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증도여행.. 허세와 야생

틈틈여행 2015. 6. 21. 23:58

수도권에서 멀고 메르스 영향으로 여행객마저 줄어들어 평일의  슬로시티 증도는 텅 빈 채 나를 기다렸다.

납작하니 별것 없어보이는 어촌이라고 무시하기엔 1박 2일로 어림없는 재미난 곳이 증도다.

그래도 한낮은 소금박물관에 들어가고, 리조트에서 햇볕 피하고, 피로는 해수찜으로 풀어가며 빽빽하지 않게 증도를 탐했다.

 

 

     

 

 

 

 

 

증도에 들어가기 전 수협 송도위판장에 들렸다. 사실 뭘 모르고 들어간 것이다.

점심때도 다가와 싱싱한 회나 한 접시 먹을까하는 생각이었으니까.

헉..그런데 맨 병어들이다. 알고보니 젓새우 산지로 대표적인 신안 임자도와 증도 지도 비금도 해역에서 잡히는 병어를

최고로 친단다. 마트에서 유월에 한 두차례 사먹는게 고작인 병어가 새롭게 다가왔다.

요즘 잘 안잡혀서 가격이 비싸졌다는데 암튼 새로운 경험이었다.

 

 

     

 

 

 

 

 

태평염전 솔트레스토랑에서 점심을 먹었다.

함초비빔밥과 생선구이. 함초도 함초지만 반찬으로 나온 고시래기의 식감이 좋다.

칸막이 건너편에서 밥을 먹던 청년들이 친구가 화장실에 간 사이 나더러 김미숙씨와 사진을 찍을 수 있냐 묻는다.

"네? 배우 김미숙씨요?"

그럼 난 김미숙 매니저로 보였나? 낄낄

 

 

     

 

 

 

 

 

 

숙소인 엘도라도 리조트에 짐을 풀고 뜨거운 햇볕을 피하기로 했다.

누워 쉬다가 발코니에 나가 커피를 마시고..

증도가 우리 것인양 독차지하고 노는 시간에 우린 맘껏 허세스럽기로 했다.

여행만 똑 떼어놓고보면 세상 이런 팔자가 또있냐 싶어보여도 사는게 다 그러그러해서 일상은 구리고 텁텁한 것이니..

허세작렬 모드로 전환, 너저분한 일상은 잠시 미뤄두자고 했다.  여행지의 여백이 우릴 그렇게 만들었다.

여행은 남루한 일상에 찍는 쉼표 아니던가?!

 

 

    

 

 

 

 

 

 

 

"둘이 온게 아쉽다"
리조트 손님만 이용하는 해변에서 둘이 놀며  셀카질이 잦아지니 써니가 몇 번 이렇게 말했다.

둘이라 모자란 것이 아니라 이렇게 고급진 리조트와 좋은 풍경에 더 많이 함께 오지 못한게 아쉽다는 것인데 ...
사실 난 딱 좋았다.

좋다는 감탄에 맞장구와 추임새 넣어주는 친구 하나면 족하다.

난 요즘 완전방전상태에서 충전하는 시기이므로 다른 사람들 보살피느라 피로하고 싶지 않았다.

짱뚱어 해수욕장에선 어촌의 허세쩌는 분홍 강아지가 나타나 허세샷 한 컷 더...

 

 

    

 

 

 

 


 

뻘에서 뻘짓하며 해넘어가는 시간을 보냈다.

황금빛으로 물들어가는 바다를 등지고 떠날 때 숙소에 또다른 친구가 도착했다.

종달새 같은 딸이랑 합류한 목포댁. 전남에서 30년 가까이 살았어도 전라도 무지랭이.

저녁밥으로 어스름하게 보이는 바닷가를 바라보며 짱뚱어탕을 먹고 아무도 없는 밤바다에서 네 여자가 깔깔거리며 뛰고 놀았다. 열 살 아이 따라 쉰 셋 여자들도 열 살이 되었다.

어두운 바닷가에는 밀물 들어오는 소리와 우리의 웃음소리가 전부였다.

 

 

      

 

 

 

 

 

 

아이가 있는 자리에서 맥주를 마시는게 많이 미안했지만..

어릴적 얘기도하고 자식 키우는 얘기 먹고 사는 얘기들...등등 자분자분 수다를 떨었다.

 

 

 


 

 

 

 

 

 

"잘 다녀와~"

아침에 목포댁이 딸래미 학교에 데려다주러가고 우린 우전해변을 걸었다.

써니는 쭈욱 맨발이었다.

아무도 없는 이른 아침의 바닷가에는 정말 많은 게들이 올라와 있다가 우리가 움직이면 순식간에 구멍으로 사라졌다.

과일을 먹고 게들과 기싸움하듯 놀다가 커피를 마시려하는데...

 

 

 

 

 

 

 

 

 

아뿔사!! 준비한 커피는 두고 나왔더라는...

우리에겐 그것도 한바탕 웃에 만드는 소소한 사건이었다.

 


          

 

 

 

 

 

돌아오는 길은 해송숲길을 택했다.

우리가 선택한 해변 먼저 걷고 숲길로 돌아가는 코스에 만족이었다.

설령 햇볕부신 날이어도 이른아침 이런 코스로 걷는다면 뜨겁지 않게 산책할 수 있을 것 같았다.

 

 

 

 

 


 

 

 


 

몇 해 전 이 리조트에 묵으며 증도여행을 했을 때 걷지 못한 아쉬움을 완전 풀어냈다.

