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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머니만큼 여행하기
선장님과 이장님 본문
재형이는 격분했다.
"니들하고 여행다닌 시간이 얼만데 지금 그런 말을
하고 있니?"
여행하고 돌아오는 차안에서 무슨 말끝에 소미, 소은이가
부산은 전라남도네 전라북도네 하며 티격태격했다.
격분 할 만도 하지!!
이 무식한 어린양들에게 행정구역을 나누는 시 도 구 군
동 면 리에 대해 설명을 해주었는데 소은이 왈.
"왜 그렇게 복잡하게 만든 거야. 시하고 동으로 통일하면
간단할 걸"
"그래서 우리가 다녀온 곳이 어디라구?"
"전라남도 진도군 조도면 관매도리요~~~!!"
관매도 갈거라는 자랑에 관매도를 '1박 2일'이 개발한 듯 모두들 그 프로그램을 먼저 떠올렸다.
우린 오래 전부터 이 섬을 여행하고 싶어했다.
어찌어찌 하다보니 함께 가기로 한 소미아빠와 조카는 날짜를 맞추지 못해 여자 다섯만 여행을 떠났다.
재형이는 사춘기앓이를 하는 소미가 여행을 잘 할 수 있을지 고민 좀 했다.
산 좋아하고 걷기 잘하는 옛날의 소미가 아니라는 것. 하지만 모든 것이 기우였다.
사진 찍히는 게 싫어서 비협조적인 것 빼고는 즐겁게 여행을 즐겼다.
자연은 우리에게 귀를 기울이라고 종용했다.
몽돌해변에서 파도가 자갈을 연주하는 소리에 우리는 환호를 하다가 이내 조용히 그 소리 듣기에 전념했다.
하루종일 그 소리를 들으며 퍼질러 앉아 있어도 싫증이 나지 않을 맑은 소리였다.
아침이면 또로로로롱 새들의 노래소리에 잠이 깼다.
내가 원하는 시간의 모닝콜이 아니긴 했지만 이른 시간 새소리를 들으며 누워 새들에게 마음으로 물었다.
그래 부지런한 새야, 벌레 좀 잡았니?
새들은 낮에도 가까이서 울었다.
때론 초인종 소리 같아서 깜짝 놀래기까지.
열어놓은 창문으로 들어오는 새들의 노래소리는 바람에 댓잎 부딪히는 소리와 함께 어울어져 청량감이
더하고 체감온도를 한참 아래로 떨궈줬다.
거기다 낡은 카세트에 꽂혀있는 CD로 들을 수 있는 올드팝에
우리는 아주 먼 시간을 거슬러 이곳으로 여행을 온 것 같은 기분이었다.
체인징 파트너, 그린그린 글래스 오브 홈, 스탠 바이 유어 맨....
"여긴 산딸기 천국이야!!"
무엇이고 수확의 기쁨은 큰 법.
산딸기 토핑한 생과일 요쿠르트는 전생에 나라를 구한 사람만 먹을 수 있다는 전설이...ㅎㅎ
소은이는 요쿠르트까지 만들어간 내게 완벽하다는 칭찬을 토핑했다.
사실 나의 완벽함은 재형이와 재금이가 더불어 손발 맞고 마음 딱딱 맞아 이뤄지는 것들이다.
된장찌개만 해도 된장과 파는 재금이, 내가 다시마와 멸치 고추 두부를 준비하고, 재형이가 호박을
준비하고 매운탕 끓일 준비도 그렇게 나눠서 했다. 반찬 세가지도 셋이 각각 하나씩 해간 것.
구워먹고 남은 삼겹살은 두부김치를 하고 흰쌀밥도 먹고 연잎밥도 먹고 사이사이 간식은 빵이랑
얼음 홍차, 그렇다고 모두 직접 요리해먹은 것은 아니고 쫄깃한 톳칼국수도 사먹었다.
새우라면, 전복라면을 끓인 경험으로 이번엔 우럭 라면을 끓이고 싶었는데 라면 먹을 시간이 없었다.
"올라가면서 한번 끓일까요?"
이렇게 말하는걸 보면 소은이가 많이 섭한가 보다.
동네 이장님이 직접 잡고 손수 썰어주신 광어회.
이미 내려가기 전부터 기대만빵이던 소미는
여지껏 먹어본 생선회 중에서 최고라며 잘먹는다.
"나는 왜 생선회를 먹으면 꼭 매운탕을 먹는지 몰랐어요.
회 만드는 생선이랑 매운탕 끓이는 생선이 다른 줄
알았거든요."
소은이는 광어회와 매운탕감을 함께 가져오신 걸 보고
깊은 깨달음을 얻었다.
"매운탕은 회 뜨고 남은 걸로 끓이는 거구나"
생선이 좋으니 내가 끓였지만 매운탕도 너무 맛있었다는...
작렬하는 태양 아래서 쭈그리고 앉아 떡볶이를 먹어보지 않은 자 여행을 논하지 말라!! ^^
사실 전혀 그럴 생각도 그럴 계획도 아니었다.
우린 그저 혹 배고프면 먹으려고, 이왕 준비해온 것이니 떡볶이를 만들어 갑판이나 뭍에서 먹을까 했었다.
