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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머니만큼 여행하기
밥 없는 소풍 본문
"밥 많이 가져왔니?"
"밥 많이 가져왔어?"
호명호수 올라가는 버스에서 재형이와 나는 서로 묻고 있었다.
"니가 밥 가져오기로 했잖아?"
"그럼 언니 밥 안가져왔어?"
바로 전날 약속한 일인데 내가 해온댔는지 재형이가 맡았는지 기억이 가물가물하다.
"언니가 '밥 안식어' 그러면서 락엔* 도시락에 밥 해오기로 했잖아!"
"그..랬..니..?"
재형이는 산위로 올라가는 버스 창 밖의 단풍도 눈에 들어오지 않는지 투덜투덜이다.
밥이 없어서 소풍이 완전 재미없다는 눈치를 주고 나는 온몸으로 눈치를 봤다.
<클릭하면 보기 좋아지는 친절한 사진들입니다>
"어떻하냐? 탄수화물이 없어서 클났다!"
재형인 바쁜애한테 왜 음식준비 해오라 했냐고 뭐라했지만 조카가 만들어온 스프링롤 속에 채워진
국수도 탄수화물이라 반겼고 내가 가져간 포도즙은 액상 탄수화물이라고 대접을 받았다.
사실 밥이 없었지만 도시락이 아주 나쁘지 않았다.
조카의 스프링롤에 재형이가 가져온 보온도시락 속 불고기, 갓김치 달랑무김치, 무말랭이 무침,
나는 양배추 쌈과 송이버섯, 커피를 준비했다. 송이버섯 썬다고 칼이랑 도마도 준비하고..
"쌈장은 맛있게 만들었으면서 밥은 안가져오냐?"
"그래두 재형아. 너무 성질 부리지 않아줘서 고마워, 성질 내도 할 말 없는 처지다만.. 대신에 나는
컵에다 커피 안마시고 뚜껑에 마실게. 너희만 컵에다 마셔~~스프링롤도 너희들은 세조각 먹어.
난 두 조각만 먹을게ㅎㅎ"
"이그~~비루하다, 비루해. 내가 앞으로 이런일 더 있을거라 참는다"
"아냐, 앞으로는 이보다 더 심해질거야ㅋㅋ"
동생은 북해도에서 포맷을 잘못해 이틀분 사진 몽땅 날려버린 사건 이후 최고의 사고란다.
밥 없는 점심을 먹은 자리에서 가을 햇살을 받으며 한참을 노닥노닥 수다를 즐겼다.
은빛 억새꽃에 가을 햇살이 듬뿍 내려앉아 눈부시게 빛났다.
이리 찍고 저리 찍고..참 사진 안된다. 억새꽃이 넘 성글다.
하지만 억새에게 기념사진 찍어주자는게 아니고 우리 소풍사진 찍는거니까 우리는 즐겁다.
최근 소미가 가르쳐 주었다는 표정으로 사진을 찍는 재형이, 찍는 사람 찍히는 사람 다 만족하다.
한 컷 한 컷 확인을 하면서 좋아라 하는중에 우리들 자화자찬이 99.99%의 순도를 자랑한다.
자리를 뜨기 전, 재형이의 한마디에 우린 허리를 꺾고 웃어댔다.
""참..나..억새꽃 두포기 앞에서 그것도 좋다고 잘들 논다"
복장리로 넘어가는 길, 환상의 드라이브코스는 단풍이 많이 추레하다.
제대로 붉게 물든 나무를 찾아보기 힘들뿐더러 아직 초록인 나무들이 불타듯 색이 들거란 보장이 없다.
환상의 드라이브를 시켜줄 요량으로 뭉친거였는데 두 사람 모두에게 미안했다.
그래도 재형이는 9월, 10월 너무 바쁜 끝에 잠깐 나와 콧바람 쐬는것만으로 좋다하고
앞 뒤로 일을 미뤄 어렵사리 하루 시간을 낸 조카도 내년에 다시오자는 말에 동의하니 그나마 다행이다.
밥 없는 소풍에 우린 점심먹은지 1시간 조금 지났는데도 배가 고프기 시작했다.
조카가 피아노 치는걸 한번도 본적 없다고 재형이가 연주를 청했다.
피아노를 쳐본지 7년이나 된다면서도 조카는 몇 곡 근사한 연주를 했다.
40대 고모 둘은 조카가 연주하는 음악에 포옥 빠졌다.
다른데 안둘러봐도 된다고 재형이가 자꾸 피아노를 치란다.
"악기 하나 연주하면 여자들에게 사랑 고백하기 좋겠다"
"그래.이런데 와서 프로포즈 이벤트 그런거 하면 되잖아"
"이런곳엔 여친이랑 와야되는데 40대 고모들이랑 와서 어쩌니?"
"여친이랑은 진짜 프랑스를 가겠지."
"맞아맞아."
"혹시 여친이 프랑스 데리고 가는데 고모들은 쁘띠프랑스나 데려와주는거 아니니?"
프랑스를 여섯번이나 가봤다는 조카, 재형이랑 나는 열심히 돈모아서 한번 가자는..
"그날이 언제 오냐고요!"
탄수화물 보충용 츄러스는 커피와 함께 허기진 육신을 달래고 영혼까지 달달하게 만든다.
딱딱한 비스켓으로 보이던 츄러스를 조카나 나나 지난 여름 물놀이 공원에서 처음 먹어봤다.
물놀이에 지친 해질녘 즈음 폭신폭신 보드랍고 따뜻한, 달콤한 츄러스로 허기를 달랜시간은
밥 없는 소풍날과 함께 평생 달콤한 추억으로 남을 것이다.
쁘띠프랑스를 나오는데 4,50대 남여들 예닐곱명이 입구에 서있다.
"우리 한바퀴만 삐~잉 둘러보고 나올건데 입장료 내야돼요'
내가 그 소릴 들었다.
푸하하하..난 갑자기 너무 웃겨서 듣고 지나칠 수가 없었다.
"우리도 한바퀴 삐~잉 둘러보는거 밖에 안했는데요. 그래도 우리 입장료 냈어요."
우리도 그들도 한바탕 크게 웃었다.
그들이 입장료를 지불하고 들어갔는지는 잘 모르겠다.
나오면서 생각해보니 그냥 삐~잉 둘러보기만 한 것은 아니다.
근사한 콘서트를 했고 화보 촬영도 했고...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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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녁에야 부족한 탄수화물, 솜손을 불러 재형이네 동네에서 충분히 섭취했다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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