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머니만큼 여행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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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머니만큼 여행하기2

님도 보고 뽕도 따고

틈틈여행 2012. 3. 26. 15:57

비오는 금요일 지리산 둘레길 1코스 주천↔운봉 구간을 걷는 사람은 없었다.

그것은 호젓한 것도, 외로운 것도, 심심한 것도 아닌 무서울 따름이다.

사람 없는 것은 견디겠는데 혹여 사람을 만나게 될까봐 느끼는 공포는 대단했다.

이런날 둘레길 걷는 사람이 나쁜 사람이 있겠어? 아냐 사람이 돌변 할 수도 있어.

하나나 둘은 무서워, 여자가 섞인 팀을 만나면 좋을텐데...온갖  상상과 공상.

소나무숲길이 내가 좋아하는 구름에 갇혀있으니 더할 나위없이 걷기 좋은 풍경이었으나 잠시 쉴라치면 

청각이 예민해지고 새들의 날개짓마저 깜짝 놀랄 정도여서 쉼없이 빠른걸음으로 올랐다.

허기질까 밥을 더 달라해서 잔뜩 먹은 밥알들이 모두 곤두섰는지 뱃속마저 불편하다.

초행길인데다 그야말로 오리무중이니 돌아서 가기는 싫고 남은 거리는 가늠이 안되고...

해발 545m가 되는 구룡치까지 한달음에 올라섰다.

휴우~~ 완만하고 폭신한 넓은길..제대로 마음이 놓이며 여유가 찾아왔다.

느릿하게 걸어내려와 쉼터에 들러 물과 커피를 마시고 슬렁슬렁 운봉을 향해 들판을 걷고 저수지를 

돌아  걷고..그런데 지리산, 너는 대체 어디에 숨은 것이냐?

14.3km 4시간 30여분 걸었나보다.  

 남겨둔 커피를 마시며 숙소를 향해 출발할 때만해도 못느꼈는데 옥과에 다다르자 심하게 육류가 땡긴다. "혼자여도 불은 피울 수 있는데 1인분은 안돼요"

뭐 그렇담 할 수 없지. 이 시점에서 꽃등심을 못먹으면 엄청 서러울것 같아 2인분 300g을 주문했다.

문제는 맛있는 생고기 몇 점 나오지, 칼칼하고 맑은 선지국 나오지...새우는 구워놓고 먹지도 못했다.

혼자 고기를 구워먹는 일은 악관절이 너무 고생이란걸 알았다.

말도 않고 너무 바싹 익어버릴까 연신 집어먹자니 어찌나 턱뼈가 욱신거리던지.

"무척 시장하셨나봐요" 헐레벌떡 2인분 먹어치웠더니..아이구 창피해. 

그녀는 내가 구워놓고 못먹은 새우를 얌전히 들고 나갔으니 퉁치면 되지 뭐.  

온천물에 푸~~욱 몸담궈 피로를 풀었다. 그러고도 과식의 벌로 밤새 편한 잠을 잘 수 없었다.

꽃등심의 결이 하나하나 살아서 춤을 추는 느낌이랄까?                        

 

 

 

 

 앗싸~~!! 동행이 있는 날이다. 삼남길 동기 1인이다.

여유있게 일어나 채비를 하고 나섰다.

동행을 만나 지리산IC에서 나오자마자 있는 기사식당에서 아침밥을 먹었다.

백반이 어찌나 맛있게 잘 나오던지... 전날 밥을 추가해서 먹었단 얘기를 괜히 했나? 

밥 모자르면 더 먹으란다. 그래 나 밥순이다.

하늘은 더없이 맑고 좋은데 바람이 너무 세차다. 다행히 바람을 등지고 걸어 수월하다.

겨울 바람과는 다르나 춥기는 더 한 것 같기도 하고...겨울바지를 입고 왔어야했어.

급히 스타킹을 사 신었더니 미끌거려 발걸음이 불편하다.

걷다보니 땀이나서 있는데로 껴입었던 윗옷을 벗어야했다.

