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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머니만큼 여행하기
오가1리 최고에요!! 본문
엄마랑 나의 나이 차이가 너무 많은게 문제였는지도 모른다.
사춘기 지난지 오래여서 까맣게 까먹고 사춘기 딸을 이해하지 못하는 엄마와 아직 새파래서 나이듦의
특징을 이해하지 못해 괜한 짜증으로 일관하는 딸은 어쩜 같은 맥락일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엄마는 언제나 엄마여야 하는데 언제부터인지 울엄마가 자꾸 할머니들이나 하실 법한 행동과 말씀을
하시는걸 보면 안스러운 마음이 들었고 이상하게 짜증으로 반응했었다.
..큰언니가 나이들어가면서 엄마랑 똑같아지지 않아?
재형이가 내게 물었고 나도 그렇게 생각한다고 대답했었다.
그리고 몇 해가 지나고나서야 나도 곧 그렇게 엄마 닮아가는 큰언니를 닮아갈거란 생각을 하게되었다.
아니, 그건 엄마라서 딸이 닮고 동생이라서 언니를 닮는게 아니라 나이듦에 따라 피할 수 없는 증상들을
닮아가고 있는거라 생각된다.
엄마와는 37년 차이, 언니와는 18살차이이니 아무래도 언니를 이해하고 언니와 소통하는게 엄마보다는
매끄럽고 부드러운게 당연하다.
내가 새파래서 엄마는 노인이 아니라 엄마이기만 해야한다는 생각에서 벗어나지 못했다면 지금은 언니도
어쩔 수 없이 노인이고 나 역시 멀지않았음을 서서히 받아들이는 나이가 되었다는 얘기다.
일부러 맘먹고 그러는건 아닌데 엄마한테 못해드린게 한이 되긴했는지 언니에겐 내가 여우짓 좀 한다.
어쨌거나 제대로 효도 한번 못한 찌질한 동생이 있는 울언니, 크게 복받은 사람인데 그거 알려나 모르겠다.
형부 역시..^^
경연대회는 아니구 그냥 발표회라 하면서 바쁜데 뭘 오냐며 하는 말.
..26일날 내촌문화센타에선가 하는데 2시부터래. 야, 형부가 옆에서 오지 말랜다. 뭐하러 오냐구.
오지말라며? 날짜 알려줘, 시간 알려줘, 장소까지..왜 다 갈켜주는건데?
아마 이전 행사에 간다해놓고 바쁜 일때문에 못갔더니 울형부 삐치셨나보다.
알아서 하겠다고, 봐서 가겠다 해놓고 꽃다발 하나를 만들어 열심히 달려가는데 언니에게 걸려온 전화.
..너 오니? 우리 주황색 옷 입었어. 주황색 찾아와!
포천시노인복지관과 건강보험공단 포천지사가 주관하는 실버 여가 한마당.
복지관의 사물놀이팀, 북난타팀, 민요팀에 속한 어르신들, 마명1리 경로당, 소학1리 경로당 등등
동네별로 건강보험공단을 통해 배우고 익힌 여러가지를 선보이는 어르신들은 총 열 개 팀이다.
울언니는 오가1리 경로당, 라인댄스.
..에잇, 이거 뭐야!! 오가1리는 플랭카드도 하나 없고. 담번엔 플랭카드라도 쏴드려야겠네.
응원단도 제일 적게 오신듯..
함께 춤추시다 음식 알러지로 못나오신 분과 그 분의 짝, 보건소장님, 음료수를 쫘~악 돌린 어느댁
며느님이 응원단의 전부인가보다.
출연자 전부에게 꽃다발을 전해드리는 동네, 어린 손녀 손자들을 앞세운 응원단으로 시선을 끄는
동네, 감당 못 할 속눈썹을 붙이고 나서신 동네, 보닛을 쓰신 할머니 등등..
그에 비해 오가1리는 참 조촐하다.
