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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머니만큼 여행하기
깡으로 사는 여자 본문
"깡으로 사시나 봐요"
두 손목과 한쪽 발목에 집게를 찝어서 컴퓨터로 연결해 내 건강상태를 체크하고 진맥을 짚은후
김원장이 한 말이다.
맥이 짚였다 안짚였다 한다며 심장도 아주 일정하게 뛰지는 않는단다.
모니터를 보니 스트레스는 꽉차서 검붉은 색, 체력은 바닥이 나서 70대 노인 체력 검은색을 가르켰다.
도대체 무슨 힘으로 사냔다.
아..진료 직전 내가 그래도 내친구들 중에서 체력이 최고라고 입방정을 떨었는데...ㅎㅎ
타고나기를 약한 체력으로 태어났고 예민해서 홧병이 생기기 쉬운 체질이란다.
내가 오래전 불면증으로 먹은 약도 결과로 나타났다.
"장기들에 이상이 없어서 그렇지 체력은...좋은 얘기 못해드려서 어쩌지? 괜히 말했나?"
듣는 나는 괜찮은데 말하는 원장이 도리어 미안해 어쩔줄 모른다.
허약한 몸, 예민한 신경..다~옳은 말씀.
이 이야기를 듣고 친구 하는 말, 한의원 가면 다 그런말 한단다.
친구 얘기도 맞는말, 모두 어딘가 몸이 불편할 때 병원을 찾으니 당연한 일이다.
김원장도 첨에 환자들 건강이 다 나쁘게 나와서 식구들을 모두 컴퓨터로 진료해보기도 했단다.
"환자들이 다 저처럼 몸이 힘들 때 오니까 당연히 다 나쁘게 나오는거죠"
나는 내 몸에 기력이 완전 쇠진되었다는걸 느끼면 한의원에 간다.
평소 잘 안찾는 쇠고기가 당기고 밤낮없이 먹어도 기운이 살아나지 않을 때다.
한번 누우면 땅속으로 꺼져들어가 정말 누군가 죽이라도 한 술 떠넣주면 그 힘으로 일어날 것 같은 시기.
"너무 배고프면 많은 음식이 있어도 한 두가지로 허겁지겁 먹고 많이 먹지도 못하잖아요.
약도 그래요. 언니처럼 너무 기력이 떨어지면 흡수도 덜 되고 하니까 미리미리 주기적으로 드세요.
언니 것은 보약으로 할게요."
함께 갔던 조카가 봤는데 이 말을 하면서 '녹용'이라고 쓰더란다.
주기적으로 한약을 먹어왔지만 녹용을 넣은 것은 처음이다. 어제부터 먹기 시작했다.
재형이가 꼬드겼다.
"언니 몸은 지금 쉬어야 한단 말야. 우리집에 와서 저녁 먹고 놀자. 비도 많이 오고 태풍도 하나 올라온댔어"
생각해보겠다 하니 식혜를 해주겠다는 문자까지 보내왔다. 그림이가 식혜를 좋아한다.
오늘 아침, 흐리긴 하나 비는 오지 않는다.
잠이 부족하긴 했지만 무엇보다 즐거운 수다로 팔랑팔랑 가볍게 기분이 업 되어 있는 상태여서 부족한
체력쯤이야 그 업된 기분에 맡겨버리면 그만일터였다.
시장을 못봐 도시락 준비가 마뜩찮았지만 대충 챙겨서 집을 나섰다.
두 달전 정해진 산행이고 더군다나 내가 가자고 제안한 산이어서 꼭 가고 싶었다.
20여 년 전, 산에 미쳐서 다닐때부터 가보고 싶던 산인데 가야지, 명지산.
아..옛날이여~!! 그땐 한의원에서 운동선수 맥이라며 무슨 운동하냐 묻던 때이기도 하다. 약도 안지어줬다.
최근 동네 근처 야산만 다녔던터라 1200m가 넘는 높이에 주눅이 들지 않는다 하면 뻥이고..그래도 고고씽.
아침 밥 든든히 먹고 보약 한봉지 데워 마시고 집을 나서 선,후배들과 만났다.
지난주 이틀동안 지리산 종주를 했다는 선배언니에게 내가 70대 할머니 체력이라 낙오 할 계획으로 간다며
한의원 다녀온 얘기를 했다.
"얘, 나두 너처럼 그래. 허약체질인데 무슨 운동으로 버티냐 그러더라. 우리 같은 사람은 기운 없어서
누워지내기 시작하면 금방 죽지는 않지만 평생 그렇게 골골 누워서 힘없이 지낸다고 의사가 그러더라."
백 번 옳은 말씀.
명지산의 계곡은 깊다. 그리고 수려하다.
한참 평지를 걷다가 가파르게 쳐 올라가는 코스다.
햇볕 잠깐, 구름 한참, 순식간 소나기..하루종일 그런 날씨에 만만한 산이 아님은 분명한데 나는 그닥
힘겹게 느껴지지 않았다.
오히려 좋다, 너무 좋아, 너무 좋지 않아?..하는 감탄사만 연발이다.
우렁찬 물 소리들으며 하루종일 계곡의 넓다란 바위에 앉아있으래도 싫지 않을만큼 계곡은 풍요로웠다.
그 물소리 잦아들면서 중턱부터는 바람에 나뭇잎 부딪히는 소리만 들렸다.
많이 본 꽃 핀 나무를 만났는데 몇 초동안 이름이 입 안에서 맴맴돌다 터져나왔다. 누리장이닷!!
하얀, 분홍, 노랑의 물봉선에 짚신나물, 며느리 밥풀꽃이며 고마리, 닭의장풀이 나를 힘나게 했다.
허리를 꺾어 자세를 낮추거나 쪼그리고 앉아 눈을 마주치면 에너지가 된다.
능선에 오르자 둥근이질풀이며 금강초롱꽃, 누룩치, 모싯대에 눈개승마..많은 꽃들이 나를 기쁘게 했다.
이런 산풍경속에 나를 세워놓고 내 젊은날을 되새김질하고 잠시나마 나를 20대로 되돌려 놓는다.
바람에 꽃은 흔들리고 카메라에 물들어갈까 사진은 한 컷도 못찍었지만 일행에서 떨어져 걷는 내 발길은
내가 그토록 원하던 산 분위기에 취해 힘든줄 몰랐다.
내게는 녹용든 보약과 함께 꽃이 보약이고 바람이 보약이고 사람이 녹용든 보약이다.
정상.. 옹색하게 비에 젖는채로 바위아래서 먹는 밥은 목이 매이지 않았다.
모든 밥과 반찬을 빗물에 말아먹으니 뻑뻑하지 않았다. 그에 따른 염려 따위도 하지 않았다.
따끈한 커피로 추워지려는 몸을 녹이고 하산을 했다.
정상에서 구름에 갇혀 발아래 풍경을 감상하지는 못햇지만 충분히 행복하게 명지산을 즐겼다.
혼자 내려오는 길에 감사하는 마음이 솟구쳤다.
그래, 모자라는 체력 깡이라도 채워주시니 얼마나 감사한 일이냐 싶었다.
깡 마저 없었으면 이 아름다운 세상 어찌 즐겼을까?
힘없는 70대 체력으로 방바닥만 긁고 있었다면 내 인생 얼마나 우울했을까?
참 다행이다. 깡이라도 있어서...나는야 깡으로 사는 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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