그런데 하필 여객선이 40분 가량 늦어진다는 거였다.
우리의 여행이 늘 즐거울 수 있는 것이 왠만해선 의견 엇갈리는 일이 없다는 것이다.
먹을까? 먹자!!
사진상으로 궁상의 종결로 보이나 실제 우리는 너무 즐거운 간식시간, 소은이 말이..
"울엄마 떡볶이는 언제나 맛있어."
쭈그리고 앉아 다리가 저린 것에도, 까만 우산에도, 바리바리 실린 여행짐에도 우리는 한참씩
깔깔 웃었다.
때와 장소를 가리지 않는 우리의 먹성은 운림산방 주차장에서도 한차례 간식상을 펼치게 했다.
우리가 떡볶이를 다 먹고 정리를 마쳤을 때 아쿠아블루 칼라의 점퍼를 입으신 이장님이 4륜구동
오토바이를 타고 아이스크림을 사오셨다.
멀리서보니 우리가 아직 안갔더라면서...
"이장님 최고에요~~!!"
"섬에서는 아무 배나 함부로 타면 안돼. 어쩌면 새우잡이 배에서 마늘 까게 될지도 몰라."
"엄마, 새우가 마늘 좋아해?"
내 농담에 소은이가 심각하다.
우리가 만난 선장님들은 새우잡이 배에서 마늘 까고 있는 우리를 구해주실 만한 좋은 분들이었다.
콜배를 타보셨는지..우린 선장님의 핸펀번호를 따서 와주십사 간청을 했다.
손님이 없으면 들어오지 않는다는 말씀에 '우리가 손님이잖아요~~!' 하면서..
정부의 보조를 받아 도서지방을 다니는 배는 기항지가 늘 다르기 때문에 딱히 정해진 시간도 없다.
불안에 떨면서 한참을 기다린 끝에 약속을 지켜주신 선장님이 기적을 울리며 다가오셨다.
반가움에 두 팔 벌려 '사랑합니다 선장니~~임' 하고 감사 표시를 했다.
부앙부앙.. 선장님은 짧은 기적으로 인사를 받으셨다.
일요일 월요일은 풍랑이 있을거라며 나갈거면 토요일에 나가라 하시니 우리는 겁먹고 여행계획을
변경하기로 했다.
바다에서 선장님은 절대권력이다. ^^
여행에서 한가지 아쉬움이 있다.
풍등을 준비해갔다.
조심조심 소원을 적는데 역시 소은이는
소원도 많아서 오래 걸렸다.
어둠속에 더듬더듬 안전하다 싶은
방파제로 나갔는데 바람이 심하다.
섬을 태워먹을까 염려했건만 불도
못 붙여보고 포기했다.
작은 라이터로는 불가능하단걸 알았다.
어렵사리 스파클라로 아쉬움을 달랬다.
운림산방에 들리고 쌍계사에도 들어갔다.
이름도 어려운 첨찰산, 상록수림이 나를 확 사로잡았다.
늦은 시간이어서 숲이 검푸르게 다가와 무섬증까지 들었다.
언제 너무 습하지 않은 계절에 꼭 다시 와서 산행을 해봐야겠다 다짐을 하고 아쉬운 여행을 접었다.
여행의 마무리는 맛난 음식, 지인에게 목포의 맛집 추천을 부탁했더니 바지락 무침을 먹으란 답신이 왔다.
산낙지 한접시까지 곁들여 푸짐한 저녁을 먹어서 커피 들어갈 자리도 없다.
돌아오는 차 안에서 아이들은 지명과 행정구역의 관계를 얘기를 하면서 사투리 얘기도 했다.
"서울지방에서 쓰는 말 아니면 다 똑같이 들려요. 경상도와 전라도 말이 뭐가 다른지 모르겠어"
이런 아이들에게 충청도 강원도에도 지방 특유의 억양이 있다고, 경북의 '..니더' 와 '..니껴' 까지
설명하기란 대략 난감이다.
"난 이번 여행에서 가장 기억에 남고 감동적인게 선장님이랑 이장님이에요"
헉..참으로 엉뚱하기도 하지. 소미 말이다.
"이장님이 세상에 존재한다는게 너무 신기해요. 이장님은 만화나 영화 그런데서만 나오는줄 알았어요.
머리도 벗겨지고.."
그런데 이장님이 뭐하는 분이냔다. 이런..!!
"난 이장님이 너무 좋아. 광어회도 갖다주시고 아이스크림도 사다주시고.."
"광어회는 말이지~~...."
"어쨌거나 이장님이 직접 회를 뜨신거잖아요. 어떻게 이장님이 회를 직접 뜨시지?"
우린 이번 여행이 너무 즐겁고 재미있어서 함께오지 못한 소미아빠와 조카 생각을 많이 했다.
누가 오라하지도 않는데 가을이나 봄 쯤에 이번 여행 코스 그대로 다시 여행하자 했다.
그리고 또 한편으로 그 둘이 빠지고 여자 다섯이어서 다행이라고도 했다.
왜냐하면 그건...비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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