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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머니만큼 여행하기
최고 훌륭한 장비, 우애 본문
2015년 8월 29일

꽉 채워져 상석에 떡하니 앉아있는 배낭
요녀석의 자태로만 보면 백패킹 쯤으로 보인다.

하지만 큰언니 작은오빠 큰새언니 집에서 나온 짐들과 배낭에서 나온 짐들을 풀어놓으니
장르를 구분할 수 없는 원초적이고 원색적인 천렵이 되었다.
그늘막은 자연 그대로의 나무그늘을 선택하고
이름난 회사에서 나온 화롯대 대신 휴대용 가스렌지가 우리의 화기였다.
"뭐..이 자연 속에서 연기 피우는 것보다 이게 좋네!!"

올해 76세이신 울형부. 우리 형제들 중 최고 어른이시다.
내가 가는 날에는 꼭 '현주처제'가 사드린 옷을 입고 계신다.
평소 이러저러 표현을 잘 안하시는 성격이신 형부의 '고마워, 처제~' 하는 마음이시다.
난 우리 가족을 고령화 가족이라 칭한다.
철없던 내가 철이 드는 순간 이제는 내가 다른 형제들을 위해 나서야겠구나 싶었으니까..

물론 우리가족이 쉰내 풀풀나는 쉰 이상의 형제들만 있는 것은 아니다.
사이사이 청년 조카들과 청소년 조카, 손녀들도 있고
평균연령 확 내려주는 귀여운 손자들도 있다.

우리 가족 직업군도 여느 가족들처럼 다양하다.
수녀인 언니가 7년간 잠비아 선교를 하는동안 신학생으로 모셔와
우리나라에서 신학 공부하고 서품을 받으신 오신 어(네스트) 신부님까지 우린 가족의 범주다.
어찌나 힘이 장사이신지..많은 무거운 짐들은 신부님 몫.
내년이면 케냐로 떠나신단다.
특별히 휴가도 없으셔서 언니가 이런일을 부탁해왔다.

평소 언니와 두 새언니가 많은 것을 해주기 때문에
되도록 언니들이 귀찮지 않도록 내가 많은 준비를 했다.

시골에서 사는 목살, 삼겹살은 유난히 맛있다.
밖에서 뿐 아니라 집에서 먹을 때 쇠고기도 그렇고...형제들과 함께 먹어서 그런가?
오빠는 고기 사오더니 가위와 집게 잡을 생각을 안하다. 흠..그러기야?!
먹다가 놀다가 다시 먹을 땐 와인에 담궈두었다 구었다. 흠냐, 더 맛있더라는..
쌈채소를 발사믹 드레싱으로 무쳐 샐러드로 만들어서 칭찬 들었다.
언니들의 부추김치와 오가피 장아찌와도 어울려 잘도 들어가는 꼬기꼬기들...

언니네 마당에서 민어 손질을 했다.
회도 뜨고 부레도 잘 손질하고..울언니 오빠들 놀래켜주는 솜씨
매운탕도 제법 잘 끓였다는...신부님도 맛있다고 많이 드셨다.

현장에서 감자 강판에 갈아서 고소한 감자전 대령하고

수녀언니가 사온 정말 맛있는 복숭아를 한 상자 다 먹었고
모냥은 빠지나 맛있는 커피로 입가심 했다.
가깝게 젊은 연인들이 와서 텐트를 설치하고 저녁식사 준비를 했다.
여자사람은 그림같이 앉아있고 남자사람 혼자 분주하게 준비를 해서 고기를 굽는다.
"저기 봐. 요즘 젊은 애들은 밖에 나오면 남자들이 다 하는건데 우리 가족들 너무 나이 든 티 나는거 아냐?"
내 말에 모두 까르르 넘어갔다.
뭐..지난번엔 오빠가 다해주긴 했다. 고기 구워주고 불판에 묵은지 넣어서 밥도 볶아주고..
목소리 작게해서 작은 새언니에게 한마디
"승철이 수철이(새언니 두 아들) 이런데 나와서 놀지 말라고 해. 저 여자애 얄밉다"

우리는 2주 전에도 여기 지장산 계곡에서 하루를 놀았다.
아침 나절 사람들이 떠났는지 자연석을 쌓아 만든 화롯대에는 불씨가 남아있어 연기가 났고
주변은 얼마나 쓰레기가 심해던지 사람 많은 곳 피해 자리를 하고싶어
불씨를 죽이고 대충 치우고 놀아야했었다.
자연을 향유할 자격이 안되는 인간들이 더러 있다고 입모아 투덜거리며..

토요일이어서 늦은 오후가 되어도 많은 캠핑족들이 들어왔다.
"호텔이다, 호텔"
멀쩡한 용품이라곤 코펠 하나뿐인 우리의 오합지졸 살림살이들과는 비교가 안되는
폼나는 텐트에 거기에 어울리는 삐까번쩍 어마무지한 장비들을 세팅해놓은걸 보고 조카가 하는 말이다.

하지만 우리는 유쾌한 가족.
민어손질에 정신없어 위스키를 와인이라고 가져와 먹지도 못하고 다시 가져오게 된 것에도 한바탕 웃고
내가 가져간 반짝이 모자를 쓴 신부님이 딴따라 같다고 놀려먹고

분홍색 티아라에 집착하는 손자가 귀여워서 함께 웃고..

아이부터 어른까지 불편함 없이 하루 노는데 우리에겐 우애라는 맞춤한 장비가 있다.
블로그를 통해 우리 형제들 얘기를 부러워하고 특별하다고 해주시는 분들이 많았다.
사실 늘 이런 분위기로 성장하고 나이 먹어가기 때문에 그 부러움이 어떤 마음인지 모른다.
그냥 덕분에 하루 정말 즐거웠다고 한마디씩 해주시고
내 허리에서 느껴지는 통증에 뿌듯한 크기 만큼 남들이 부러워하겠구나 짐작할 뿐이다.
우리가 머문 자리 티 안나게 아름다운 마무리하기.
신부님 웃어야 얼굴인지 알아봐요.
까매서 안보여~
앗~~ 신부님 죄송해요.
수건이 하얘서 신부님 얼굴이 더 까매보여요
형부와 함께 김장거리가 될 배추에 물도 주고
간장 된장 계란에 고구마순, 깻잎 따서 가득 싣고 돌아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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