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머니만큼 여행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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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머니만큼 여행하기2

40cm..위대한 발걸음

틈틈여행 2012. 9. 4. 14:16

북한산 북한산 북한산....도대체 진정이 되지 않는다.

도시락 준비를 하느라 서있는데 벌써 무릎이 시큰시큰하는거이...

쿵덕쿵덕 두근두근, 설레임에서 오는 것이면 오죽 좋을까?

완전 두려움이다. 내가 북한산에 트라우마가 있어서리...

 

 

 

 

호랑이 담배 피던 시절 즈음 북한산에서 된통 놀란적이 있었다.

혼자 다니다보니 무슨 봉우리인지 무슨 바위인지 그저 어느 방향에서 시작하던

백운대만 바라보며 걷던 무지한 시절(지금도 별반 다르지 않지만)이다.

그곳이 어디인지는 모르겠지만 날카로운 봉우리와 봉우리 사이 깊은 계곡을 발아래두고

한발짝 떼어 건너야하는 곳에서 오도가도 못하고 여기에서 죽는구나 하고 한참을

부들부들 공포에 떨다가 지나는 분들의 도움을 받아 겨우 건너갔더랬다.

 

5년 전, 비오는 날이라 버리자 맘먹은 낡은 신발을 신고 평지에서 놀 생각으로

나갔다가 산친구들에게 끌려 호랑이굴을 가게 되었을 때도 많이 힘들고 무서웠다.

양말까지 빌려줘가며 그 험하디험한 곳을 지나 백운대까지 끌고 올라가더니

참으로 없어보이는 컨셉으로 기념사진까지 남겨주는 무지막지한 센쑤.

 

 

 

 

 

 

 

사정이 이러하니 12성문 종주는 시작전부터 겁을 먹은 상태였다.

16km쯤 되는 거리에 11시간 걷는 12성문 종주는 아무래도 버거운 산행이다.

이번에 따라나선 이유는 높은데 올라서 산풍경을 보고 싶었고 내가 올라보지 못한

산성입구에서 부암동암문까지 가보지 않은 의상봉에 이름만으로도 무서운 용출봉

용혈봉 등등의 봉우리와 그 봉우리들을 잇는 빼어난 능선들을 걸어보고 싶어서였다.

생수 두 병에 이온음료 한병, 약간의 간식이 담긴 하얀 주머니가 사뭇 위협적이다.

흠..물을 충분히 준비하라더니 또 이렇게나 많이? 오늘 산행 장난 아닌게 분명하군!!

 

 

 

 

             

                <한번 입어봐도 되요~~??...이 역시 다소 없어보이는^^

             마클 7기로 완등자가 받는 선물. 나는 객꾼이라 국물도 없다>

 

 

북한산의 마스터 최오순 클라이머.

중간중간 딸래미 얘기 할 때는  대한민국 아줌마이지만 그녀의 경력은 대단한 산악인이다.

가장 굵직한 경력은 한국여성 최초로 에레베스트에 올랐다는 것과 5대륙의 최고봉 완등.

그녀의 쿨함은 그 봉우리들에서 가져온 것은 아닌지...

 

    

 

 

 

일행을 기다리던중 산행나온 산악인 한왕용님도 만났다.

세계에서 11번째, 국내에서 세번째로 히말라야 8000M 급 이상 14좌를 완등한 분이다.

아이돌 스타 만난 청소년들처럼 인증샷 한 컷씩..

 

              

 

 

 

최원일 마스터도 함께했다.

사패 도봉산에서 알맞은 속도로 내마음을 사로잡은...^^

이번에는 무거운 내 도시락을 업어줘서 얼마나 고맙던지.

도시락은 찰밥과 등갈비김치찜, 계란말이, 깻잎김치

넉넉한 양이다 보니 이사람 저사람에게 나누어 업힐 수 밖에.

 

   

 

 

 

최오순 마스터의 자신은 빨리 걷지못한다는 말에 귀가 번쩍 반갑게 들릴정도로 나는

빠른 걸음을 못한다.

