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 | 월 | 화 | 수 | 목 | 금 | 토 |
---|---|---|---|---|---|---|
1 | 2 | 3 | ||||
4 | 5 | 6 | 7 | 8 | 9 | 10 |
11 | 12 | 13 | 14 | 15 | 16 | 17 |
18 | 19 | 20 | 21 | 22 | 23 | 24 |
25 | 26 | 27 | 28 | 29 | 30 | 31 |
- 퀘렌시아
- 싸가지
- 꽃카페퀘렌시아
- 의정부역꽃집
- 게임
- 함창명주페스티발
- 금혼식
- 이벤트문의
- 운전
- 여행
- 가정교육
- 부케
- 자매
- 꽃다발 예쁜꽃바구니
- 이웃
- 왕싸가지꽃장수
- 카트라이더
- 증도 엘도라도리조트
- 예의
- 숲
- 冬至
- 의정부꽃카페
- 의정부역꽃카페
- 의정부퀘렌시아
- 건강관리
- 교통사고
- 체형관리
- #꽃카페 #퀘렌시아
- 팥죽
- 우전해변
- Today
- Total
주머니만큼 여행하기
천상화원에서의 하루 본문
<9월 15일 09:00 의정부 예술의 전당에서 모여 사패산 오르기.
재금이는 2011년 2월 여성봉 갈 때의 맛으로 김밥 꼭 싸올것>
요것은 한 달 전 쯤에 정해진 약속이다.
큰언니의 전화...얘, 형부가 능이버섯 따러가잰다.
슬쩍 산친구들에게 내비치면서 재금이가 저질체력이라 갈 수 없다하니 친구가 재금이를
업고 가겠다며 능이버섯에 결연한 의지를 보였고 이후 조율이고 뭐고 할 것 없이 우리 一心四體
능이버섯에 표를 몰았다.
그리하여 우리의 약속은.. <9월 15일 08:00 큰언니네 마당>
..이쪽에서 네 명이 갈거야.
..아후~ 형부가 걱정이 많아.
형부의 걱정이 무엇인지 잘안다.
우리끼리 산으로 놀러가는 것도 못하고 멀리서 오는데 혹시 능이를
못찾으면 어쩌냐고 형부는 왕부담 느끼고 계신거다.
괜찮다고 어차피 산에서 노는건 마찬가지라 했다.
언니가 도시락 준비를 한다했어도 업어준다하니 친구가 먹고 싶어하는 김밥을 싸느라 재금이
조금 늦었다.
커피 한 잔에 인사를 나누고 도시락을 나누어 업은 후 40대부터 70대까지 고른 연령분포의
여섯이 부푼 꿈을 안고 능이가 있을법한 산을 향하여 고고씽~~
..오늘은 꽤 멀리 간다는 것만 알아둬.
형부말씀에 마음을 단단히 하지만 산에 안다녀본 재금이의 부실한 다리가 걱정스럽다.
차를 세우고 계곡으로 들어가는 길은 마을에서 멀리 떨어지지 않았지만 아침 이슬을 듬뿍 머금은
풀꽃들로 천상의 화원이 따로 없게 아름다웠다.
우리를 환영한다고 팡파레를 울려주는 나팔꽃을 시작으로 물봉선 붉은 빛 사이사이 노랑물봉선에
눈괴불주머니, 고마리 귀여운 꽃봉우리며 역귀, 짚신나물, 뚝갈, 마타리...
시작부터 능이버섯에 대한 집중력을 떨어뜨릴 정도로 꽃들이 만발이다.
물 한모금 마시는 샘물 옆에는 나도송이풀 연보랏빛이 수줍었고 그래서 더 예뻤다.
계곡에서 갑자기 쳐올라가는, 길도 없는 7~80도 경사의 산비탈.
