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머니만큼 여행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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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머니만큼 여행하기2

山...나의 마약

틈틈여행 2012. 8. 30. 11:19

사랑에 빠진 사람의 뇌는 마약을 하는 사람의 뇌와 같다고 한다.

늦은 나이 연애질에 빠진 친구가 세상이 너무 아름 답다고, 자신이 이렇게 아량있고 여유있게

사람들을 대하게 될 줄을 몰랐다면서 옆에서 보는 사람들도 많이 달라졌다고들 한다니 맞는 말 같다. 

근심걱정 미뤄두고 즐겁기만 할 수 있는, 정상은 아니라는 말이긴 하겠지만..

 

 

 

 

내가 지난 주말 두번째 객꾼으로 나선 산행에서 사랑에 빠진 사람들의 뇌처럼 긍정적이고 힘이 넘쳐났다.

산행 전 날, 나는 보약을 한 제 지어서 찾아왔다.

밥이 보약이라지만 끼니 안놓치고 종류 안가리고 충분히 먹고 적당히 운동을 해도 어느순간 밥으로는

안되겠다 싶은 때가 온다.

일상생활을 할 수 없을만큼 기운이 없고 무기력해져서 몸을 지탱하지 못해  널부러지는..

속마음 드러내놓고 함께 울고 웃는 사이인 한의사를 찾았는데 진맥을 짚고나서 한참을 말을 잇지 못한다.

이럴 때 나는 80대 할머니의 기력이란다.

미열이 있고 머리가 멍하니 아무 생각없고 기억력도 많이 떨어지고 어깨와 머리가 많이 아플거고..

근육이 제 역할을 못해 소화기능이 떨어진것이고 심한 스트레스에 잠을 잘 못자고 땀을 많이 흘려서 완전

허혈 상태라며 운동중 땀과 더위에 무시로 흘리는 땀은 완전 다르다는 설명에 내가 그걸 느낀다 했다.

내가 불편했던 것들을 하나하나 짚어내는 그녀..

"원장님은 진짜 명의다, 명의"

 

 

<마스터 최원일님. 암벽의 속도에 손꼽힌다는데 산행 속도는 딱 내스타일>

 

 

이렇게 체력이 완전 고갈된 상태라서 감히 사패산에서 도봉산까지 넘어갈 꿈도 못 꾸었다.

길고 힘든 산행일터이니 간단한 도시락이나 챙겨서 먼길 오시고 아침 굶은 분들께 전해드리는

보급책이나 맡아보자 생각하고 산행에 나섰던게다.

사패산은 우리동네이고 나의 놀이터이고 손님접대용의 격한 산책로이니까.

내가 준비한 점심은 주먹밥과 생과일 요크르트, 채소와 방아잎을 넣고 된장으로 간을 한 부침개.

그래도 나의 저질체력이 마클팀 걸음에 걸림돌이 될까 염려되어 먼저 부지런히 오르기 시작했다.

풍경좋은 곳에서 열심히 스트레칭을 하면서 마클 팀을 기다려도 오시지 않는다.

그러기를 반복하다 사패삼거리에선 덧옷까지 껴입고 졸고 앉아있는데 마클팀이 도착했다.

한번 객꾼 산행하고 후기를 보면서 닉네임을 공부했더니 오래전부터 친해왔던 느낌??^^

나는 사패산 정상은 패스하기로..함께 산행을 조금하다가 점심식사후 내려갈 생각에 체력을 아끼고싶었다.

 

 

 

 

 

그런데 참 이상하다.

스트레칭 덕분인지, 언제라도 힘들면 내려갈 수 있는 잘 아는 산이라 안도감 때문인지, 객꾼 산행에

재미가 들린건지, 가끔 하늘이 열릴 때 만나는 좋은 풍경을 만나는 덕분인지..힘든 것을 몰랐다.

너무 기운이 없어 짜증나고 난폭하던 일상중의 성정이 싹 사라지고 머릿속은 맑아졌다.

