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머니만큼 여행하기

북한산..일타쌍피 본문

주머니만큼 여행하기2

북한산..일타쌍피

틈틈여행 2010. 8. 15. 01:45

산행 총인원이 여섯이었다.

구파발역 1번 출구에 다섯이 모여있다가 나의 계란노른자로 모두 효자각으로 이동했다.

그곳을 들머리로 해서 올라 숨은벽쪽에서 우회하기로 했다.

이럴땐 운전이 최고다.

앞좌석에 홀로 앉은 분 무릎에 배낭이 켜켜이 쌓였고 뒷자리에 한 분과 세사람, 어지간히 답답할테니까.

집에서 나설 때 비가 흩뿌려 걱정이었는데  다행히 흐린 상태다.

효자각 입구에서 짐을 정리해 나누었다.

늘 먹거리 많이 챙겨온다고 내 짐들을 나누어 들어주었다.

 

 

 

 

출발해서 20분이나 지났을까?

빗방울이 떨어지기 시작하더니 점점 굵어진다.

비옷을 챙겨입고 배낭커버를 씌우고..비에 젖는 것보다 비닐비옷에 더워서 흐르는 땀으로 더 빨리 젖는다.

조금 더 가서 계곡으로 내려가 손이나 담그고 가기로 결정했다.

..그러다 떠내려 가면 어떻해. 무셔~.

애초에 한여름이다 보니 넘 덥겠다 싶어 무리하지 않은 산행후 계곡으로 내려오는 계획을 했지만

지난 주말엔가 이 북한산 삼천리 계곡에서 사고를 당한 사람들이 잊지 않은가 말이다.

 

 

  

 

번쩍번쩍 우르르 쾅쾅..

..무셔워~~!! 베락맞아 죽으면 어떻해. 내려가자.

..베프가 베락맞은 프렌드 되는거지.(베스트 프랜드 행사중인 팀이 있었다)

기상청 발표로는 비가 많이 온댔는데..오후에나 비가 온댔는데..

무리하지 않고 일단 하산하기로 했다.

서둘러 일어나 준비한 도시락을 먹는 일이 큰 문제였다.

산아래 허름한 식당에서 뭐라도 시켜먹으면서 도시락을 먹자 했더니

**언니가 가까운 자기집으로 가서 간단히 씻고 밥을 먹자 하신다.

내 집이 최고, 집에가서 씻고 뽀송한채로 눕고 싶은 마음이었으나 편하게 해도 된다시니 걍 언니네로 간다.

가는 동안 차 안에서 에어컨 바람에 대충 빗물과 땀이 말라버렸다.

3000원짜리 티셔츠 하나씩 줄테니 샤워하라시는데 그거까지야 어찌..

 

 

 

 

4인용에서 6인용으로 변신하는 식탁에 도시락을 쫘~~악 폈다.

여섯 사람이 준비한 먹거리인니 그 버라이어티함이란..

쌈밥에 나물반찬 장조림 내가 가져간 반찬들이며 각종 빵 경주 보리빵에 황남빵 옥수수 찰떡 감자떡

이런저런 과일이며 맥주까지..

..언니 설거지 생기니까 절대로 뭐하나라도 꺼내지 마세요.

뭐..그게 말이 그렇지 뜻이 그런가?

컵도 나오고 접시도 나오고 통수박 꺼내 반쪽은 앉은 자리에서 해결하고 예쁘게 피어나는 꽃차까지..

..이렇게 식탁에 앉아서 먹으니까 좋다. 산에서 먹는거보다 편하구.

..담부터는  비오는 날은 북한산으로 정하자. 글구 아예 독바위에서 시작하는거야 .(언니네집 근처)

 

 

 

 

 

..근데~ 날씨 왜이래? 햇볕나잖아.

밥을 먹고 웃음 빵빵 터지는 시간을 보내다보니 날이 완전 쨍쨍이다.

뭔가 아쉬웠다. 많이 아쉬웠다.

시원한 풍경을 보고 싶었다.

이렇게 돌아가면 혼자서 사패산에 올랐다 집에 가게 될거 같았다.

산은 걷는 맛 이전에 보는 맛이다.

내가 슬슬 바람을 잡고 동의 하는 사람도 생기고..

결국 아주 간단하게 물만 챙기고 두시간만 걷기로 결정했다.

식탁의 뒷정리는 언니의 예쁜 작은 딸.

아침엔 우비에 우산을 챙기느라 바빴는데 오후엔 썬블록을 챙겨바르는 산행준비를 마치고

들머리는 독바위로 잡았다.

이렇게 하루에 두번 산행을 시도하기는 26년 산행하면서 처음 있는 일이다.

일타 쌍피라나.

 

 

 

 

느릿느릿 걷는다.

바람이 좋다는 이유로 앉아서 수다와 해찰을 하고

풍경이 좋다는 핑계로 커피를 마시고 셔터를 누르고 또 누르며 화보인생을 즐겼다.

조금만 더 가면 쪽두리봉.

..뭐 우리가 안가본 것도 아니고 오늘 꼭 가야 할 이유도 없고.

내려가잔다.

..안돼~~!! 난 내려가기 싫어. 여기 너무 좋아. 나 오늘 한가해요. 더 놀다가요.

불순물이 전혀 없는 맑은 바람을 맞으며 바위에 앉아 멀리 봉우리에 구름이 쉬어가는 풍경을 즐기는데

내려가자는 말은 청천벽력이었다.

..나 한가한 여자라구!!

아들도 밥먹고 도선관 갔겠다 이 쾌적한 환경에서 좀 더 오래오래 앉아있고 싶었다.

집에 돌아가면 나름 구석구석 내 손길이 필요한 살림들이지만 까짓 조금 미뤄두기로 했다.

 

 

 

 

..비 올 바람이다.

..그래. 바람에 비가 묻어있어.

멀리서 먹구름이 몰려들면서 바람에서 비 냄새가 나기 시작했다.

아니나 다를까 비가 쏟아진다.

서둘러 우중산행으로 모드 전환. 아니 그런데 몇발자욱 떼지도 않았는데 비가 그친다.

다시 비닐옷 훌떡 벗기.

쫄쫄 흐르는 작은 계곡에서 손과 팔뚝을 씻어내고 나무이름 꽃이름을 불러주며 하산을 했다.

마무리는 팥빙수.

우리가 우유와 빵 팥빙수를 먹는 동안 엄청난 비가 쏟아졌다.

뭔 변덕인지 우리가 빵집을 나설 때 뚝 비가 그쳤다.

 

 

 

<배려>

 

배려..사진 찍어준 친구가 붙인 제목이다.

화장  → 분장 → 변장 → 그리고 이것이 마지막...복면!!

가려주니 고맙나, 친구??

 

 

'주머니만큼 여행하기2' 카테고리의 다른 글

깡으로 사는 여자  (0) 2010.08.29
폭염여행 50시간  (0) 2010.08.26
know how  (0) 2010.08.03
이보다 더 뜨거울 수 없다.  (0) 2010.07.20
우중산행..청계산  (0) 2010.06.13
Commen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