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머니만큼 여행하기

롤러코스트 본문

주머니만큼 여행하기2

롤러코스트

틈틈여행 2010. 1. 4. 21:42

눈오는 날의 남녀 탐구생활

 

여자편이에요.

여자는 눈을 뜨자마자 날씨를 확인해요. 눈이 내려요.

앗싸~!! 기분이 빵 터져요. 요즘은 기상청이 날씨를 가끔 잘 맞춰요.

여자는 어젯밤 생각해둔대로 사패산엘 가기로 해요.

93년산 비브라함 등산화의 창갈이를 했어요.

4년 벼르다 했으니 그걸 기념하고 성능 시험도 하기로 해요.

배낭을 꺼내요. 아이젠을 챙겨 넣어요. 카메라 배터리를 충전해요.

등산복을 챙겨요. 외투 방수모자 장갑..이런 젠장..챙길게 너무 많아요.

여자는 계획을 급 변경해요.

여자는 국립수목원엘 가기로 해요. 회사에 차를 세우고 버스로 가기로 해요.

모자를 챙겨요. 머플러를 챙겨요. 굽 낮은 롱부츠를 신어요.

 

여자의 출근길이 한산해요. 길은 생각보다 덜 미끄러워요. 조심조심 운전해요.

커피도 없는 출근길이지만 그래도 여자의 기분은 몰랑몰랑 좋아요.

평소의 두배 걸려 회사에 도착해요. 이런 씨~~ 지하주차장 입구가 너무 미끄러워 못올라가요.

쓔~웅 쓔~웅 헛바퀴가 돌아요. 바퀴가 타버릴거 같아요.

주차관리 아저씨가 살짝 밀어줘요. 아싸라비아~ 가벼운 차라서 쓰윽 올라서요.

아저씨는 친절해요. '이래가지고 앞이 보여요?' 연두색 플라스틱 빗자루로 본닛을 쓸어줘요.

여자는 '안보였는데 빗자루가 없어서..'라고 생각만 해요.

아저씨가 지붕도 쓸어줘요. 이런 젠장..고맙다고 인사하려고 열어둔 창문으로 눈이 날아들어와요.

아저씨랑 여자는 한바탕 웃고 말아요.

 

여자는 안전 운전 안전 걸음하시라 단체문자 한번 쏴줘요.

나름 마음을 담았지만 'ㄱ'이나 'ㄴ' 답변 하나 없어요.

역쉬 연말연시 문자테러에 다들 지친게 확실해요.

여자가 친구의 전화를 받아요. 여자 꿈을 꿨대요. 대박 날거래요.

제발 친구 꿈이 맞았으면 좋겠다고 말해요.

 

국립수목원 예약을 위해 홈피에 접속해요.

그런데..이런 브라질 우라질레이션!!

가는 날이 장날이래요. 지역주민에게 문자 한 개 안주고 휴일을 바꿨어요.

화요일부터 토요일까지만 입장시킨데요.

 

여자는 국립수목원 홈피를 째려보다 계획을 다시 수정해요.

걸어서 갈 만한 곳으로 정해요. 여자가 즐겨 산책하는 곳이에요.

밤낮 없이 분위기 짱 나는 곳이에요.

사람도 별로 없어요. 별천지 같아요. 나가기 싫어요.

공공근로 하는 분들이 눈을 치워요. 사진 잘 나오냐고 물으세요.

여자는 아무렇게나 찍어도 꽤 멋지다 대답해요.

여자는 눈 안치워도 될거 같은데 왜 치우냐고  물어요.

"시장님이 치우래요."

"아뉘~ 시장님은 여기 오지도 않을거면서 왜 치우래요? 당신이 직접 치우시던가.."

'그러게 말입니다~!' 라고 대답하시지만 아저씨들도 눈밭에서 일하는게 즐거운 눈치에요.

사무실에 돌아오니 눈이 그쳐요. 여자의 기분이 시시해져요.

 

여자가 집에 돌아오는 길은 아침보다 더 차가 없어요. 브레이크 밟을 일 없이 신호발이  받아요.

낼 아침엔 버스를 타고 나가리가 마음먹어요.

밥을 해요. 삼겹살을 구워요. 양파도 구워요. 버섯도 굽고 김치도 구워요.

그동안 텔레비젼에선 계속 폭설피해가 특보로 나와요. 여자는 양심에 찔려요.

오늘 눈은 수분이 많아 무겁대요. 비닐하우스가 무너져 내린 시골 풍경에 미안해져요.

사진 내려받아요. 무너져 내린 비닐하우스를 싹 잊어요.

하루종일 집에 있어 눈이 얼마나 내린지 모른다는 아들에게 사진 자랑을 해요. 

그리고 눈자랑도 해요. 여자는 자기가 준비한 폭설인 것 처럼 눈자랑을 해요.

 

다음은 남자편이에요.

남자는 일어나서 바로 텔레비젼을 켜요. 동네마다 눈 때문에 난리가 났대요.

창 밖을 내다봐요. 남자네 동네도 펑펑 눈이 내려요. 심하게 내려요. 뭥미!!

오늘하루 망했어요. 그냥 집에서 뭉개기로 해요.

남자 차는 아주 비싼 차에요. 여자 차의 열두배는 비싸요.

남자는 눈오는 날을 아주 무서워해요. 아프리카 전용차라 놀림받는 차 때문이에요.

남자 차는 후륜구동이에요. 눈 오는 날은 앞바퀴가 지 맘대로에요. 힘을 못써요. 핑핑 돌아요.

이런..된장 쌈장 고추장 짜장 두반장.

40여년만의 폭설이 내리는 날 남자는 그냥 집에서 롤러코스트나 보기로 해요.

 

 

파이 서비스가 종료되어
더이상 콘텐츠를 노출 할 수 없습니다.

자세히보기

 

'주머니만큼 여행하기2' 카테고리의 다른 글

봄맞이 눈산행  (0) 2010.03.10
여자만세  (0) 2010.02.21
급추천하는 전시회  (0) 2009.11.25
아주 유명할..& 아주 유명한..  (0) 2009.11.22
연인산  (0) 2009.11.14
Commen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