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머니만큼 여행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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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머니만큼 여행하기2

선운사 폭설여행

틈틈여행 2024. 1. 23. 17:27

서울에 눈소식이 많다.
하와이에서 눈구경을 하기위해 2016년 1월 25일 여행문을 찾아냈다.

****
오매~손님이 다오셨네~!!"
우린 빵 터졌다.
손님 들 날씨 아니라고 음식점 주인 말씀은 그리하지만  방바닥이랑 실내 온도가 알맞게 따뜻하다.
"어디서 오셨어요?"
우리는 각각 동두천 의정부 고양시에 산다.
선운사도 식후경, 허기를 느껴 밥부터 먹자고 주차장에 제설된 흔적이 있고 처마가 있는 장어집에 들어간 것인데 식당에 들어오는 동네사람들마다 신기한듯 다 똑같은 질문이다.
대단한 열정이라고 박수를 쳐주는 분까지...ㅎㅎ
열정이라 쓰고 극성이라 읽지요.




그도그럴 것이 어마무지 쌓였고 그 위에 계속해서 엄청난 눈이 내리고 있었기 때문이다.
일요일 새벽 5시에 일산을 출발해 7시간만에 선운사 입구에 도착했다. 서해안고속도로 송악쯤에서 눈발을 만났고 행담도 휴게소에서 간단하게 아침을 먹고 나왔을 때는 이미 온세상이 하얬다.
조심조심..타이어에 스프레이를 하고 雪雪 기어갔다.


미약하게나마 제설된 구간이 몇군데, 나머지는 온통 그대로인 고속도로에서 충돌사고, 혼자 멋대로 돌아 가로질러 서있는 결혼식 하객들 버스, 잠깐 세우고 쉬던 차 같은데 눈에 둘러쌓여 핑핑 헛바퀴만 도는 차들까지 다양하게 만났다.



그리고 또 하나 다양한 것은 차창 밖 풍경이었다. 수종에 따라 달라지는 나무와 눈이 어울려 만들어내는
눈풍경은 지루하지 않았으나 조바심을 일으켰다.
빨리 선운사 숲길로 가고싶어~~






눈예보 확인하고 방장산을 가려했다. 고창읍성 한바퀴, 석정온천에 피로 풀고 장어 먹고 올라온다는 창대한 계획.
방장산 멋진 풍경으로 사람 마음 흔들어놓은 친구에게 도움을 청했더니 실시간으로 나를 말린다.
고개를 넘어야해서 안전상 문제있다고..선운산은 어떨까 했더니 그나마 평지길이니 거기로 가보란다.


사실 100대 명산중 새로운 산 가고 싶어 방장산을 계획했는데..그래서 내려가며 방장산 휴양림에 전화를 걸었다.
산행 할 수 없을만큼이라고 오지말랜다.
뭐..어차피 여행이던 산행이던 유동적인 계획이었고 뽀송뽀송 건조한 곳에서 내려가 흰눈속에 있으니 마음까지 촉촉해져
무엇을 어찌하던지 다~~ 좋은형국이었다.  선배도 후배도 나를 믿고 동참해 정말 행복해했다.
올겨울 처음으로 푸진 눈을 즐기며 동네강아지 흰둥이 바둑이 뛰놀듯 이리뛰고 저리뛰고...



감사하게 날씨가 춥지 않았다.
한파, 그게 뭐에요~~?
장갑을 벗고 한참을 돌아다녀도 손이 시렵지 않았고 워낙 춥다는 뉴스에 한 겹 껴입은 셔츠도 중간에 벗을정도였다.
쌩하니 도솔암 돌아보고 어두어지기 전에 이 지역을 벗어나자는 말은 어두워질때까지 머물며 놀자는 마음에 묻혔다.




파란하늘을 배경으로 한 하얀풍경이 설경의 진리이겠으나 그건 발품 팔아 높은곳 올라갔을때 얘기다.
나뭇가지 소복소복 쌓인눈은 곧 떨어질테니 소담스런 풍경은 펑펑 눈내리는 날에나 볼 수 있지 싶다.
실제로 돌아오는길 도로옆 나무들은 이미 헐벗어 시시한 모습이었다.

                    



어쩜 눈이 쉬지않고 내리는지...사진 찍기 불편해서 그렇지 눈내리는 순간을 좋아하는 내게는 아주 흡족한 날씨였다.
눈이 내리다 그치면 에잇 시시해~하는 마음이 든다, 예나 지금이나..
돌아갈 걱정잊고 도솔암 내원궁까지 올라갔다.


눈발이 약해지는가 싶더니 저기가 천마봉이야 라고 할 만큼만 어렴풋이 보이다 이내 뽀얗게 흐려지곤 눈발이 거세어졌다.
하지만 이곳이 처음인 두 냥반, 이미 선운산의 매력에 빠져들었다.
내려오는길 텅빈 산에서 예상보다 시간이 많이 지나 마음이 급해졌다.
마애불좌상을 보여주어야하나 고민하는 찰나 100M만 가면 된다고 보고 가라는 분들이 계셨으니 선운산 구조대.
마애불좌상을 보고 내려와 눈을 피해 정자에서 커피 한 잔 하려는데 두 분 지나간다.
신기하기도 하지. 사람의 기운이란 것이 그런건지 마애불좌상 보구 가라고 한마디 들은 것 뿐인데 반사적으로 뭔가 나누고 싶은 마음이 들었다.
"따뜻한 쏘세지 드실래요?"
불쑥 보온통을 내밀었다. 다행히 맛있게 잡숫는..



사진 같이 찍어 기념하겠다신 선배님 덕분에..(사실 그때는 두 분께 죄송하고 민망했다는..)



고창 IC까지 제설이 되어있지 않았지만 고속도로는 아침보다 많이 좋아졌고 어느시점부터는 까맣게 제 색을 드러내고 있어 아주 늦지 않게 돌아올 수 있었다.
"언니. 나 동심으로 돌아가 하루 잘놀아서 그런가봐. 하나도 피곤하지 않아. 내가 운전 다할테니 언니는 쉬어요"
우리는 어릴 때 논밭에서 연탄재 넣어 눈덩이 만들어 이글루 만들어 놀던 때를 그리워하면서 눈이 점점 인색해지는 아쉬움을 싱싱한 커피로 달래며 버석하게 마른 우리의 일상으로 되돌아왔다.
마음은 촉촉한채로...




고창 IC까지 제설이 되어있지 않았지만 고속도로는 아침보다 많이 좋아졌고 어느시점부터는 까맣게 제 색을 드러내고 있어 아주 늦지 않게 돌아올 수 있었다.
"언니. 나 동심으로 돌아가 하루 잘놀아서 그런가봐. 하나도 피곤하지 않아. 내가 운전 다할테니 언니는 쉬어요"
우리는 어릴 때 논밭에서 연탄재 넣어 눈덩이 만들어 이글루 만들어 놀던 때를 그리워하면서 눈이 점점 인색해지는 아쉬움을 싱싱한 커피로 달래며 버석하게 마른 우리의 일상으로 되돌아왔다.
마음은 촉촉한채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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