소나무 사이로 보는 바다도 좋았고 그 바다가 보내주는 아침바람도 참 좋았다.


 
   

 

 

 

 

 

내가 준비해간 재료로 만든 샌드위치와 우유, 커피로 아침 식사를 했다.

이렇게 먹으면 시간이 넉넉해져서 좋다.

그리고 해수찜. 아이쿠 시원하다~~.

얼마전 여행에도 뜨거운 한낮 온천으로 데리고 갔더니 친구들이 엄청 좋아했다.

이제 나이 먹은겨.

   

 

    

 

 

 

 

 

날씨는 하느님 소관이라 바닷가 여행에 다소 부적합한 비 올 날씨는 아까웠지만 세 여자의 여행에 방해될 만큼은 아니었다.

'한국인이 꼭 가봐야 할 국내여행지 100선'에 증도가 2위라는 얘기.

100선이라...니가  안가본데 있겠니?  친구들이 내게 자주 하는 말이다.

쭈욱 훑으며 세어보니 여기에 들어가지 않은 많은 좋은 곳 다니느라 아직 열 곳 정도 남았다.

그리고 대한 민국 구석구석 다니려면 아직 멀었다.

 

 

 

 


 

 

 

전날밤 아주머니들이 추천해주신 검산에서 커피마시기에 뜨겁지않아 좋다.

그분께서 천천히 즐기라고 해를 가려놓으셨나보다. 뭉게구름 있는 맑은 하늘이 좋지만 비 좀 와야하는 상황이니

뿌연 하늘과 바다도 즐겁다.

빗방울에 우산 펼 생각 안하고 달달이와 커피로 간식을 먹었다.

동네분들이 강추하신 만큼 좋은 곳이지만 흐린 날씨여서 제 빛을 다 발하지 못해 풍경도 우리도 서로 아쉬웠다.

그래도 비가 와야하니까..

 

 

    

 

 

 

 

 

 

위판장에 들려 병어를 살 생각에 염전에 오래 머물지 못했다. 에잉 아쉬워.

염생식물원을 천천히 오래 걷고 싶었는데 말이지.

함초 붉은 빛과 초록이 어울리고 또 그것들과 물길이 어울려 아름다운 그림을 그리고 있는데 오래오래 즐기지 못했으니

다시 와야겠다, 증도.

함초 키 자라 더 붉어지고 소금꽃 하얗게 핀 여름날 다시 와야겠어, 증도.

 

 

    

 

 

 

 

 

 

 

 

 

우리여행은 하나하나가 하이라이트였지만 그 중 최고는 목포댁의 병어조림이었다.

딸래미 학교 보내고 다시 올 때 밥과 반찬에 병어요리 준비를 일습해왔다. 

요즘은 병어가 잘 안잡힌다는데 수산물 위판장에서 비싼 병어를 사 우리 몫으로 따로 포장해주고 현장에서 직접 해먹이고

싶어하니 풍경 좋은곳에 자리한 정자는 내가 찾기로 했다.

몇 개의 정자를 지나치다 무안의 홀통유원지 작은 어촌마을 아름다운 풍경끝에 오두마니 서있는 정자를 찜했다.

우린 미친듯이 만족했다.

내가 커피정자 라면정자 과일정자 많이 찾았지만 이리 병어조림정자까지 찾게 될 줄이야!!

 

 

  

 

 

 

 

 

 

"횟감을 뭐하러 사"

조림하는 동안 먹을 횟감을  조금 살까 했더니 툭 한마디 던지고 병어 한 마리 꺼내 바닷물에 손질한다.

"완전 재밌어. 이건 야생이야 야생. 어제 바지락 주어서 해감하고 오늘 봉골레파스타까지 해먹엇으면 제대로 야생인데.."

내가 낄낄거리며 농을 하는동안 쓱쓱 썰어 병어회 한접시를 만들어 내놓는 목포댁. 그 맛이 어찌나 고소하던지..

가져온 반찬들도 모두 맛나고 보글보글 끓으며 맛난 냄새가 나던 조림은 감자며 험지로 넣은 고구마순까지 정말 영혼이

황홀해지는 맛이었다.

세 마리 졸여서 한마리씩 먹기로 한 병어를 목포댁은 손도 안대고 자꾸 우리 접시에 덜어준다.

"넌 먹지도 않고 우리더러만 먹으래니. 꼭 엄마같이.."
우린 자식처럼 주는 대로 다 받아먹어 냄비를 비워냈다.
"이제 병어를 보면 이 여행이 생각날 것 같아"
병어회와 조림은 우리의 여행에 격한 감동이 되었다.

 

 

 

         

 

 

 

 

오락가락 비오는 날씨에 차가워진 몸은 따끈하게 커피를 끓여 마시는 걸로 체온을 맞췄다.

그리고  목포댁을 꼬옥 안아주는걸로 우리 여행을 마무리했다.

친구들이랑 여행하라고 숙박을 준비해주신 분이 흐믓하도록 창대한 여행을 했다.

 

바느질을 했다.

목포댁에게 줄 테이블보와 컵받침, 수저집, 이것들 모두를 넣을 수 있는 주머니를 레이스 곁들여 예쁘게..

이걸 보내면서 메모를 보낼 생각이다.

'담번엔 1회용 나무젓가락이랑 비닐 봉지 말고 반찬통과 쇠젓가락 가져와줘.

모냥도 모냥이지만 환경을 생각하자.'

 

※ 증도에 가기 전에 살펴본 슬로시티
http://www.cittaslow.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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