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머니만큼 여행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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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머니만큼 여행하기2

북한산 둘레길 4

틈틈여행 2011. 8. 21. 22:52

새벽 다섯 시, 맞춰놓은 알람은 잠시 꺼두고 자던 잠을 계속 자도 좋은 시간.

차~암..그노무 욕심은..

괜하게 일어나지도 못할 시간에 알람을 맞춰놓아 잠만 설친 토요일이다.

전날 밤, 서둘러 나가겠다고 아침밥 준비를 하면서 머릿속엔 욕심이 한가득이었다.

북한산 둘레길 이번엔 세구간을 걸어봐?

그러다 갑자기 산에 가고 싶은 마음에 불이 붙었다.

수락산을 넘어볼까? 포대능선을 거쳐 신선대? 포대에서 사패능선을 따라 집에까지 걸어올까?..

일단 트레킹보다는 산행쪽으로 채비를 챙겨두었지만 내가 일어난 시간은 일곱시.

혼자 움직일 때 가장 큰 장점은 역시 유연성이다.

뿐인가? 산행코스도 내맘대로 그때그때 변경하는 말랑말랑한 하루를 보낸다.

시원하게 봉우리를 보면서 커피도 마시고 포대능선으로 선인봉으로 힘차게 올라볼까 했건만

봉우리는 구름모자를 쓰고 있고 내 몸은 무릎도 아프고 발목도 상태가 션찮다.

그렇다해도 늦여름 하루가 충만하다.

하산길에 하얀 봉우리 바라보고, 계곡물에 발담그고 손씻고..그럼 되었지 뭐.

 

 

 

 

 

 

 

오늘 둘레길 이만~~큼 걸었다.

옛성길 2.7km, 구름정원길 4.9km 3시간 30여 분.

숲에서는 하루종일도 걸을 수 있겠다싶게 흔연하던 마음이 갑자기 땡볕이 내리쬐는 벌판에 내려서자

언제그랬냐싶게 사라져버렸다.

 

 

 

 

 

 

둘레길..점점 재미가 더해진다.

한번씩 다녀올 때마다 30cm 남짓의 보폭으로 내가 걸어낸 거리를 지도에 표시하다보니

그 뿌듯함이 이루 말할 수 없더란 말씀.

숲이 주는 즐거움에 덤으로 얹어진 이 소소한 재미가 휴일 아침 새벽잠에서 벌떡 일어나게 한다.

아직 햇살이 사선으로 비껴들어오는 이른 시간, 숲에서 마시는 커피는 중독성이 강하다.

 

 

 

 

 

 

내가 내게 고마운 것 한가지가 있다.

걷기에 싫증내지 않고 잘 걷는 것.

뭐든 용두사미형인 내가 27년째 잘 걷고 있는 것에 걸을 때마다 토닥토닥 칭찬을 해준다.

걷기가 아녔다면 뭐 다른걸 했을까?

어쩜 기럭지 쭈~욱 늘인채로 방바닥 긁고 천정 바라보고 있었을지도 모르는데 휴우~ 생각만해도..

 

 

 

 

 

우리집에서 가장 먼 두 구간을 마쳤으니 더더욱 기분이 가볍다.

다음에는 시내가 아닌 양주시에서 북한산을 바라보며 갈 수 있는 한적한 길을 택할 수 있다.

오늘처럼 불법주차 해놓고 쫄지 않아도 될 만큼 주차도 자유롭겠고...앗싸~!!

달뜬 기분으로 올려다 본 하늘, 문득 그 하늘에서 가을을 발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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