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머니만큼 여행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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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머니만큼 여행하기2

인형

틈틈여행 2007. 12. 30. 20:01

나는 나의 첫 인형을 고스란히 기억한다.

몇 살때부터 가지고 놀던 인형인지는 기억에 없으나 살구색 통고무 재질로 똥꼬쯤에 열십자 틀이 끼워진

작은 구멍이 있어 통통한 배를 누르면 뽕뽕 소리가 나는 인형이었다.

눈이 동그랗게 크고 입은 눈 크기의 1/4 쯤 되고 헤어스타일은 짧아서 한쪽 끝을 올려 세웠다.

물론 머리카락도 그냥 고무여서 완전방수이니 물놀이 할 때도 잘 가지고 놀았었다.

그 첫인형부터 지금까지 나는 인형을 좋아한다. 다섯살이 넘도록 그 인형을 늘 가지고 다녔었다.

 

눕히면 두 눈을 스르르 감는 금발머리 인형도 있었지만 초등학교 때는 종이에 그림을 그려 오리고

옷을 입히는 종이 인형을 많이 가지고 놀았다.

친구가 많지 않은 문방구집 딸 남순이는 어느날 도화지 몇 장을 건네주며 인형을 그려달라면서

내손에 10원을 쥐어주기도 했었으니..최초의 알바되겠다.^^

 

좀 커서는 요구르트병을 이용해 노란 뜨게실로 인형을 짜서 땡그란 눈을 붙여 선물도 많이 했고

빈 맥주병에는 드레스 입은 인형을 짜서 책상 위에 올려 놓고 뿌듯해하기도 했다.

중학교 1학년 가정시간에 베이지색 코듀로이로 모자와 원피스를 입은 봉제인형을 만드는 과정이 있었다.

샘플을 보고 이틀만에 만들었더니 선생님께서 재료를 하나 주시며 선생님 것을 부탁하셔서 기꺼운

맘으로 만들어 드리고 아이들의 부러움을 한 몸에 받았다.

내가 만든 인형 표정이 제일 이뻤고 최초로 제대로 만든 인형이라 너무 아꼈는데 어느날 인형 같은거

집에 많이 두는게 아니라며 엄마가 태워버리셨다. 며칠 울었던 기억이 난다.

이때 나의 범상찮은 바느질 솜씨에 감탄한 경숙이는 옆집이 양잠점이라며 인형옷을 만들어달라고

조각천들을 많이 가지고 와서 잘난척 하는 맛에 손바닥 만한 인형옷들을 엄청 만들어 줬었다.

 

털실로 테디베어를 만들기도 하고 퀼트로 여러 인형을 만들고 어쩌다 조카들 인형옷을 만들어주기도

하면서 이쁜 인형들을 보면 한번 제대로 배워서 만들어봐?? 하는 생각을..아니 생각만 자주 하면서

이 나이를 먹었다.

그러다 우연히 '세계인형 대축제'소식을 알게 되었으니...

이사하고 정신없을 동생을 위하는 척 조카들에게 축제에 함께 가자 했더니 쌍수를 들고 환영이다.

내내 미지근하던 날씨가 하필 우리가 거사를 치루는 토요일  찬바람 쌩쌩 겨울티를 바짝 낼게 뭐람.

그래도 우린 즐거운 축제를 위해 너무 두텁지 않게 옷을 차려입고 나서서 다녀왔다.

 

온갖 종류의 인형이 1만여점 훨씬 넘는단다.

중간에 인형극도 보고 구석구석 꼼꼼하게 구경을 했다.

한복 입은 인형을 특히 좋아라하는 소은이는 생각보다 훨씬 재미있었다고 소감을 얘기했다.

우리셋은 환호성에 감탄에...나중엔 즐거움에 지쳐 기진맥진 할 정도였다.

거의 마지막에 나는 특히 온몸에 기운이 쪼~~~옥 빠지는 일이 있었다.

독일의 인형 만드시는 할머니 인형들에 그만 넋이 나가버려서 가슴이 벌렁벌렁하고 괜히 설레였다.

전날 잔느와 모딜리아니 그림들에도 일어나지 않던 스탕달신드롬이 인형들을 보고 일어난게다.

감탄을 하면서도, 배워보겠다고 팜플렛을 챙기면서도 묻지 않던 인형 가격을 다 물어봤다.

"가운데는 60만원이구요, 양쪽에 두 애들은 55만원씩이에요"

"아~~ 눼~~!!"

 도무지 내가 꿈에서나 가져볼 가격인 그 인형들에 대한 설레임에서 사나흘을 헤맸다.

 

꿈같은 공주인형 만드는 강좌가 동네별로 있다는 리플렛이 아직 식탁에 얌전히 놓여있다.

만들어봐? 에이~~구차너..를 반복하며 갈등을 계속하고 있다.

집에 마무리해야할 바느질들이 쌓여있는데 눈은 침침하고...그래도 예쁜인형을 갖고는 싶고...

암튼 예나 지금이나 인형은 나의 꿈일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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