오랫만에 Y계곡, 사실 무수히 많이 오르락내리락 해본 곳이지만 Y계곡이라 불려지는건 처음 알았다.

그 험준한 지형은 우월한 기럭지의 팔과 다리를 쭉쭉 늘려가며 내려갔다 올라오면 언제나 온 몸이 시원하고

기분이 쾌적해진다.

컨디션이 좋길래 원도봉으로 내려가려던 마음을 접었다.  

다시 신선대에서 하산하려다 못이기는척 함께 가자는 분들을 따라 우이동을 향해 걸었다.

 

 

 

 

 

 

구름이 척척 걸쳐진 산풍경, 내가 좋아하는 풍경들을 만났다.

어느새 추억을 먹고 사는 나이가 되었는지 한 때 물 한 병 들고 힘든 줄 모르고 걷던 이 능선위  나의

청춘이 떠올랐다. 지방덩이보다는 근육이 많던 시절이었는데..ㅎㅎ

아 옛날이여~~♬ 왕년에, 나도 한 때는..하시며 물찬 제비였다는 분들 다 믿어드리기로..

무릎 괜찮냐, 힘들지 않냐 물어봐주시는 분들이 계셔서 더욱 아무렇지도 않았나보다.

식당에 앉아서야 약간의 노곤함이 느껴졌지만 뿌듯함이 동반된 달큰함이었다.

14km가 넘는 산행거리에 8시간 산행. 불가사의다.

일상에선 쓰레기 버리고 돌아오는 길에도 주저앉아 쉬고 싶을만큼 기운이 없는데 이게 웬일이래?

웽웽거리는 모기때문에 잠도 설치고 일찍 일어나고 그랬는데..아무리 생각해도 답이 없다가 딱 떠오른 해답.

마약, 산이 마약이구나!! 중독성은 강하나 완전 무독성인 착한 마약.

 

 

 

 

 

 

일요일엔 마약 금단현상으로 하루종일 누워있었다.

아침 먹고 보약 한 봉지 마시고 깊은 잠 사이사이 스맛폰으로 새로 올라오는 미션수행 사진과 후기 읽기를

반복하면서 금단현상으로 누굴누굴 늘어진 몸에 더해진 험준한 Y계곡으로 인한  달달한 통증을 다스렸다.

산이 마약이라지만 요즘 체력으로는 혼자였다면 저리 길게 걷지 못했을거다.

흠..마약이란게 조직화 되어있는거니까.

슬슬 객꾼이 체질화 되어가는지 눈치도 안봐지고 불편한 것도 없공.

 

 

 

 

 

이번 산행 후 특이사항 하나, 가누기도 힘들던 어깨와 목의 통증이 싹 사라졌다.

견인치료라도 해야하나, 이러다 추간판 탈출증 수술이라도 하게되면 어쩌나 은근 걱정이었는데 그 통증이

싹 사라져버렸다.

김원장의 말대로 혈액 순환이 원할하지 않아 목과 어깨가 많이 아팠던 것이 맑은 공기 속에서 즐겁게 놀고

돌아오니  머릿속에 맑은피가 원할하게 공급되면서 통증이 사라졌나보다.

정성들여 약을 챙겨 먹으면 기력은 보강될거고...

"너 다행인줄 알아. 내가 기운 없다고 맨날 업어져 있고 암것도 안하고 할 얘기도 없어서 맨날 옛날

얘기만하고 또 하고 그러면 얼마나 지겹겠니? 나는 늘 진행형이잖어"

괜히 기운없는데 무리하고 돌아다닌다고 지청구 할까봐 재형이한테 선수를 쳐본다.

오랫만에 사패 도봉산 풀코스 등산을 하고 나니 출근길에 늘 바라다보이는 그 산들이 아주 새롭다.

 

 

 

<사진은 '근호의 빛으로 그리는 세상'과 고어텍스& 윈드스토퍼 카페에서 업어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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