼내지 않은 채 마스터클래스 첫 산행이던 불암산의 배움을 복습해본다.
걸음걸음에 손용식 마스터께서 구령을 붙여주시던 목소리가 귀에 쟁쟁하다.
아침공기가 덥지는 않았지만 내 몸에 촉촉히 땀이 배어났을 즈음 능선 너머 머얼리 산봉우리가 보인다.
그 시원한 봉우리를 만나고픈 마음은 급하나 허당 발걸음은 원래의 속도를 유지한다.
가끔 걸어온 길 되돌아 뒷통수에 있었던 풍경을 바라본다.
광륜사에서 은석암, 다락능선에 올라서 첫번째 내가 좋아하는 풍경을 눈앞에 둔다.
그래 이맛이야!!
스틱을 쓰지 않는 것이 다리에 무리가 있을지는 모르겠으나 체력소모는 덜한 것 같다.
이보다 더 느릴 수는 없다.
많은 사람들이 나를 지나쳐 올라간다. 뭐 그러거나 말거나...
역시 허당은 단독산행에 강하다. 느리지만 끝까지..
든든하게 먹은 아침을 힘으로 걸어 마침내 나의 도시락바위에 올라섰다.
그래~~ 이맛이라니까~~!!
내가 도봉산에서 가장 좋아하는 자리, 가장 즐기는 풍경이다.
등짝을 지나는 바람에 땀을 식히고 도시락을 까먹는다.
꼼짝 않고 멍하니, 하염없이 앉아있고 싶은 자리, 사람들이 근처에 오지 않는 날이라 좋다.
봄, 가을에도 그닥 번잡하지 않은 도봉산 속의 오지라고나 할까?
와락 달겨드는 듯한 이 하얀 벽을 앞에 두고 커피를 마시고 싶을 때 도봉산을 찾고
차이코프스키의 바이올린 협주곡 D장조를 머리속에서 들어보는 시간이 참 좋다.
자, 다시 걷기 시작, 포대능선을 향한다.
체력이 많이 떨어져 쇠줄을 잡고 오르는 팔이 후덜덜 떨린다.
특단의 조치 뭐 없을까? 푹푹 뜨거울 남은 여름 어떻게 잘 지낼까 걱정이다.
도봉산의 멋들어진 봉우리들이 코앞인데 한줄금 비가 내려 바위아래 쪼그리고 비를 긋는다.
신선대에 올라 말어? 말어!! 집까지 걸어가려면 포대능선으로 걷는게 나아.
설레게 잘생긴 봉우리들을 뒤로하고 사패산 방향을 향해 돌아선다.
스틱을 꺼낸다.
다시 쏟아지는 소나기를 맞으며 조심스런 발걸음으로 포대능선을 걷고 사패능선을 걷는다.
내가 걸어온 능선을 바라보며 쉼하는 시간을 많이 갖는다.
난 산에서 숨차기 싫다. 저 아래 복닥거리는 일상에서 숨막히고 숨차게 사는 시간을 피해왔는데 뭐하러..
자주꿩의다리가 살랑살랑 고개를 끄덕이며 추임새를 넣는다. 그럼그럼...
아주 익숙한 너럭바위에서 햇볕을 쪼이며 맥주를 마신다.
부재중 전화가 와있는걸 확인했지만 콜백하기 싫다.
입 꾹다물고 지내는 소중한 하루가 입열어 말하는 순간 다 날아가버릴 것 같아서다.
한참을 앉아있다가 몸을 일으켜 집으로 돌아와 늘어져라 한잠 자고 일어난다.
오랫동안 많은 산을 다녔어도 걸음만 허접한 허당이 아니라 산 자체에도 몹시 무식하다, 나는..
능선 봉우리 바위..그런 이름이 도통 외어지지 않는 것은 관심이 없어서다.
아니 알아야 외우지.
아는 만큼 보이고 보는 만큼 느낀다는데 그럼 나는 아는바 없어 느낌도 없는 산행이었을까?
그야말로 그냥 무식한 허당이기는하나 좋은걸 어떻해.
뭐가 어째서 좋은지 말할 수 없다고 사랑이 아니라 할 수 있냐 말이지.
오늘 후기를 쓰면서야 도봉산 지도를 찬찬히 보고 내가 걸은 능선들 이름을 확인했다.
들은 풍월로 이름이야 알지만 위치와 함께 알지는 못했었다.
그리고 해찰주의 산행이어서 얼마를 걸었는지 모르다 지도를 보며 계산해보니 대~충 10Km 가까이 걸었지 싶다.
머리 지끈거리고 늘어져라 퍼지던 몸이 개운해지고 씽씽해졌다.
자기 정제의 시간이 나의 영육을 살찌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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