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머니만큼 여행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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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머니만큼 여행하기2

마스터클래스 ..북한산

틈틈여행 2013. 5. 9. 21:13

 

모두들 감정이 격앙된 아침이다.

예쁘게 접은 하트 봉투에 담긴 사탕, 억새젓가락, 매끈한 피부결을 책임져줄 팩이며 간식거리,

천안의 호두과자, 편리한 컵, 무엇이 주어질지 모르는 번호표, 객실 우대권..

분명 서운할 날인데 즐거운 표정들인걸 보며 참으로 마음 많이 쓴 마지막 미션이구나 싶었다.

 

 

 

 

이제 마지막인데 발 안아끼고 백운대를 가련다 맘먹은 일주일이었다.

하지만 그렇게까지 하면서 스스로 개고생하고 민폐를 불사하기엔 허당소리 들을지언정 내공 쌓여

득도의 경지 8부 능선쯤 와있다.

백운대 어디 가랴.. 내 안을 들여다보고 스스로 어깨 토닥이며 산을 오른다.

나의 기분은 최고다.

 

 

 

 

울렁증 나도록 아름다운 이 꽃, 연달래..라고 알고 있는..

지금 국립수목원에 들어가 찾아보니 그냥 철쭉으로 나온다. 만첩산철쭉이라 되있기도..

연달래를 검색하니 모두 이 꽃이 이미지인데 국어사전에는 경상도 방언이란다, 철쭉의...

에잇..내가 곧 국립수목원에 직접 가서 확인하련다.

왜냐면 나처럼 많은 사람들이 진달래에 연달아 피는 꽃 연달래로 알고 있다.

목요일로 수목원 예약해봐야겠다.

암튼 연초록을 배경으로 피어있는 연분홍..나는 이 꽃그늘 아래 하루종일도 앉아있을 수있다.

 

 

 

 

 

 

북한산 하루재까지만 올라갔다 내려오는 길에 한 발 한발 공들여 걸으며 야금야금 산을 즐겼다.

스멀스멀 산 위로 올라간 연두빛 있던 자리에 연초록이 자리하고 그 연초록은 꽃 초록에게 자리를

내주게 될 북한산 자락을 바라보는 일은 너무나 큰 즐거움이었다.

 

 

 

 

 

 이렇게 아름다운 자연에서 기계를 통해 나오는 노래소리와 그걸 따라부르는 돼지 멱따는 사람의

목소리는 참을 수 없는 괴로움 중에 하나다.

최대한 부드럽고 예의 바르게 음악은 혼자 들어 달라고 부탁하는 소리에 5~60대 아저씨, 내 말을

딱 끊으며 먼저 가란다. 두 번을 부탁해도 똑같다.

친구에게 전화를 걸었다.

"그래, 흥이 나면 혼자 이어폰으로 들으라고. 음악이 얼마나 개인적인 취향인데..여긴 국립공원이고

국민 전체가 이용하는 곳인데 개인 스튜디오냐고? 여기서 노래를 부르게??!!"

씩씩대고 다 얘기한 다음 일부러 그런거라고 속삭였다.

조금 후 조용해졌다. 아..나이 잘 먹어야지.

 

 

 

 

 

  

발목의 보호대 때문에 자세를 낮추고 풀꽃과 눈맞춤하기가 참 어려웠다.

그래도 그쯤이야 넉근히 견뎌낼 수 있다.

고깔제비꽃을 만났는데.

 

 

 

 

 

 

어라..요녀석은 알록제비꽃.

요걸 찍느라 개별꽃이 무릎에 눌려 꺾였다.

"미안 미안...내가 못봤어. 너무 미안해"

난 나도 모르게 말을 붙여 사과했다.

 

 

 

 

  

남산제비꽃도 만났다.

 

 

 

  

 

별꽃

별꽃인지 쇠별꽃인지..만약 벼룩이자리까지 물망에 오른다면 미쵸버릴거 같다.

덩치 크신 경천님과 파블님이 사촌 같고 여유님과 영원님이 쌍둥이 같아 구분이 안된다는 판국에

어떻게 새끼손톰 반 만한 크기의 꽃에서 암술대가 세개인지 다섯개인지를 구분하느냐고..!!

아..별꽃의 꽃잎은 열 장이 아니라  다섯 장이라는거...

 

 

 

 

 

  

도선사에서 택시를 타지 않고 천천히 걸어 내려왔다.

계곡물 소리가 참 좋다.

혼자 걸을 때 계곡물 흐르는 소리는 새소리와 바람소리와 더불어 커다란 위안이 된다.

산벚꽃 꽃잎이 난분분 난분분 날리고 그사이에 이제 피어나기 시작한 병꽃을 보니 반갑다.

 

 

 

 

 

 

 

거의다 내려와서 연달래(이름이 이쁘니 이렇게 부르기로 한다)숲으로 다시 올라갔다.

꽃구경하고 사진 찍기 놀이하고 꽃그늘아래 커피를 마시며 한참을 오르지 못한 백운대에서

점프 샷을 하고 있을 우리팀을 찾아보지만..흠..안보인다.

 

 

 

 

 

 

 

 

먼저 식당에 도착해 우리북방팀의 서경희님이 보내신 꽃바구니에 반색하며 어깨가 으쓱해졌다.

역쉬 북방..센쑤쟁이.

마무리하는 시간..일곱번 모두 안 빼먹고 걸으신 분들은 누구보다 격하게 벅찬 시간이었을게다.

헤어지기 아쉽고 아쉬운..분명 이게 끝이 아니줄 알면서도...

 

 

 

 

 

 

"언니~ 더 놀다가요. 집에 가셔도 할 것도 없잖아요~~"

늘 일찍 집으로 돌아가던 코딩이가 내 팔을 감아쥐고 코맹맹이 소리를 한다.

맞다. 음식점에서 바로 돌아간다해도 김밥 도시락 준비하고 남은 설거지는 나를 기다릴 망정

특별히 다른 할 일은 없었다.

마스터클래스 11기 신청글을 올린 후 나의 모든 주말을 텅 비워두고 있었으니...

나는 그동안 너무 달떠 있었다.

급하고 바쁘지 않아도 무료하지 않았던 나의 일상에 마클달달한 소용돌이였다.

죽고 못살 것 같이 열내고 집중해도 어느 순간 추억으로 잠잠해질 것을 알지만

죽고 못살 것 처럼 열내고 집중한 8주간이었다.

 

 

 

 

난 멀티테스킹이 잘되는 사람인줄 알았다.

전혀 그렇지 않더라는거.. 제대로 산행을 하는 것도 아니면서  생업을 미뤄둔채 보낸 8주간.

미련도 없고 아쉬움도 없는걸 보면 충분히 행복하긴 했나부다.

이제 나는 맘껏 산책을 해야겠다.

여섯날 발을 아끼고 공들여 치료하면 일곱번째 날 산행을 할 수 있으려나 싶어 수목원조차 가지 못했다.

국립수목원 홍릉수목원 동구릉 벽초지...발이 붓거나 말거나 돌아다닐 수 있게 되었다.

아..아직 의정부 국제음악극 축제 프로그램도 못살펴 봤으니...

살랑살랑 봄밤에 문화 나들이도 하고 연초록 나뭇잎 올려다보며 밤산책도 해야겠다.

 

 

 

 

마스터클래스 11기 사람들, 연을 맺었으니 연을 이어가는게 당연지사.

같은 간격으로 뭉근하게 오래오래...그렇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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