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풍경 좋은 양떼목장, 발왕산

2016년 1월 30일

눈이라더니..개뿔.
고창의 폭설여행 직후라 영동의 눈은 아주 시시하게 다가왔다.
기대에 못미친 적설량이어도 아름다운 서리꽃이 포근한 날씨에 아슬아슬 빛나며 우리를 반겼다.
그래..우리가 얼마나 고심끝에 선택한 곳인데..

2016년 새해 시작을 덕유산으로 정했다 날짜를 바꿨고 다시 정했던 소백산 대피소 예약을 취소했다.
이후 물망에 오른 덕유산 방태산 자작나무숲을 다 제치고 간택된 선자령과 양떼목장.
기상청 들락거리는 것도 모자라 기상청 근무하는 지인까지 동원해서 윤곽을 잡았다.
그마저도 선자령 오르기 힘든 난 꾀가나서 양떼목장과 나머지는 상황봐서 결정하자고 했다.

3시에 일어나 준비하고 5시에 인천에서 두 사람을 태웠다.
우리 이거 열정 아니다. 극성이야, 극성.
열정과 극성은 한 끝 차이인데 돈 되는 일 아닌 일에 이리 바지런떨고 열의를 보이는 내가 늘 극성스럽게 느껴진다.
6시에 분당에서 다른 차량으로 바꿔타고 여자 넷이 대관령을 향해 고고고~~

새벽 2시에 끓여 담았다는 향실표 닭죽으로 평창휴게소에서 아침을 먹었다.
졸면서 끓였을 것 같은데 간도 잘맞고 참 맛있다.

휴게소엔 약간의 눈..아마 대관령에 가면 많이 와있을거야...라는 기대감으로 서둘렀지만 월정사 쪽은 맹송맹송,

계획에서 접기로하고 양떼목장과 발왕산, 시간봐서 강릉으로 넘어가 바다를 보는것으로 합의했다.
눈이 쌓인 대관령 주차장은 이미 번다해지기 시작한 시간이었다.
완전무장 차림이 무색하게 여행하기 딱좋은 포근한 날씨는 부실한 설경 금방이라도 사라질까 마음을 조급하게 만들었다.
양떼목장에 들어선 우리를 은빛풍경이 반겼다.
많은 눈이 쌓여있지 않아도 서리꽃 만발해 충분히 행복해질 수 있는 전경이었다.

우아~왕...정말 멋지당.
겨울산 처음인 새신부,  분명 하트 뿅뿅 그렸을텐데 확인 못했다.
아이젠에 스패츠까지 첫경험이니까 오늘은 살살 걸어보는 정도로 하자구.

발왕산 제안, 멀리 산풍경을 보자니 쉽게 올라가 높은산 즐기는 동선으로 딱일듯 싶어서...
자꾸 밝아지는 하늘에 금방이라도 스러질 연약한 서리꽃, 서둘러 목장 한바퀴돌고 가자고 해놓고 우리의 걸음은 마냥 하늉하다.
서울에서 눈구경 한번  하기 힘든 야박한 겨울을 지내고 있는 우리에게 이 풍경은 마음의 습도를 한껏 올려주는 진하게 소중한

돌아다는 것에 있어 여행 산행 소풍 산책..아무런 경계와 구분을 하지 않는 나는 어느곳에서 어떤형태의 행보를 하든 이렇게 느릿하고 헐렁한 것을 지향한다.
퍽퍽하고 날선 일상에서 벗어난 시간까지 숨차고 싶지 않으니까.

그래, 신나게 즐기자.
언제 이런 풍경에 다시 들게 될지 기약도 없는데...
하얀눈엔 레드가 진리라며..

세월아 네월아 셀카놀이.
소나무에 핀 서리꽃이 얼마나 예쁜지 우리의 미모^^가 죽는구낭.

펜스 저 쪽 선자령 가는 숲길이다.
마법도 가능 할 것 같은 아름다운 숲에 들어가고 싶은데 저 숲을 걸어 선자령 가는 사람들은 목장 풍경에 관심이 많다.

나도 선자령 가던 날 이쪽을 기웃 거리던 기억이 나지만..
발왕산이 우리를 기다리고 있어.
저쪽엔 계속 구름이 머무르면서 서리꽃을 잡아두고 있는것 같아. 얼렁 걷자.
말이 그렇지 뜻이 그런가.
이번이 마지막 양떼목장인것 처럼 느리게느리게...

싱싱한 커피와 에그타르트로 부족한 혈당 채우고 내가 가져간 눈썰매로 한바탕 즐거운 시간을 가졌다.
이러기 쉽지않아. 아무도 싫다, 하지말자를 안하고 있잖아.

목장의 많은 나무들은 눈부시던 흰꽃 어느새 다 스러져 헐벗은채 서있다.
각각 다른나무들이 어울어져 지어낸 아름다운 풍경, 이른 시간에 참 잘 즐겼다.
이제 안녕, 양떼목장. 우린 발왕산으로 간다.

주차장은 많은 차들이 뒤엉켜 아까운 시간 한참을 쓰고나서야 빠져나올 수 있었다.
노느라 빼놓은 정신차리고 나니 허기가 밀려온다.
까잇 배고픔이야 참을 수 있어!! 어느새 푸르게 맑아진 하늘에 서둘러 발왕산으로 향한다.

세 사람이 착한일 많이 했는지 꽉채워진 용평리조트 주차장에서 바로 차 한 대 나간 자리를 차지할 수 있었다.
곤돌라 이용도 참 쾌적한다. 이 시절 덕유산의 그것과는 완전 다른..기다리지 않고 바로 탈 수 있음이 참 맘에 든다.
흠.. 높은산 풍경 보려면 여기 자주 이용해야지.

일단 곤돌라에서 내려 만난 나무. 발왕산의 모든 나무가 이러했으면 더욱 좋았겠지만 많이 녹아없어진 상태였다.

일단 정상 인증샷 한 컷. 이미 헐벗은 나뭇가지들.

왜 100대 명산이 아니냐며 투덜거리더라는..
난 30년동안 60여 명산 다닌 느린 사람이라 최근 100명산을 목표하고 가열차게 산행하는 사람과는 마음이 확연히  다르다.

서리꽃이 내 맘같지 않다고 우리 여행마저 시들해지지 않는다.
우리는 어떠한 상황에서 쾌발랄 즐거울 수 있는 美親女人들이니까.
눈밭에서 비니루라 생각하고 쉘터라 말하고 우기며 그 안에서 와인파티를 했다.

경비 및 노동력의 1/n 원칙으로 마음 나누고 마음 보태 즐겁게 잘 노는 우리 스스로에게 감동하는 시간이 된다.

이러저러 시간을 따져보고 상경하자는 결론에 도달했다.
워낙 맛있고 배부른 파티를 해서 분당에서 저녁먹고 헤어지는걸로.

차량운행을 하지 않은 인천팀이 저녁을 샀다.
맛있는 저녁을 먹으며 다음 여행을 계획했다.
그 계획이란 아무 것도 정하지 않는다는 기약없음이 결론이다.
여행이나 산행이 어떠한 것일지라도 그날 우리는 또 한번 격하게 즐거운 하루가 될거라는 것에만 마음이 모아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