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머니만큼 여행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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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머니만큼 여행하기2

수목원 셋

틈틈여행 2012. 6. 8. 00:12

 

내 피부는 우윳빛이다.

봄 내내 주말마다 어찌나 돌아댕겼는지 완전 초코우유다.

얼굴이 안되보인다는 인사를 엄청 받고 있지만 군살은 제대로 붙었다.

역시 짙은 색은 축소되어 보이는게 확실하다.

 이제 더워지고 햇볕도 강렬해 얌전히 피부 관리하면서

꽃구경은 집에서나 하려고 화분 몇 개 들여놨다.

아침마다 물 줘야하니 알람도 20분 땡겨 맞추고..

하지만......

 

 

 

 

 

 

동생이 자꾸 무슨 드라마에 나온다며 제이드가든수목원을 들먹인다.

지난해 강촌 가는 길, 제이드가든수목원 안내판을 처음 봤다.

마~악 개원한 수목원에 바로 가는 걸 꺼리는 나는

숲이 좀 익으면 가보리라 미뤄뒀었다.

에잇, 그런데 자꾸 바람을 넣다니..시간 맞추기도 어렵고 정찰도 할 겸,

또 오랫만에 혼자 산책하고 싶은 마음에 택일을 해둔 이틀 전.

"언제 현주랑 좋은데 가야하는데..."

선자의 한마디에 와르르르르 세웠던 계획이 무너졌다.

"그럼 낼 모레 7시 반에 만나"

두 말 않고 서로 오케이다. 난 이런 깔끔진 약속을 격하게 선호한다.

그날의 첫번째 관람객이 되어 입장하고 느릿하게 숲을 거닐고

꽃들에 감탄하고, 친구의 허당짓에 허리를 꺾고 웃었다.

 오가는 길 서로의 속을 드러내놓는 수다를 떨었다.

비빔밥에 감자전, 싱싱한 샐러드까지...으흠~~지금 생각해도 군침이 도는..

풍성한 점심식사로 나에 대한 친구의 애정, 아니구나 우정을 확인했다.

 

 

 

 

 

 

내가 미애와 함께 쏘다닌 곳이 참 많다는걸 새삼 깨닫는다.

잊고 있던 추억들을 새록새록하게 떠올려준다.

"내가 너한테 그렇게 훌륭한 일을 많이 했단 말이야?"

나만 훌륭한 일을 했다면 어찌 긴 세월 친구 관계로 유지될 수 있었을까?

완급을 조절하며 지나온 30여 년간 서로에게 속보이는 좋은 친구가 되주었다.

장흥자생수목원에 다녀왔다.

미애는 반찬을, 나는 밥과 국을 준비해서 도시락 까먹고

추억을 되집어보고 우리가 맞아야 할 시간들을 얘기했다.

나이를 먹어가면서 얼굴과 뱃살과 엉덩이만 중력의 영향으로 쳐지는 것이 아니라

마음도 중력의 영향으로 축 쳐질 것이다.

늘 옆에서 힘이 되고 즐거움이 되는 평생 함께가는 친구하자고

어린 아이들처럼 손가락 걸고 맹세했다.

 참...장흥자생식물원은 입장시간이 9시부터지만

8시 30분에 도착한 우리를 들여보내주는 것에 기분이 좋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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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미애는 시어머니 여행 가신 틈에 실컷 놀겠다고 남편에게 선언했단다.

숲에서 아침밥 먹는 재미에 들린 이 친구들, 나를 가만 두지 않는다.

"가평의 꽃무지풀무지 가봤니?"

수목원에 관한 질문은 내게 해달라며 약속을 정했다.

밥, 쌈채소에 쌈장, 과일과 커피..소풍준비 끄~읕.

"웅아. 너 중년 복 타고났다"

숲이 너무 좋다고 우리들 소풍에 기꺼이 따라나서는 친구다.

벚나무에 까맣게 달린 벚찌 따먹고 혀가 까맣게 되도록 오디 따먹고

나무 그늘아래 원두막에서 예쁜 돗자리 깔고 뒹굴뒹굴.

웅이가 가져온 주황색 체크무늬 돗자리는 내가 접수했다. 아니 억지로 선물 받았다.

"그 돗자리는 나한테 어울려. 나 줘"

바람이 만들어내는 나뭇잎 부딪는 소리와 새들이 연주하는 노래소리

미애와 나의 웃음,  간간이 드르렁드르렁 웅이의 코고는 소리가 섞였다.

"이렇게 나를 위해서 시간을 보내본 적이 없이 살았어"

둘이 거의 비슷한 말을 했다.

"나 믿을만 하지? 니들 고맙다. 이렇게 잘난척 할 기회를 줘서"

친구들은 내게 고맙다 했다. 이런 시간을 가질 수 있게 해줬다고..

꽃무지풀무지는 티켓 한 장이 한달 자유이용권이라는 것과

하절기 입장시간이 8시라는 것이 내 맘에 쏙 들었다.

오디가 툭툭 떨어지던데 주말에 커다란 비닐 한 장 들고갈까 생각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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