간간히 알며느리밥풀꽃이 가파른 숨을 쉬어가라고 하얀 두알 밥풀로 유혹을 하지만 형부랑
친구가 급한 마음으로 걷는 빠른 걸음에 상당한 눈치가 보였다.
재금인 친구한테 업어달라 보채다가 스틱이라도 달라고 애원을 해서 받았다.
언니는 저느므 영감팅이 왜 이런 비탈로 끌고가는거냐며 투덜거렸다.
온갖 버섯이 눈에 띄었고 우리는 쾌재를 불렀다.
그래그래 버섯이 제철이라니까. 색으로 모양으로 먹어보라고 교태를 부리는 독버섯이 지천이다.
..난 능이버섯이 어떻게 생겼는지 몰라. 먹어보기는 했지만.
이런이런 혹시 재금이가 능이버섯을 뻥뻥 차고 다니건 아닌지 몰러.
선등자인 형부와 친구가 너무 오랫동안 안보이면 형부~~~!! 를 외쳐서 만났다가
다시 사이가 벌어진다 싶으면 형부가 전화를 하시고 그러기를 반복하면서 올랐다.
하지만 아직 능이를 만나지 못했다.
예쁜 꽃이나 독버섯에 탄성지르기도 금지하기로 했다.
그 감탄사가 능이를 발견했다는 것으로 오인받기 쉽상인 관계로...
능이와 안 능이의 감탄사 차이를 내가 샘플로 들려줬다.
..아이구, 저냥반은 가장인데 빈손으로 가면 안되지. 능이를 따가야지.
우리야 다 건달 아니야? 도토리라도 주으면서 천천히 가지뭐.
언니 말에 낄낄거리며 우리 네 건달들은 형부와 친구가 눈치 안채게 독버섯에도 눈길을 주고
도토리도 줍고(결국 걸음늦다고 형부한테 도토리 주머니를 빼앗겼지만..)꽃구경도 해가며
높고 험한 산봉우리에 올랐다.
..형부 너무 걱정 마셔요. 저희가 얼마나 감탄사를 쓰는데요. 능이가 없더라도 이걸로 충분해요.
..안돼. 그래도 능이를 따야돼.
능이버섯과 송이버섯, 그리고 산삼외에는 눈길도 주지말라는 친구의 말이다.
봉우리에 올라서자 풍경이 아주 좋다.
저멀리 능선과 건너편 봉우리를 가르키시며 그리로 넘어가야
한다는 형부의 설명, 휴우..언제 가지? 재금이가 걱정.
그런데 생각보다 훨씬 편한 능선길, 아하..이제 알겠다.
2월에 선후배들과 함께 왔던 산길을 만났다.
길이 보이지 않게 가슴까지 올라오는 잡풀과 그사이사이 꽃과
열매들이 환상적이다.
큰꿩의비름, 향유, 쑥부쟁이, 구절초, 곽향, 석잠풀, 참취, 천궁..
우린 천상화원이 따로 없다고 아예 그렇게 이름을 지었다.
자주조회풀..귀한 녀석이라는데 내 눈에 띄었다.
우린 형부 몰래 꽃다발을 만들고 사진을 찍으면서도 간격이 벌어지지 않도록 애썼다.
..내 전화기가 없어. 빠졌나봐.
재금이의 손전화가 없어졌다. 바위에서 사진 찍은게 마지막이라는데 언제 거기까지?
민폐라고 그냥 가자는데 친구가 얼렁 뒤돌아 능선을 내려갔고 그 와중에 다시 사진찍기 놀이.
땡볕에서 기다리기 뭐해 조금 위 능선으로 오르기 시작했는데 건너편 봉우리에서 찾았다는 신호.
다행다행 천만 다행. 금방 찾아서 너무너무 다행. 이후 재금이의 태도는 급변.
강도높은 친구의 착한일에 업어달라는 말은 쏙 들어가고 나무지팡이 무겁지않냐 스틱 다시
가져가라 다음엔 산삼넣은 김밥을 준비하마...등등
또하나의 봉우리에서 점심밥상을 차렸다.
