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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머니만큼 여행하기
영동선 오지 트레킹 본문
2015년 5월 23~25일
가끔 영혼이 모두 털린 것 같은 허허로움과 함께 피로감이 몰려올 때가 있다. 방전지경, 지쳤다는 얘기다.
3월부터 주말마다 친구들, 주변인들 이끌며 먼거리 여행하고 산행하면서 조금씩 쌓였던 피로감이 턱 끝까지 차올랐다.
진정한 여행은 혼자하는 것이라는 다소 치기스런 정의에 동의하지는 않지만 이때쯤 진정 나만을 위한 시간이 필요하고
내 맘대로 여행하며 충전해야 할 시기다.

경북 봉화를 선택했다. 1박 2일 꽉 채워 봉화를 즐기려던 계획은 원주에 결혼식이 있어 대폭 수정되었다.
좋은 계절 황금여휴 시작은 무조건 새벽 출발이 최선이다. 길에서 보낼 아까운 시간은 새벽잠 줄여 출발했음에도 호법 분기점은
자동차로 밀려 시간이 지체되었다. 원주에서 때빼고 광내고 원주허브팜에 들려 산책 후 결혼식에 참석했다.
"나 배고파. 밥부터 먹고 결혼식 볼래"
배고픈게 문제가 아니라 시간 절약을 위해..결혼식 마지막까지 꼼꼼이 봐주고 봉화로 고고고~~

꼬불꼬불 산길 달려가면 한낮임에도 온도 뚝 떨어져 시원할 것 같은 상상을 하게 만드는, 오래전 청량산에 다녀온 것이 전부인, 산간오지가 있지만 이제 더이상 오지는 아닌 봉화는 정서적인 거리가 먼 것이지 실제 그리 먼 동네는 아니다.
크게 가보자 맘먹게 되지 않는 동네였달까?
언제 한번 가봐야지 하던중에 지인의 여행지 리스트가 바뀔 만큼 좋았다는 극찬이 나를 봉화로 향하게했다.
한갖진 닭실마을 한바퀴 돌고 바람 솔솔 부는 그늘아래 정자에서 과일 깎아먹고 커피마시고 한낮의 더위를 피했다.
새벽에 내려온 피로를 푸느라 누워서 뒹굴뒹굴.

해가 길게 누울 시간 다가올 때 천주교 우곡성지에 도착했다. 꼼꼼이 둘러보고 기도하고 미사예물도 넣고 계곡을 따라 오르는데
일을 마치고 돌아나오는 차량 운전자께서 하시는 말씀
"혼자 어디까지 가려구요. 산이 깊으니까 너무 많이 가지말고 내려오세요"
봉화는 여자 혼자 여행하기 적합지 않은 여행지란 생각을 잠깐했다. 닭실마을 한바퀴돌고 석천계곡 올라가보려는데 입구에
여자 혼자나 어린아이들끼리는 숲에 들어가지 말라는 표지판이 서있어 얼른 돌아섰고 이곳에서도..오지 맞구나!!
와락 겁이 나서 몇 걸음 걷다가 되돌아 뛰어내려왔다. 아직 해는 많이 남아있으나 숲은 어둑신하고 살짝 추웠다.

영동선 오지 트레킹을 하기위해 봉화를 선택했으니 둘째날은 분천역에서 시작한다.
영동선 분천역과 철암역을 오가는 백두대간 협곡열차 'V트레인'은 예약이 끝나서 일반열차를 타기로 맘먹고 무작정 갔다.
철암까지 가보고 싶은 마음은 굴뚝이나 일단 계획은 트레킹이니까..

먼저 승부역까지 기차를 타고 돌아올 때 걸어야 시간에 구애를 받지 않을 것 같아 서둘러 나가서 승차권을 구입하고
여기저기 구경 했다.
산골의 작은 기차역에 첫 기차 시간이 다가오자 사람들이 몰려왔지만 도시의 어느 역에 비할수 없이 조촐한 숫자다.

