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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머니만큼 여행하기
요술쟁이 월출산 본문
95년 8월 여름휴가때 딱 한번 올라봤던 월출산이다.
봉우리에서 깊게 내려가 다른 봉우리로 오르던 기억과
출렁거려 무시무시하던 구름다리,
봉우리 하나 돌아 나오는만큼 뒤쳐진 친구를 기다리던 땡볕..
그 기억들에 강진 영암 해남 좋아하는 내가 지나다니며 바라본 풍경이 더해져
꼭 다시 올라가고 싶던 월출산이었다.
격월로 산행하는 중학교 동문산악회에서는 1년에 한번 원거리 산행을 한다.
지난해는 지리산 정상팀 옆에 찌질이팀을 만들어 노고단과 화엄사를 안내했고
이번엔 월출산 가고싶어 제안했다가 바로 짐이 떠안겨졌다.
햐..난 요런거 즐긴다.
일을 도모하는거 좋아하지만 실상 크게 귀찮고 손가는 것은 산행대장과 총무가 다했다는거...
개인 산행이었다면 마음을 접어야 할 몸상태였다.
장거리 운전을 많이해서 경추디스크 증상이 심해졌고
목구멍이 따갑고 기침이 나기 시작했다.
평소엔 15~20명 정도 참석하고
지난해 지리산엔 35명 중 20명이 나를 따라 찌질이팀이더니
이번엔 총 43명.
암튼 목이 안밖으로 아픈상태지만 버스 한 대 꽉 채워 따라붙었으니
몸이 무리하지 않게 최대한 가볍게 챙겨 나섰다.
우리산악회에서 표현을 많이 못했지만
아무런 스트레스없이 기쁘게 나가고 충만해져 돌아올 수 있는 시간들이라
즐겨 참여하고 빠지지 않으려 노력하는 정기모임이다.
맛난 먹거리 많고 뒤풀이 자리 짧고..내가 꼽는 최대의 특장점.
'시간엄수'를 중요하게 생각하는 내게 고건 늘 부족했지만
이번 산행은 시간도 모두모두 잘지켜주셔서 쾌적한 출발이다.
워낙 멀찍이 나댕겨서 그런지 잠을 잘 수는 없어도 지루하지는 않다.
휴게소 밥 싫어하는 내가 선택한 영암의 대불식당.
새벽 5시 도착 시간에 맞춰 차려진 밥상에 선잠 깬 동문들 모두 만족해한다.
해물이 듬뿍 든 된장찌개는 슴슴하니 시원하고
막 무쳐내고 볶아낸 반찬들이 깔끔지고 맛있다.
밥은 필요하면 얼마든지 더 주시는..된장찌개 7000원
든든한 아침식사로 걱정없는 산행을 시작한다.
랜턴은 산행시작 후 얼마안있어 그 빛을 잃어간다.
가파르게 쳐올라가다 깊게 들어오는 아침햇살 머금고 빛나는 바위산,
그 풍경에 내 눈도 빛났다.
이런 금빛 시간이 너무 좋다.
아래서 올려다보는 구름다리가 시시해보인다.
예전에 봉우리에서 바로 만난 그 느낌이 아니여~
미리 계곡의 깊이를 보고 건너서인지
다리가 딱딱하고 밭밑이 안보여서인지 훨씬 겁이 줄어들었다.
아..저넘의 하얀 현수막.
난 걷어내는 기술이 전혀 없다 ㅠ.ㅠ
그래서 지금 영암군청에 전화를 걸었다.
메시지 전달 역할도 못하면서 사진만 망치니까
떼버리고 안내문은 다른 방법으로 해달라고..
월출산 국립공원 관리공단으로 연락을 취해주겠단다.
선두는 어디쯤으로 달아났을까?
달아났다는게 맞다.
새벽 들머리부터 쏜살같이 사라지더니 잠간씩 얼굴보기도 힘들게 만나지지가 않는다.
월출산은 그리 내달려 걸어서는 안될 산이건만..
몇걸음 걷다가 뒤돌아보면 같은 바위가 전혀 다른 풍경을 만들어내고
서너걸음 옆에 있는 바위에 올라서면 화들짝 놀랄 모습으로 반겨주고..
대충 걸으며 휘이 둘러볼 산이 아니었다.
보라색 꽃이 좋아서 지나는 산객에게 물어
'용담'이라는 이름을 알았다며 꽃말을 찾아보는 후배가 있었다.
나도 좋아하는 용담은 산에서는 또롱또롱 잘 피는데 꽃시장에서 사오면
여엉 말라버리고 제모습을 보여주지 않는다.
한참 뒤에서 나무 이름이 뭐냐고 무전으로 물어온 후배도 있었다.
다행히 내가 알고 있는 참빗살나무^^
난 이런 산행이 넘 좋다.
밥벌이 하는 속도말고 쉼을 하는 느릿한 걸음.
산행대장은 내가 사진 찍느라 늦는다 구박이지만
느린걸음이기도 하고 해찰이 이래저래 많아서이다.
이번 산행에 참석하신 분들 대부분이 월출산 초행이었다.
그건 그만큼 멀어서 쉽게 접근할 수가 없었단 얘기고
언제 또다시 올 수 있을 지 모른다는 말이기도 하다.
"좀 천천히 함께 놀면서 가면 안돼?"
궁시렁궁시렁 쌩하니 가버린 선두에게 띠불띠불..
눈을 통해 가슴에 새겨둔 풍경들도 시간에 빛바래지기 마련이다.
사진으로 다~ 담을 수 없어도 산풍경 사람풍경 꾹꾹 눌러담아놓으면
아직 먼 훗날 그것들이 추억으로 가는 지름길이 될거라
난 즐겁게 놀면서 설정샷도 찍고 도촬도하고 화보흉내도 내본다.
사진은 웃는 순간을 담을 수도 있지만
허리 꺾고 웃을 수 있는 시간도 만들어준다는 걸 알아서 나는 사진질을 좋아한다.
걷다가 문득 뒤돌아 봐야하는 산이고
멀리에 가까이에, 왼쪽과 오른쪽에서 나를 놀래키는 풍경에
깜딱 놀라줘야하는 산이다.
눈 돌리는 곳 어디에고 감탄을 거를 수 없는 월출산을
요술쟁이라 불러주고 싶었다.
누구는 설악산보다 좋다하고
누구는 북한산은 댈 것도 아니라 했다.
모두들 격앙될 만큼 월출산의 매력에 빠져들었나보다.
월출산은 중국의 장가계나 원가계 규모에 댈 것도 아니라 한마디 한 후배를 쥐어박았다.
"여행지는 절대평가야, 상대평가가 아니라규!!"
내가 발끈하는 코드를 건드렸기 때문이다.
한반도를 다른 나라와 비교하거나 한반도여서 놀라는 것 아주 싫다.
이를테면...
우리나라같지 않아..
우리나라에도 이런데가 있다니..
종주팀은 도갑사로, 찌질이팀은 경포대로 내려오기로 했다가
후미가 너무 쳐진다고 모두 경포대로 하산했다.
얼마전 설악산 울산바위와 금강굴을 하루에 걷고 와서 션찮아진 무릎을 걱정했지만
아무 문제 없어 도갑사까지도 문제 없을 것 같았는데..
그래도 내 몸은 산뜻한 기분과 달리 버거웠나보다.
슬슬 목에서 쇳소리가 심해졌다.
눈꼽까지 더럭더럭 끼더니 오늘은 탱탱부은 얼굴에
두통이 심하고 목소리가 전혀 나오지 않아 일요일 푸욱 쉬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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