언니는 밥과 불고기 오이지무침, 그리고 내가 좋아한다고 일부러 겉절이를 해왔다.
재금이의 김밥, 친구의 경주빵, 나는 커피와 무화과, 경ㅇ씨는 모듬과일을 가져왔다.
꺾어 모은 풀꽃으로 밥상을 장식하고 사진을 찍고...이딴짓 왜하냐고 불평인 사람은 없다.
밥을 먹고 급히 떨어지는 산비탈로 내려가며 능이를 찾았다.
형부가 정말 많은 능이를 따셨다는 곳에서도 능이는 발견되지 않았다.
그때는 언니가 능이버섯을 데쳐내기 바빴다는데 어찌 이렇게 눈씻고 봐도 없는지...
이제 꼭 능이가 아니더라도 식용버섯까지는 허락하겠다는 친구, 밝은 눈으로 싸리버섯을 찾아냈다.
형부와 단짝을 이뤄 이산저산 해마다 능이를 따러 다니시던 친구분이 병환으로 세상을 떠나셨다.
난 그말에 가슴 한 쪽이 싸~아 해졌다. 친구도 그렇단다.
언젠가 우리에게도 그런일이 있을텐데 하는 생각을 동시에 했나부다.
어쩜 올가을 능이를 맛보지 못할지도 모른다.
형부 혼자 산에 다니시는건 너무 위험한 일이다.
능이는 없었다.
우리도 더이상 능이를 따고야말겠다는 의지도 없었다.
천상화원의 감동으로 능이가 아니어도 기쁨이 충만한 하루였다.
우리의 마음이 이리 행복한데도 형부는 기분이 별로 없어 보이신다.
계곡물에 땀을 씻고 과일 간식을 먹고 깊은 계곡을 걸어나왔다.
선명한 색의 달개비, 긴잎별꽃, 쇠서나물, 이고들빼기, 무릇, 쥐손이풀..
재금은 다 그게 그거 같은데 어떻게 이름을 다 아냔다.
산에 많이 다닌다고 꽃이름 나무 이름 저절로 아는게 아니다, 우리가 워낙 관심이 많은거다,
하면서 잘난척 좀 했다.
아..이 계곡을 벗어나기 싫어. 오지트레킹이 별건가? 오늘 우리의 행보가 그것인데..
앞서 나간 언니가 샘물옆에서 꽃 한줄기를 준다.
이삭역귀 빨간 꽃이 오늘 하루 즐거웠냐고 인사를 건낸다.
아침에 급히 지나간 꽃밭에서 느긋하게 해찰을 하고 언니네로 돌아왔다.
그리고 고추 따기. 많지는 않지만 두 분이 따기에는 시간이 걸릴...
언니랑 형부는 일만하고 가서 어쩌냐고 미안해하시고 고마워하신다.
천상화원에서 하루 놀게 해주셨는데 이정도쯤이야!!
게다가 통통한 알밤에 고추, 호박, 파까지 챙겨주는 울언니.
우리의 하루는 풀꽃처럼 잔잔한 것이었으나 격한 행복감이 몰려들었다.
형부와 언니, 결 잘맞고 마음 딱딱 맞는 산친구들과의 능이버섯 트레킹은 이제 연중행사로
자리를 잘 잡아가고 있다.
파이 서비스가 종료되어
더이상 콘텐츠를 노출 할 수 없습니다.
'주머니만큼 여행하기2' 카테고리의 다른 글
10월의 여러 멋진 날에.. (0) | 2012.10.09 |
---|---|
글로리 영광 1 (0) | 2012.09.24 |
40cm..위대한 발걸음 (0) | 2012.09.04 |
山...나의 마약 (0) | 2012.08.30 |
꼽사리 혹은 객꾼의 산행기 (0) | 2012.08.21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