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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머니만큼 여행하기2

너~무한 여행

틈틈여행 2013. 3. 10. 05:01

너~무 추웠다.

 

..옷 이쁘게 입고와. 시커멓게 입지말고.

여행계획 세울 때 주문 했더니 완전 봄옷으로 분홍 파랑 초록 주황 이쁘게들 준비해왔다.

그럼 뭐하나?

강풍주의보에 우리는 날아갈 뻔했고 주의보가 해제되고도 날씨는 너~무 추웠다.

추운걸 불사하고 인증샷으로 남긴 것 뿐 우리는 2박 3일 두터운 겨울 옷 속에 갇혀있었다.

봄맞이라고 하기엔 무색하리만치 추웠다.

조카들은 얇은 가디건이 겉옷의 전부였고 전날 밤 날씨 확인하고 챙겨간 내 옷으로 바람을 막았다.

해남에서 여수를 운전한 내 어깨며 팔목은 시큰시큰..강풍에 휘청거리는 자동차 핸들을 너무 꽉 잡았나보다.

 

 

 

 

 

너~무 맛있다.

 

이번 여행의 동선은 그리 효율적이지 않았다.

남도 초보인 승철이와  땅끝과 돌산을 못가본 재금을 골고루 배려하다보니 너무 헐렁하고

이동시간이 길었고 바람이 심해서 느긋함은 많이 떨어졌다.

그래도 마음이 늘 충만했으니 영혼을 릴렉스하는 너~무 맛있는 음식들 덕분이다.

목포 '해촌'은 바지락과 낙지 전문점. 

四中五大..바지락무침 주문할 때 요거 잊지 마시길. 우리가 만들어 낸 말이다.

너무 배고파서 大를 주문했는데 행주질 하던 아주머니께서 나를 획 둘러보셨다.

순간 이게 뭐지...? 하다가 기어들어가는 소리로 中으로 달라했다.

수도권에서는 있을 수 없는 양. 우리 中으로 공기밥 다섯개 먹었다.

여수 '한일관'의 회정식, 옥과한우촌의 생고기와 꽃등심이 우리의 입에서 살살 녹았다.

별로 배 안고프다하고도 음식상을 받으면 감탄사와 더불어 상을 싹쓸이하는 우리는 식신.

그리고 미황사의 저녁공양, 식재료 하나하나 맛이 살아있어 도심에서 값비싸게 먹는 사찰 음식에

비할 수 없는 맛이다.

아름다운 미황사의 풍경은 뒷전이고 공양 칭찬만.. 어우야~~ 동백꽃도 보란 말야? 대웅전 안이뻐?

식성과 함께 음식 섭취량, 혈당이 떨어지는 시간이 맞아야 여행멤버의 자격이 맞는거라고 낄낄거리는

여행이었다.

 

 

 

        

        

 

 

 

너~무 많았다.

 

사람들 말이다. 모두들 연휴에 봄맞이를 나왔는지 차와 사람으로 넘쳐났다.

물론 우리가 한바퀴 돌고 나오는 반대편 길이 항상 밀려있도록 계획을 세워서 그로 인한 불편은 없었다.

문제는 미리 예약을 하지 않은 첫날의 숙소였다.

해 떨어지고 바람불고 펜션이며 호텔, 리조트, 모텔까지...엄청난 전화를 해봐도 빈 방이 없다.

여수밤바다를 즐길 여유가 없다.

바람불어 춥지, 회센타에 자리 없어 회도 안떠준대지, 잘 곳도 없지..

새벽에 출발해 밤이 늦어지면서 피로가 쌓이고 걱정이 쌓여 안되면 찜질방이라도 가자는 말까지 나왔다.

나는 절대 그럴수는 없다는 쪽..

재금의 이모도 여수에서 방을 못구해 통영으로 다시 진주까지 가셨다는 전화가 왔었다.

두시간 가까이 찾아 헤매다가 관광지에서 조금 벗어난 곳에서 겨우 방을 잡았다.

주인께서 가족끼리 다른층을 쓰면 불편할 테니 방의 크기를 보고 한 방으로 정하라고 미리 보여주셨다.

웬만하면 한 방 쓰는게 편할거라고..넷이 몇시간 묵기엔 충분하겠다 싶어 정하자마자 곧 하나 더 있던

방에도 손님이 들었다. 주인의 친절에 잠자리를 찾아 헤매던 우리의 수고가 보상을 받은 기분이다.

낡았지만 따뜻한 방에 묵을 수 있음이 이렇게 다행이고 행복했던 적이 이전에 있었던가?

펜션을 이용하려고 준비했던 각종 반찬을 방바닥에 펼쳐놓고 편의점에서 데워온 햇반으로 먹는 만찬에

우리는 낄낄거리며 재밌어했다.

다음날 하루종일 모텔 간판만 보면 환호 할 정도였으니 우리 맘고생의 깊이가 느껴지실랑가? ㅎㅎ

대낮에 지천으로 보이는 모텔이 왜 밤에 모텔이 보이지 않았는지 알겠다.

모두 손님으로 이미 채워져있었던거다.

둘째날 밤은 남원에 방 두개에 넓은 거실이 있는 쾌적한 리조트가 예약되어 있었다.

 

 

 

 

 

 

 

 

너~무 아팠다.

 

내려가는 차안에서 간간이 재채기가 나오더니 약을 먹고 자도 소용없이 재채기 콧물 기침 오한이 났다.

난 향일암 몇 번 가봤다, 오동도도 가봤으니 니들만 다녀와라, 하는 소리가 목구멍까지 오르락 내리락.

결국 여행을 마치고 올라오는길 으슬으슬 춥고 손이 시려워 운전도 어려울 정도, 가로수길에서 맛있는

파스타 먹고 헤어지기로 한 약속을 지킬 수 없게 되었다.

나 혼자 차에 두고 즈덜끼리 먹을 수는 없다는거. 쫄딱 굶고 헤어져서 너무 미안한데 그리 오래 그 생각을

하지 못한게 난 양치하고 손만 씻고 그대로 누워버렸다.

그리고 난 이번 주 내내 하루 스무시간 가까이 잠을 잤다.

여행짐은 정리되지 않은채 현관부터 시작해 온집안에 3일동안 널부러져 있었다.

근육통을 동반한 몸살감기는 처음이다.

대충 씻고 출근했다가 돌아오면 눕고, 그러다 땅 속으로 꺼져 들어가듯 혼곤히 잠에 빠지고..

잠깐 일어나 뭐라도 챙겨먹고 짐 하나 정리하고 ..

꼬박 6일동안 잠을 자면서 감기를 다스렸다.

어제 오후에야 슬슬 산책이라도 해볼까 하는 마음이 들었으니 웬만큼 나은 모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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