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머니만큼 여행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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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머니만큼 여행하기2

우중산행..청계산

틈틈여행 2010. 6. 13. 23:49

청계산..동네마다 많기도 하다.

하긴 산아래 푸른 계곡 없는 곳이 어디 있으랴.

이번엔 양평에 있는 청계산이다.

 

평소엔 알람보다 먼저 훤해지는 창문인데 알람이 울려도 밝지 않을걸보니

분명 비가 내리는 날이다.

꼼지락거리며 몸 일으키길 미룬다.

쌈밥을 준비해가려 했으나 비오는 날은 어울리지 않는다.

쌈채 씻을 시간만큼 누워 있고 쌈장 만들 시간도 누워있기로 한다.

그러다 벌떡 일어나 밖을 내다보니 제법 빗줄기가 굵다.

도시락 준비할 생각을 아예 접는다.

버섯과 오이 볶을 시간만큼 다시 눕는다.

 

지난 주말 땡볕산행을 한 이후 이런 날을 꿈꿨는데 빨리왔다.

정상쯤 도착하면 비가 잦아들고 구름이 척척 걸린 봉우리들을 보고 싶은 소망이 있었다.

내가 제일 좋아하는 산풍경..문득 그 풍경을 마주하고 싶어 설레던 중이다.

큰산을 가본지가 하 오래되어 산에서 비를 만난 것도 까마득하지만

이렇게 비 맞을 각오로 비오는날 산으로 가는 것은 아예 처음이다.

 

출발하려는데 비가 잦아들었다.

여벌옷과 신발을 얼른 집에 올려다두었다.

혹시 해가 나면..? 차에서 두툼한 선그라스를 얼른 챙겨 넣는다.

다시 비가 내린다.

우비에 선그라스, 영화 찍겠다..중경상림.

 

아직 연두빛이 남아있는 나무들은 싱싱하다.

그 나무들이 그득한 산은 더없이 싱싱하다.

나는 청춘이던 때의 발걸음을 되새김질 하며 더불어 싱싱해진다.

흠뻑 젖었다. 땀에 젖고 비에 젖고..

아주 오래전 손이 시렵던 여름 산행들이 떠오른다.

그래..이런거 제 정신으론 못한다. 미쳐서 하는거야.

 

빗소리가 뭘 말하는지 들어보자며 후배는 느릿한 걸음을 걷자하고

나는 꽃이름 나무이름 알려줄테니 천천히 걷자고 꼬드긴다.

..이게 무슨나무인지 아니? 국수나무야.

..여기 국수나무가 있어서 역이름이 국수나무에요?

 

싱싱한 초록에 노랑 빨강 배낭 커버의 사람들은 너무 예쁜 그림..찍기본능.

뽀얀 구름으로 채워진 나무 숲..찍기본능

그러다 제대로 사진도 못찍어보고 카메라 한번 떨어뜨렸고 습기 꽉차고..결국  해먹었다.

속상한 마음은 들지 않는다. 망가진 카메라는 아무래도 괜찮다. 고치면 되지 뭐..

 

물먹은 등산화에 다리가 힘들긴 했나보다.

전에 없이 다리가 아주 조금 뻐근하다.

아..맞다. 나 청계산 다녀왔지?

난 산행후 요런 통증이 달콤하고 즐겁다.

 

 

           <마지막 사진..빨강 배낭 옆에 노랑 배낭이 함께 있을 때 찍지 못한 아쉬움에 속이 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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