너무너무 아름다운 반야봉 눈내린 풍경에 시선을 두고 감탄에 감탄을 하면서 걸었다.  

9.4km를 다 걷고 부지런히 구례 산수유마을로 달려갔다.

또다른 삼남길 일행 둘이 동생, 지인들과 여행중이라 함께 밥을 먹기로 한 것.

나의 동기가 남원에서 추어 정식을 사줬다.

추어튀김, 숙회, 탕 그리고 소라와 매실을 새콤달콤 무친 것도 나오고..암튼 영락없이 과식.  

드디어 님을 만나는 시간이 되었다. 급히 이번 여행을 하게 된 이유라고나 할까? 

먼길 떠나서 일만 보고 올 수 없는 성격이다보니.. 고객님을 만나러 부랴부랴 옥과로 향했다. 

이렇게 등산복 차림으로 고객님을 만나서 서명을 받기는 처음이다.

늘 노는 얘기만 써서 그렇지 머릿속에 노는 생각보다 일 생각이 더 많은 1인이다.

깔끔하게 일을 마무리하고 온천물로 피로를 풀었다.

과식의 결과로 고생 좀 했다. 식탐만 늘어서리...늙는게야.        

 

 

 

 

 

혼자 타동네에서 아침 먹기가 참으로 거시기하단걸 알고 조식패키지로 준비해주시니 감사.

이틀간의 과식으로 위장이 단단히 화가 났다보다. 밥순이, 밥을 조금 남기기로 했다.

24년만에 화엄사를 찾았다.

전 날 만난 희란이 말마따나 잠바때기만 입기 싫어 니트를 입었는데 가당치도 않은 날씨다.

바람이 얼마나 세찬지 운동화 끈 사이로 바람과 먼지가 숑숑 들어온다.

88년도에 이 화엄사에서 노고단으로 다시 주능선을 타고 천왕봉을 올랐었다.

화엄사 계곡에서 아침밥 지어먹고 현기증나도록 힘겹게 오른, 지금은 돈주고 하래도 선뜻 돈을

받아들 수 없는 높이, 노고단.

그때 주목적이 지리산 종주여서 화엄사에 대한 기억이란 각황전 밖에 없었다.

이번에 구층암의 모과나무 기둥이며 두루두루 둘러보고 아예 점심공양까지 하고 나왔다.  

성삼재에서 싱싱한 커피를 한 잔 하고 사진이나 한 장 찍고 집으로 향할 생각이었다.

바람이 어찌나 심하던지 그정도의 시간을 위해서도 신발 갈아신고 옷을 챙겨입어야겠다 싶었다.

그러고나니 조금 걸어보자 싶네. 

그래서 혹 이틀 걸었으니 무릎보호대와 스틱이 필요할지 몰라 배낭을 둘러배고 걸었다.

성삼재에서 노고단 이르는 길이 조금 올라가다 경치를 둘러보고 내려오게 생겨먹지를 않았다.

노랑 산수유의 배경으로 멀리 하얀 노고단이 벌써부터 내게 마법을 걸었는데 내가 어찌 버티겠냐구.

삐직삐직 오르다보니 어느새 노고단이었다.

바람에 날아갈 뻔 했지만 이틀간의 과식 덕택으로 두 발이 동시에 허공에 떠서 날아가지는 않았다.

풍경?? 이번 여행의 백미였다. 완전 뽕을 딴거다.

똑딱이로 찍는 기념사진으로는 다 보여줄 수 없고, 어줍은 글 솜씨로 도무지 풀어낼 수 없는 풍경이었다.

바람에 밀려 더 오래 있을 수 없음이 안타까울뿐..

남원에서 애매한 끼니의 밥을 먹고 오는데 난 하나도 피곤하지 않았다.

2박3일 걸었던 여정에 가슴이 벅차고 에너지가 만들어졌다.

난 지금 그걸 원동력으로 참하게 일상을 꾸려나가고 있다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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