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머니만큼 여행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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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머니만큼 여행하기2

수목원에서..

틈틈여행 2010. 10. 13. 21:26

 

 

나무가 숲을 이루는 곳들에

예민하게 반응하는 나는

함양 상림, 관방제림이나

물건방조어부림에 환호하고

그곳들에서 느리게 걷는것에

커다란 기쁨을 느낀다.

그 이전에 숲에 감동을 받고

숲에 들어앉아 있는 시간을

최고로 여기게 만든 곳이

국립수목원이다.

내게 최고의 쉼터이고, 으뜸

놀이터, 계절없이 나를 환장하게

수목원 가는길..

그곳에 다녀왔다.

 

 

 

 

 

 

도시락 소풍이 아니라 간단히 과일과

커피만 준비했다.

여행을 하다보면 꼭 커피가 필요한

풍경이 있고 커피를 마셔야 덜 서운할

자리를 만나게 된다.

 

남들은 여행가는데 뭐 귀찮게 싸들고

다니냐 하지만 난 반대가 되어버렸다.

집에서 먹을 밥 하기는 귀찮은데

소풍이나 여행 갈 때의 도시락 준비는

너무 즐겁다.

한 끼는 내가 좋아하는 풍경과 더불어

도시락으로 먹고 다른 한 끼는 여행지의

맛난 음식에 돈 좀 쓰고..

사실 뻥이다. 맛난 음식에 돈을 쓰기가

아까운게 아니라 풍경에 미쳐서  먹거리에

심하게 소홀하다.

 

 

 

 

 

 

 

 

 

냉장고 뒤져 도시락 싸서

예쁜 바구니에 담기.

별 것 아닌 것을 별것화 하기

좋아하는 나는 여러가지

소풍용품들을  만들어서 김치와 장아찌 나물들로 근사한 소풍을

즐길 수 있게 해준다.

오늘은 간단한 간식을 바구니

대신 배낭에 담아본다.

 

 

 

 

  

 

 

 

 

 

 

여느때와 달리 국립수목원이 나를 실망시켰다.

지난 여름 태풍에 고초를 겪기도 했으려니와

무슨 연유로 예쁘게 색이 들기도 전에

바삭바삭 말라서 오그라들고 떨어지고..

특히 잔뜩 기대를 했던 복자기나무는

서운함에 가슴이 시릴 만큼 색도 없이

말라가고 있었다.

어디다 대고 가을 정취라고 찍어 볼만한

나무 한그루가 눈에 뜨지 않는다.

 

 

 

 

 

 

 

 

 

 

 

 

"언니, 나를 가방 받침대로 써"

자꾸 쓰러지는 배낭을 세우려

하자 그녀가 받침대를 자청했다.

수목원 따라오고 싶다고

출근길에 운동화 한 켤레

챙겨넣었다는 그녀.

땡땡이 치는 표 안나게

흰운동화는 안나오게

찍으라는..

 

 

 

 

 

 

 

 

 

 

 

 

 

 

 

"언니, 내가 가방걸이 해줄게.

 얘가 주인공이니까 난 가방걸이야"

엊저녁부터 피곤하고 힘들어하는

기색이더니 기운이 펄펄나는지..

아니 기분이 펄펄나고 있는게

맞는 말이다.

 

 

 

 

 

 

 

 

 

 

 

 

 

 

 

"그런데 언니.

수목원은 수요일에만 올 수 있어?"

"아니. 화수목금. 5000명까지 사전예약.

이번 일요일에 3000명 특별개방하드라"

"난 수목원은 수요일만 와야될거 같아서"

"ㅎㅎㅎ 그럼 목욕탕은 목요일만 하냐?"

 

 

 

 

 

 

 

 

 

 

 

 

 

 

 

 

 

 

"언니, 가방하고 커피마시는거 찍어줄게"

앉았던 자리에다 배낭을 앉혀놓고

꾹꾹 눌러 사진을 찍어준다.

"하하..어느새 약속릴레이에 적응했구나?

 뭘 어떻게 해야하는지 벌써 감 잡았네"

 

 

 

 

 

 

 

 

5월 꽃 있던 자리.

꽃보다 탐스런 열매다.

빨강..자연이 만든 빨강이

너무 아름답다.

 

 

 

 

 

 

 

 

 

 

 

 

 

 

차~암 다행이다.

그나마 중앙광장의 복자기 나무가

서운함을 달래주었다.

아직 며칠 더 있어야 눈부신

단풍이 될 테지만 오늘 이것만으로도

참 다행이다.

 

 

 

 

 

 

 

 

늦은 오후에 갔더니 거의 모든 사람들이

빠져나가 우리를 위한 수목원인듯 좋다.

"나 여기서 꼼짝말고 하루종일 앉아

있으래도 그럴수 있다" 

"나두 그래 언니"

"아니다. 가끔 싱싱한 커피도 제공해줘야

하루종일 앉아있겠다"

우리는 수목원의 절반은 포기하고

앉아서 나무와 숲의 향기를 맡았다.

새소리가 또렷이 들렸다.

"이제 가자. 난 다음주에 또 올랜다.

 그땐 오늘보다 더 이쁘게 물들어

있었음 좋겠다"

"언니, 기분이 30%는 업되었다.

 오늘 고마워"

"나두 고마워. 덕분에 즐거운 소풍이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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