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머니만큼 여행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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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머니만큼 여행하기2

2% 부족한 We will rock you

틈틈여행 2008. 2. 11. 21:06

바느질 폐인으로 보낸 긴 연휴 끝에 동생과 나는 성남아트센타로 달려갔다.

영국에서 Queen의 음악으로만 만든 뮤지컬 We will rock you가 공연된다는 소식에 부러운 맘이

가득하다가 마침내 우리나라에서도 공연을 한다는 소식을 듣고는 그 설레임에 며칠 가슴이 벌렁벌렁.

흠..그러다가 마침내 거~금 15만원이나 하는 앞자리를 예매하고 밤잠을 설친 끝의 행보를 하게된것이다.

 

 

아름다운 화음이 눈물겨운 Abba의 음악들로 만든 뮤지컬 '맘마미아'는 우리말로 바꿔 부르는

공연장면을 몇번 T.V에서 볼 수 있었다. 그렇게 불려지니 귀에 익숙한 Abba의 노래들이 어쩜 그리

이물스러운지 마음 딱 접고 보지 않기로 했지만 We will rock you는 영국본토의 뮤지컬이고 퀸의 

브라이언 메이와 로저 테일러가 음악 슈퍼바이저로 참여했다하니 저으기 안심되고 기대 만땅이었다.

 

영어에 젬병인 내게 자막있는 공연은 늘 집중력을 떨어뜨려 조금 산만하게 하지만 어차피 스토리는

음악을 연결하는 하나의 장치일뿐이니 슬렁슬렁 지나치며 음악을 즐기기로 맘먹었다.

귀에 익은 음악들에 고개를 흔들흔들, 발장단을 구르고 박수를 치고..재밌었다.

마지막 곡 Bohemian Rhaosody에서는 모두 일어서서 함께 따라부르고 어깨를 좌우로 흔들었다.

울컥..그리움 한줄기가 가슴을 스쳤다.

 

 

 20대로 보이는 남여가 나가면서 여자가 말했다.

..관객이 20대가 많아야 시끌시끌 재밌을텐데 4~50대가 많아서 너무 조용했어.

맞다. 그말이..생각보다 많이 조용하고 흥이 덜했다.

하지만 퀸이 왕성하게 활동하던 시기를 아는 사람들이 그 나이대의 사람들인걸 어쩌랴.

공연에 다녀보면 우리나이때의 사람들은 대부분 공연을 즐기기보다 구경하는 쪽인걸 나도 느낀다.

하지만 이번 공연 우리 40대 자매는  환호하는 소리에 박수도 열심히치고 따라부르고 그러느라 목도

아프고 어깨도 아픈데...

 

  

객석이 꽉 찼으면 좋으련만 많이 비어있었던 것도 이유가 될 것이다.

기획사들의 과열된 유치경쟁으로 뮤지컬 관람비용들이 터무니없이 높아진다던데 좀 더 현실적인

비용이었다면 꽉채운 객석이 공연을 하는 입장이나 즐기는 객석이나 모두 흥겹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3시간 가까이 음악과 춤, 배우들의 열정을 즐겼다해도 늘 뭔가 부족한 느낌이 드는 것도

만만찮은 관람료가 한몫하는거 아닐런지..나만 그런가?

7~8만원으로 콘서트를 봤으면 꽉 채워진 가슴을 느낄텐데 15만원을 생각한다면 부족한 만족감에

허기가 진다.

 

 

하지만 위에 열거한 이유들은 모두 핑계일 뿐 이번 공연의 허전함은 모두 프레디머큐리의 부재때문이다.

식재료의 맛을 그대로 살린 칼칼한 음식같은 그들의 음악에 4옥타브를 넘나드는 힘있는 프레디의

목소리가 있어야하는건데 퀸 음악의 진수인 그의 목소리가 없으니 흥이 제대로일리가 없었다.

 

내가 처음 Queen을 알게된 것이 고등학교 1학년때였다.

그러니까...요즘 애들이 슈퍼주니어나 원더걸즈 멤버의 이름들은 달달외우듯 내가 그때 외국 그룹들의

이름과 그들의 프로필을 달달 외우던 요즘 애들이던 시절말이다.

2500원이나 3000원 하던 라이센스 LP는 가끔 사고 500원짜리 해적판은 자주 사나르던 시절.

언니 친구네 진다방에서 판순이를 자청하며 일요일이면 내가 좋아하는 음악들을 골라듣던....

 

 

Love of my life를 시작으로 '39를 즐겨들었고 금지곡이던 Bohemian Rhaosody을 무슨 대단한

취향이라도 되는양 어깨에 힘 빡 주고 들었고 Don't stop me now에 발장단도 어지간히 맞추고

정말 닥치는대로 그들의 음악을 많이 들었다.

온몸으로 스키니 패션을 실현한 군살 하나 없는 배와 쭈~~욱 뻗은 다리로 보여주는 힘있는 무대와

시원한 그의 목소리는  눈을 즐겁게 하고 귀를 행복하게 했다.

멀티비젼이 처음 등장했던 시절 명동 어느 골목 건물에선 그들의 공연실황들을 자주 보여줬다.

퇴근길 집에 돌아갈 생각도 않고 정신을 쏙 빼놓고 바라보곤 했었다.

 

 

 

언젠가 존디콘과 로저테일러가 한국에 온적이 있어서 혹여 그들의 한국 공연이 있을래나 기대도

했었는데 끝내 그런 내 바램은 이뤄지지 않았다.

91년 프레디 머큐리는 에이즈로 세상을 떠났다.

'나를 알고있는'이 아닌 '내가 알고 있는' 남자중 가장 섹시한 남자.

난 그에 대한 그리움에 생전의 그의 모습을 찾아보는 것으로 어제 하루를 보냈다.

나만의 공연이라도 선물 받은양 그의 콘서트 장면들을 보면서 혼자 즐거워라 컴앞에 붙어있었다.

그러고도 아직 그 두근거림이 가라 앉지 않아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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