승부역은 열차 아니면 갈 수 없는 곳이란다. 참으로 작은 역사, 주변에 암것도 없다. 바로 걷기로 하고 출발.
햇살 쨍쨍해도 바람좋은 쾌적한 날이라 걷기는 좋았다.
자갈길도 걷고 기찻길 옆을 걷기도 하고 아주 가끔 오솔길이 나오긴 했다.
그런데..갸는 뭐가 그리 좋았다는거지? 일단 계곡을 따라 걷는 길이 그늘도 없는 시멘트 포장이 절반이상이라
맘에 들지 않았다. 기차를 타고 오면서 봐도 절경, 비경 그런건 없어보였다. 산길을 택해서 갔었나? 아마 그랬을거야.
가을에 왔었나? 그니의 말에 너무 나의 기대가 넘 컸나? 어쩜 내가 좋은 곳들을 너무 많이 다녀서 그럴지 몰라.
그니도 꽤 많이 다녔는데 말이지.


낙동비경길에 들어서서야 아..좋다~!! 하는 감탄을 했다. 일단 숲으로 들어와 걸으니 시원해서 좋았다.
데크에 흔들다리도 걷고 비경은 아니지만 경치도 좋고 재미나게 걸을 수 있는 길이다. 때마침 기차가 지나간다.
"V트레인이 저렇게 생겼군"
배가 고파져 한차례 간식을 먹고 오래지 않아 양원역에 도착했다. 전국최초의 민자역사로 제일 작은 역이란다.
주변안내도에 '느림의 미학, 기차여행의 성지'라 써있는데 깊이가 없는 날탱이 여행자여서인지 그렇게까지 느낌이
오지는 않았다.
양원역에서 막걸리 한 잔에 감자두릅전을 먹었다. 우와~ 맛있다. 고소한 감자위에 땅두릅향 고스란히 살아있다.



이제 체르마트길이다. 체르마트에 가보지 않아서 모르겠지만 암튼 숲으로 걸으니 기분은 좋다.
발 담글만하게 계곡의 그늘진 곳이 없어서 내쳐 걸으니 다리가 뻐근하고 무릎이 쑤시기 시작이다.
나무그늘에 앉아 양말을 벋고 발을 쉬게하면서 커피도 마시고 바람도 즐겼다.


12km 걸은 후 지친데다 햇살이 너무 뜨거워 여행의욕 상실. 여행을 계속하면 돌아가는 길에 운전이 어렵겠다 싶었다.
가볍게 늦은 점심을 먹고 봉화를 떠났다.
트레킹을 추천한 지인의 전화.
영동선 오지 트레킹을 격하게 추천한 지인에게서 전화가 왔다.
"언니 어땠어요?"
"내겐 평이했어. 언제 다녀온건데?"
내 대답에 저으기 실망하는 눈치. 진달래가 한창이고 연두빛 새순이 몽글거릴 때 다녀갔단다.
"글쎄..진달래가 없어서 그랬나봐. 아주 감동적이지는 않았어"
난 내가 걸은 길에 진달래 피어 역광으로 눈부신 분홍빛을 상상해 봤다.
음...그렇다해도 그니처럼 여행 리스트를 바꿀 만큼은 아닐 것 같다. 가을에 다시 갈거라며 그땐 같이 가잔다. 그러마 했다.

< 분천리 어느집 문패가 예뻐서...>
영동선 오지 트레킹이나 백두대간 협곡 열차는 한번쯤 경험해보길 권한다. 여러가지로 의미가 있는 여행지이고 여행을 결정짓는 성분은 다양하니까. 내게 영동선 오지트레킹 코스가 좋지 않았다기보다 아주 빼어난 풍광을 가지고 있는 곳은 아니라는 뜻이다. 그리고 빼어난 경치가 아니었어도 나의 이번 봉화 여행은 충분히 즐겁고 달달한 행복한 여행이었다.
연휴 가운데날 막 밀리기 시작한 고속도로를 고생않고 돌아와 하루 남은 날 늘어져라 쉬고 있으니 2박 3일 황금처럼 자~알 보낸것 맞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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