늘 갖은 해찰을 하며 헐렁한 산행을 하는 습관에 몸에 배어있어서리..

물론 이번산행에서도 옆눈으로 만난 것들이 적지는 않았다.

자주꿩의다리, 며느리밥풀꽃, 뚝갈, 짚신나물...그리고 이름을 알 수 없는 처음 보는 꽃들.

 

 

 

                            

                             <대~~에박. 어느 분이 가져오신>

 

 

북한산의 위용을 잘 알고는 있었지만 가파른 암릉의 쇠난간을 잡고 힘겹게 올라선

봉우리에서 바라보는 멀고 가까운 봉우리들과 내가 걸어온 능선들은 실로  감동적이었다.

이러한 격한 감동은'일상의 오르가즘'이라고 이름붙여 두었고 틈날 때마다 즐기고

느끼는게 나의 인생이다.

푸른 하늘에 둥실둥실 뭉게구름이 배경이 되어준다면 더할 나위 없었겠지만 이 풍경만으로

모자람은 없다싶었다. 어디라도 다 한참을 넋놓고 앉아 바라보고 싶을 뿐이었다.

 

 

 

   

                        <프로포즈 이벤트 아님. 생일축하 이벤트>

 

 

 

나는 끝까지 함께 가고 싶은 마음을 착착 접어두고 대남문에서 하산을 했다.

기운은 남아있었지만 종주 후 하산길에 너무 고생스럽고 민폐가 될 것 같았으니까.

대남문까지 아주 힘들지는 않았는데 구기동을 향해  혼자 걷는 길에서는 갑자기 체력이

뚝 떨어지고 끝간데 없이 내려만 가는게 몹시 지루했다.

이건 뭐야? 그럼 산이 마약이 아니었던거야? 그렇담..

아항!! 마스터클래스 팀의 모든분들의 친절이 나의 힘이었던거구먼!!

계곡에 앉아 발 담그고 있자니 싱싱한 커피 한 잔이 생각났다.

얼렁 집에 가서 커피를 내려와야겠단 생각에 서둘러 하산을 했다.

 

 

 

 

   

                           <우리가 걸어온 능선과 봉우리의 일부>

 

 

우리동네라서 편견을 가지고 하는 말인데, 대한민국 고속도로중에서 최고의 풍경을

제공하는 곳이 의정부IC 아닌가 한다.

뱅그르르 돌아 드나들 때 파노라마처럼 펼쳐지는 도봉산 북한산 수락산의 능선과

봉우리들은 계절과 날씨에 따라 안전운전에 상당한 방해가 될 정도로 근사하다.

서울외곽순환도로 일산방향에서 집에오며 보는 북한산이나 IC에서 바라보는 산풍경,

출근길에 만나는 사패능선과 다락능선이 만나는 곳의 산봉우리, 회사 화장실에서 보이는

사패산과 도봉산..평소에 늘 즐기던 풍경들이 요즘 들어서는 완전 색다르게 다가온다.

40cm 남짓한 보폭으로 많은 봉우리들, 그것들을 이어주는 능선들을 다 걸어내는

위대한 발걸음, 그것이 주는 감동에 꽤 오랫동안 달리 보이고 설레일것 같다.

아무리 그래도 그렇지? 어떻게 저걸 다 걸어댕겼지??

 

 

    

 

 

집에 와서 배낭정리하고 도시락 설거지를 하고 싱싱한 커피를 내려서 하산하는

마클팀을 맞으러갔다.

어둑신해져서야 지친 몸, 뿌듯한 마음으로 내려온 마클팀은 곤드레밥으로 저녁식사를 했다.

우리는 몇몇 뭉쳐서 바네하임으로 몰려갔다.

아...산중에서 우리는 얼마나 둔켈을 마시고 싶어 했던가!!

수다를 떨다가 마지막  전철 시간 놓쳐서 사당역까지 바래다 주고 돌아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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