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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머니만큼 여행하기
연극 보던 날 본문
"나 지금 '퍼플재형'이야. 손목이랑 다리 부어서 보라색 멍 투성이야. 어깨부터 팔 옆구리 다리까지
한쪽을 완전 못쓰겠어. 밥하기도 싫어서 너구리 먹고 누워있었어"
어제 통화 내용이다.
그러니까 모르긴 몰라도 지금까지도 보라빛 멍이 그대로일거다.
금요일 저녁 티켓이 생겼다는 재금의 초대로 소현과 더불어 여자 넷이 연극을 보러 갔었다.
국립중앙박물관내 '극장용'이라 하길래 무슨 연극이 극장用으로 만들어졌나보다 했다는 재금.
나중에야 '극장龍'이라는걸 알았다길래 낄낄 웃었다.
이촌역에서 만나기로 한 약속에 재형이는 15분 먼저, 우리 셋은 약속시간보다 19분이 지나서야 도착했다.
먼저 구경을 하고 있겠다던 재형이의 실루엣이 어둠속에 보이길래 불렀다.
"나 계단에서 굴렀어"
여덟개쯤이나 구르면서 안넘어지려고 애쓰느라 손목이 심하게 아프고 온몸이 아프단다.
뭐에 홀린것 같았다며 교통사고라도 당한듯 멍하니 정신이 없었고 사람들이 보기도 해서 챙피했단다.
하루 자고나면 엄청 아프겠다 싶어 걱정이 되었다. 다행히 골절은 아닌듯 했다.
"너 그렇게 아픈데 밥 사도 돼? 재금이 소현이랑 너랑 밥 사라고 정했어"
내 생일이라고 재금이 이렇게 정리를 한거다. 물론 생일은 한참 멀었다.
극장龍은 처음이었다. 밤풍경이 참 예쁘다.
의자는 아주 편했다.
무대가 참 예쁘다.
블로거 본능으로 자꾸 인증샷을 찍어야할 것 같은데 카메라도 없고 있다해도 못찍는다.
누군지 모르겠으나 많이 본 얼굴인데..남자와 동행인 여자가 내 옆자리에 앉는다.
건너의 관객이 티켓에 싸인을 부탁하길래 옆눈으로 보는데 김씨 성밖에 안보인다.
<엄마를 부탁해> 원작은 신경숙씨 소설이지만 읽어보지는 못했다.
연극이 시작된지 얼마안되어 김여진의 뒤집어지는 듯 올라가는 목소리가 신경을 긁는다.
손숙씨의 어색한 사투리도 집중을 방해하고 조연 배우들의 잘익은 연기에서야 편안하게 숨을 고르게 된다.
옆의 낯익은 여자는 자꾸 소근소근 동행에게 말을 한다.
그럴때마다 눈치를 주면서 어느싯점에 어떤말로 한마디를 해줄까 고민을 했다.
나만 짜증이 났던 것은 아니었는지 나중엔 앞자리에 앉은 사람도 뒤돌아보며 눈치를 줬다.
한마디만 더하면 조용히 해달라고 말하리라 별렀는데 더이상 말은 하지 않는다.
아..그대신 자꾸 뻑..뻑..하품해대는 소리.
그러잖아도 나도 지루하고 피곤한데 신경을 벅벅 긁는다.
그 와중에 난 잠깐씩 졸았다.
이런일은 처음이다. 내가 너무 피곤한가?
연극이 끝나고 객석에도 불이 켜지자 옆자리의 여자를 봤다.
한마디하고 싶어서 입이 간질간질한데 눈이 건조하고 피곤해서 뜰 수가 없었다.
똑바로 보면서 말해야할텐데 눈을 꽉 감았다 떠도 건조함이 사라지지않고 여자의 이름이 퍼뜩 떠올랐다.
"김성녀"
재형이에게 작은 소리로 말했더니 아니라고 고개를 흔든다.
소현이 작은소리로 재금에게 '김성녀'라고 말하는 소리가 들렸다.
맞다. 김성녀씨와 손진책씨..알고나니 더 화가났다.
거의 마지막에야 객석을 떠나오면서 애들에게 얘기했더니 좇아가서 한마디 해주란다.
재형이는 넘 성형을 했나보다고 못알아 보겠다며 '동종업자끼리 그러시면 안되시죠' 그러란다.
재금이 니네 동네 사람 왜그러냐는둥 미추홀 홈피에 비공개로 써주자는둥..
그들은 무대뒤로 가버렸고 우린 계속 남아서 띠불띠불하다가 연극에 대한 얘기로 넘어갔다.
"난 지루했어"
"나두"
"나두 그랬어"
"난 졸았어. 사실 재금이한테 미안해서 적나라하게 얘기 안할라구 했는데 재금이 지루했다니 편하게
얘기해도 되겠네. 재금이가 만든 연극은 아니니까 그래도 돼지?"
우리는 모두 손숙씨의 밋밋한 연기에 실망했고 김여진의 연기에도 혹평, 나머지 모든 배우엔 후한 점수를,
그 많은 대사를 외운 손숙씨에게 감탄을 했고 그녀대신 사투리 연기엔 김지영씨였음 좋았겠다고 했다.
소극장용으로 만드는게 나았겠다고, 좋은 자리에서도 이랬는데 뒷자리에서는 안들렸겠다고 했다.
나는 혼자 울지않을까 걱정했다하니 재형인 내가 울지 않을 것은 알았지만 혹 재금과 소현만 울면 어쩌지
했단다. 참..우린 별 걱정 다한다.
그런중에 난 옆자리의 산만함까지 있었으니 얼마나 힘들었겠냐는 동정표도 받았고 우린 느낌이
비슷해서 다행이라고, 우리가 연극 좀 볼 줄 안다고 잘난체를 했다.
"그래도 덕분에 극장用 연극도 보고 넘 좋았어. 의자도 편하고 무대도 예뻤잖아"
"그래. 재금 아니었음 우리가 이렇게 좋은 가을밤에 외출했겠어?"
"맞아. 연극을 봤으니 이런 수다도 떠는거지 안봤으면 보고 싶었을거야. 뭐든 일단 보는거야"
"그래. 오늘 충분히 좋았어"
'퍼플재형'이 되었다는 말에 재금이 괜히 미안해 했다.
재금. 우린 충분히 행복했어. 그런 말 말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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