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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머니만큼 여행하기
동에 번쩍, 남에 번쩍 본문
남에 번쩍
그냥 결정한 여행지였다.
요즘 나는 그런다.
길게 깊이 생각하는 것이 귀찮다.
짧게 간단히 생각하고 행동으로 옮기기.
흑산도에 대한 정보도 별로 없으면서 준비도 않고
막연히 가야지 하다가 선편을 알아보니 이미 없단다.
대부분 여행사에서 미리 선점한 것이 분명하지만
내 한 몸 물건너 가기란 그리 어렵지 않다.
압해도..괜히 그 이름만으로 한번쯤 들려보고 싶은 곳이었다.
목포에 들어서면서 압해도로 방향을 틀었다.
섬? 자동차로 휘~익 넘어가는, 더이상 섬이 아닌 섬이다.
꼼꼼이 둘러보지 않아서일까? 압해도가 고향인 누구의 말처럼 그닥 볼 것 없는 섬으로 느껴졌다.
선박회사에서 혼잡하다고 미리와서 표를 바꾸라 한 이유를 알겠다.
눈 뜨자마자 예매표를 승선권으로 바꾸길 잘했다.
아침먹고 느긋하게 도착한 목포여객터미날은 여행객으로 가득하다.
3~4백 명이 승선하는 여객선 4척이 동시에 출발해서 비금, 도초를 들리거나 흑산도, 홍도로 바로 간다.
멀미약 한 병 쭈욱 들이킨 효과로 잠이 들었다.
가끔 눈이 떠져 밖을 보면 망망대해란 느낌도 없이 하얀 해무에 휩싸여 가는건지 서있는건지도 모르겠다.
오리무중이 이런거구나..
여객선에서 쏟아져 나온 사람들이 어디론가 다 사라졌다.
줄지어 서있던 관광버스로 대부분 섬여행이거나 섬산행을 떠났을거고 마을버스를 타거나 택시로 일주도로
관광을 하는 눈치다.
멀미약 기운에 선잠 깬 나는 내 스타일 여행을 포기하고 택시관광을 선택했다.
네다섯 인원수 맞춰 일주도로 관광을 시켜주는데 호기롭게 '혼자 타면 얼만데요?' 묻고는 바로 출발했다.
혼자라해서 내 맘대로 섰다 멈췃다를 하는건 절대 아니다.
그리하려면 하루 입금을 맞춰져야 한다니 겁이나서 '얼마면 되겠니?' 하고 묻지는 못했다.
1시간 조금 넘는다는 일반적인 관광시간에 맞출 수 밖에..
느릿하게 걷고 싶은 풍경들이 차창 밖으로 슝슝 지나간다.
으으윽...걷기본능 억제하기!!
구비구비 고갯길을 올라 드뎌 내 튼실한 다리를 써먹을 수 있게 되었다.
"혼자시니까 산에 올라갔다 오세요"
이 후한 인심은 무엇이냐? 그럼 여럿 단체인 사람들은 안올려 보내주는건가?
상라봉에 올라서서 만남 풍경에 흑산도 여행의 본전을 뺀 기분이 들었다.
아..좋다. 너무 좋아. 진짜 좋은걸.
그런데 사람들은 다 어디로 간거지?
이 아름다운 풍경에 사람들이 몰릴만도 한데...와글와글 그많던 사람들이 다 어디로 사라졌을까 궁금해졌다.
여기보다 훠얼씬 훌륭한 풍경들을 보러갔을까?
단체관광객들은 바로 옆 봉우리 전망대에만 다녀온다.
그들은 상라봉에서 바라보는 풍경들을 보지 않았으니 아쉬움도 없긴하겠다.
생각이 너무 방정맞았을까?
상라봉에서 보는 풍경에 감동하여 이 한 장면으로도 충분하다 했더니 그 이후 더이상 멋진 장면은 보여주지
않는 야속한 흑산도.
건너편이 홍도라는데, 병풍처럼 산봉우리들이 아름답게 둘러져 있다는데..
해무에 휩싸여 온통 하얗다. 그나마 희끄무레하여 짐작이나 할 수 있으면 고마울 정도.
그렇다고 흑산도가 아주 밋밋하게 다가오기만 한 것은 아니다.
바다를 앞에 두고 산자락 아래 포옥 쌓인 작은 어촌 마을들이 마음 한 쪽을 푸근하게 했다.
사진을 마음대로 찍을 상황은 아니라 택시 안에서 대충 꾹꾹 눌러담은 사진들 뿐이다.
1시간 20여분에 걸쳐 섬 한바퀴 도는걸로 흑산도 관광일주가 끝났다.
아쉽다.
