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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머니만큼 여행하기
오랫만에 걸어본 설악 본문
85년 8월, 언니 동생 셋이 백담사 수렴동계곡 봉정암으로 해서 대청봉에 올랐다.
희운각대피소 양폭산장을 거쳐 비선대 소공원으로 내려왔던게 내생애 첫 등산은 참으로 격했으니
운동화 신고 2박 3일 산행한 후 엄지 발톱 하나가 빠져나갔다.
그때 설악에 감동을 먹었고 무릎이 쿡쿡 쑤시는 오늘까지 산행을 하고 있다.
두번째 대청봉은 94년 1월, 오색에서 대청, 희운각 소공원으로 내려오는 무박산행.
불금을 보내고 토요일 출근, 밤 11시 떠나는 버스를 타고 다녀왔다.
돌봐줄 사람도 없이 혼자였던 나는 밤새 눈내린 산에서 죽고 싶었다.
불금의 여파로 너무너무 배가 아팠으나
많은 산객들이 해드랜턴을 켜고 산행을 하고 있어서
달빛교교한 하얀 눈밭에 발자국을 내면서 혼자 야전 화장실에 갈 용기가 없었다.
아..그날의 고통이란!!
그것이 트라우마가 되어 공룡능선과 화채능선, 용아장성을 결국 걸어보지 못했다는..
1000m 넘는 산에 겁부터 먹었고 동네 야산이라도 갈라치면
전 날부터 컨디션 조절에 만전을 기하는 습관이 생겼다.
설악산은 내 젊은 날의 시간을 품고 있고
내 가슴 깊이 설악산에 찍어둔 발자국이 선명하다.
내 손바닥엔 내가 잡았던 나무들의 감촉이 28년 전 그대로이다.
코스별로 구석구석 꽤 많이 걸어다닌 설악산.
큰맘먹고 오랫만에 걷는 설악산을 선택했다.
내가 너무 오랫동안 케이블카를 애정했고 권금성을 편애했다.
무릎 상태도 안좋으니 간단하게 오색에서 대청, 다시 오색으로 돌아오는...
새벽길 달려 양양에 도착해 쏠비치 호텔에서 아침을 먹었다.
대청봉까지의 에너지 충전을 위해 뷔페식당에서 우아하게 많이..
포근하게 시작한 오색이지만 눈발이 날리다가 바람이 분다 싶더니
대청봉에는 지독한 바람과 구름으로 눈 뜨기도 어렵고 걷기도 버거웠다.
내 몸이 스르르르 바람에 밀려 날아가는 정도.
상고대가 필지도 모른다는 기대감과 아침까지 이 날씨면 어쩌나 걱정이 함께했다.
정신없는 바람속에서 휘청거리며 도착한 중청대피소는 천국이었다.
가끔 휘몰아치는 바람소리가 무시무시 했지만 내 몸이 날아갈 걱정은 없었다.
따뜻한 햇반 하나 뚝딱 먹고 허기를 달래고 나니 억만 년 전에나 누워본듯
아스라한 기억과 함께 피로가 몰려온다.
잠시 누워 휴식을 취한 후 채끝살을 구워먹고 누룽지를 끓여 저녁을 먹었다.
사람들의 코고는 소리에 깨어있으면서 밤새 기도를 드렸더니
통했다!!
아침..아!! 내가 보고 싶은 풍경이다!!
모두들 일출을 보기위해 쏜살같이 대청봉을 향할 때
나는 혼자 돌아서서 해뜨기 전의 푸른 시간에 눈을 두었다.
시린하늘에 하얀 달빛과 중봉대피소에서 흘러나오는 불빛이 주는 풍경에
눈길이 멈춰지자 발걸음도 딱 달라붙어 떨어지지 않았다.
94년에 왔을때도 근사한 일출을 만났는데 운이 좋다.
사실 일출보다는 햇살이 비추면서 연출되는 산풍경과 운해에 더 열광하는 쪽이지만..
동해에 불쑥 해가 떠오른 이후에도 나는 그곳을 쉬이 떠날 수가 없었다.
여기저기 끝간데 없는 산풍경에 눈을 두고 서있었다.
물론 잦아들지 않은 바람에 흔들리는 내 몸 가누는데 애를 먹었지만..
다시 오색으로 내려오는 길은 참으로 지루했다.
어제 내가 무슨 정신으로 이 가파른 길을 올라갔지?
절반쯤 내려왔을 때부터 오른쪽 무릎이 콕콕 쑤시더니
마침내 양쪽 무릎이 모두 시큰거린다.
모든 중독은 정신병의 일종이야..내동생이 자주 하는 말이다.
그래 나 정신병이다. 28년째..내가 하는 답변이다.
자제해야지, 참아야 돼!!
결심이 무색하게 자꾸 다리 쓸 일을 만들어내는 나는 분명 걷기 중독이고
산풍경 중독이다.
그래두...그래두 말이지...
이 아름다운 풍경을 다리품 없이 어찌 즐긴냐 말이다.
뭐..중독이 나빠?
아픈 무릎때문에 아주 천천히 내려오면서 어느새 새로운 계획과 결심을 세우고 있는 나를 발견했다.
6월쯤에 백담사에서 대청, 소공원으로 걸어봐야겠다!!
웬지 요건 설악을 다녀온게 아니고 대청봉에 다녀온 기분이란 말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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