어르신들의 무대를 보면서 나는 코끝이 찡했다. 유치원 아이들의 재롱잔치 때처럼 ..
아이들은 어른들보다 총명하기라도 하지..
어느 동네는 유난히 거동마저 불편해보이는 어르신들까지 나오셔서 많이 어줍고 박자가 틀려도
비슷한 율동을 따라해내셔서 내 코끝이 더 매콤해졌다.
다섯번째 순서 오가1리 라인댄스.
울언니 몸짓이 가볍다. 젤로 여우짓하면서 춤을 춘다. 어르신들 가운데 울형부 굿바디^^
..형부 이러시면 모냥 빠져요.
화장실 다녀오실 때 허리춤에 차고계신 핸드폰과 열쇠꾸러미 빼서 내가 보관하길 잘했다.
오가1리 어르신들 공연하시는 동안은 더 열렬히 환호해드렸다.
무대에서 내려오실때 형부께 꽃을 드렸다. 언니한테 주지, 하시며 쑥스러워하시는 형부.
..오가1리 최고에요, 그중에서 윤상*씨랑 양연*씨가 제일 잘하시더라. 윤상*씨 최고에요~~!!
10개팀의 발표가 모두 끝나고 전문공연단이 흥을 돋구며 짧은 여흥시간을 마련했다.
어르신들 관광버스 좀 타셨는지 막춤 춤사위가 모두 예사롭지 않다.
..형부가 나갈까?
큰언니가 형부를 잘 모르시는듯, 내가 형부의 손을 잡아이끌자 바로 플로어^^로 따라나서시는 울형부.
신나게 한판 춤판이 끝나고 시상식에서 오가1리 경로당은 화목상 수상.
아무래도 여자어르신들이 대부분이던 다른 동네에 비해 남자어른신 여러분이라 점수를 많이 받은듯하다.
나는 좀 까불까불 다소 버릇없다싶게 행동하고 말했다.
..형부, 친구분들 중에 이렇게 이쁜 처제 있는 친구 없으시죠?
옆에 계시던 형부친구 부부께도 한마디.
..저 같은 처제 없으시죠? 부러우시겠다. 저 같은 동생 있으세요? 부러우시겠다.
아저씨는 몇번이나 '너 처제한테 한 턱 내야겠다'시며 매번 이렇게 와줘서 고맙다고 칭찬을 해주셨다.
아주머니는 나를 꼬옥 안아주셨다.
..나한테도 동생이 하나 새로 생기거 같아. 이렇게 와줘서 고마워요.
형부도 몇번이나 고맙다고 해주셨다.
모든행사가 끝나고 오가1리 단체사진에 응원단까지 함께 찍었다.
어른들이 같이 저녁식사하러 가자 하시는데 배웅만 해드리고 돌아왔다.
일이 엉켜서 엉망이던 기분으로 갈 때와 달리 어른들과 한판 어울려 놀고 돌아오는 길엔 하늘의 뭉게구름
만큼 가벼운 기분이 되어 있었다.
어른들 기쁘게 해드리러 갔다가 내가 더 즐거워 돌아오다니..이런거구나!!
카메라를 안챙겨가서 보건소장님께 미리 메일주소를 알려드리고 사진을 부탁드렸었다.
사진과 함께 온 짧은 메모 중에 매번 찾아와 어르신들 사기진작에도 큰 역할을 해주어서 감사하다는
인사가 적혀있었다. 매번이라 해봤자 이번이 두번째다.
기분 훌훌 풀고 즐거웠는데 인사까지 받으니 다음 행사에 이 응원단 빠질 수가 없게 되었다.
9월에는 좀 더 큰 무대라 하니 기대하시라, 오가1리 경로당!
아니다. 다음은 '포천시 대표'로 출전하신단다.
..야, 나 너무 바빠. 여기저기서 봉사하러 오래지, 연습 빼먹으면 난리지. 그날도 행사 두 개 잡혔는데
하나 포기한거야.
우화화..울형부 울언니 최고의 전성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