여행은 네바퀴 자동차에 의존해 창 밖을 구경하는 것보다 두다리 품팔아야 제맛인데 많이 아쉽다.
섬둘레 일주도로가 26km라하니 걷거나 자전거를 타고 산행도 하면서 사나흘 여행하면 흑산도의 진면목을
볼 수 있으리란 생각이 들었다.
흑산도의 특산물 홍어, 택시 기사가 안내해준 식당은 헉 소리나게 가격대비 양이 작았다.
물론 혼자 다 먹지는 못하지만 그래도 그렇지, 넘 큰 바가지 씌웠다.
민어매운탕이 맛있어서 마음을 달랠 수는 있었지만..
홍어는 식당보다 노점이나 마트에서 초고추장과 함께 사서 바닷가에 둘러 앉아 먹는게 훨씬 만족감이
높을 것이다.
우리식당 할머니집은 아주 최고급은 가격이 맞지 않아 팔지 못하지만 그나마 다른 식당들보다는 낫다는
정보를 들었다.
아..이 커피집!!
내가 흑산도에서 제일 반가워 한 집이다.
간편하게 짐을 가져가다보니 보온병도 못가져가서
싱싱한 커피가 그립던 참에 발견한 스티커.
어느 쓰레기통에서 우체국 옆에 있다는 안내문구가
적힌 스티커를 발견하고 한걸음에 찾았다.
가격도 착해서 2000원.
진즉 발견했으면 자전거도 빌려서 조금 돌아다녔을텐데..
전복을 사볼까하는데 얼른 함지박에서 하나 건져내 손질해주신 왼쪽 첫번째 파라솔 아주머니.
통째로 건내주신 전복이 넘 맛있고 인심이 좋아보여 달리 다른 함지박의 전복들을 비교 할 필요가 없었다.
포장을 원했더니 얼음팩에 해초 깔아 전복을 올리시면서 자꾸 하나 둘 더 올리신다.
"나도 새댁같은 딸이 있어"
얼굴을 가렸더니..^^
딸이 전복 손질하다 손바닥을 꿰맬 정도의 상처를 입었다고 손질 방법 알려주시면서 숟가락을 이용하라며
한마리 더 썰어주신다. 난 홀딱홀딱 잘도 먹었다.
횟집에서 곁들임으로 나오는 전복회는 비려서 못먹겠더라 했더니 덜 자란 전복이라 그런다 하신다.
"재형아. 내가 나이 먹나봐. 요즘 여행가면 꼭 특산물 산다. 흑산도 전복 샀으니까 공항으로 델러와"
"괜한 기념품 필요없어. 먹는게 남는거야"
재형이도 나이 먹나보다. 신나서 두말 않고 공항으로 나와 있었다.
동에 번쩍
참으로 고즈넉하고 한가로운 풍경이다. 초여름의 양떼목장.
이 풍경은 내가 시간을 계산해서 만난 풍경이다.
이번 여행은 동행이 원하는 시간에 떠났다. 나도 흑산도여행 다음날이라 8시에 만나자는 말에 흔쾌히
동의했는데, 그럼 그렇지..연휴의 가운뎃날 해가 중천에 떠서야 떠나는 여행이라니..
지체와 서행, 그리고 U턴의 반복이었다.
"평민들은 다 이렇게 여행해요. 오늘 제 덕분으로 새로운 여행경험하시는거에요."
"그래 아주 영광이다, 영광이야!!"
어찌나 밀리고 번잡한지 계획대로 움직일 수가 없어서 일정을 모조리 바꾸었다.
일찌감치 국도로 내려 허브나라부터 가려는데 흥정계곡 입구조차 들어설 수가 없다.
차 돌려 자생식물원으로 갔다. 역시 생각했던대로 한가하다. 숲에서 휴식을 취했다.
삼양목장 들어가는 길은 또 얼마나 밀리던지..한시간을 넘게 기다려 입구에 가니 시간 지났다고
돌아가랜다.
마지막 양떼목장.
일부러 땡볕보다는 해 뉘엿하고 사람들 빠져나갔을 시간을 택하느라 마지막 코스로 잡았다.
우와~~!! 주차장이 모자라 도로까지 빽빽이 주차장으로 쓰고 있다.
건초체험은 못하고 산책은 가능하단다. 그럼 됐지 뭐.
"우리 맨 마지막에 나가자. 그래야 제대로 풍경을 즐길 수 있어"
나와 첫 여행이라 그녀에게 좋은 풍경을 보여주고 싶어 느릿하게 걸었다.
어느새 와글와글하던 사람들이 모두 내려가고 이른 아침처럼 한적한 풍경만 남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