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삐수니 일기2

언니도 수재민

틈틈여행 2011. 7. 28. 22:29

"올해 김장은 백김치 해야겠네"

농담도 하고

"오늘 올케가 와서 수재민이라고 밥사주고 갔다!"

자랑도 하고..

하지만 속은 모두 시커멓게 타 있습니다.

 

언니, 형부 밤새 물난리를 겪어 두 분 몸살 날 지경이신가 봅니다.

당장 쫒아가 볼 수 없는 제 속은 말이 아닙니다.

억수 같은 비에 중요문서, 혈압약 챙기고 이불이며 간단한 가재도구 차에 실어

조금 높은 곳에 올려다 두고 새벽녘까지 불어나는 물 걱정에 잠을 못이루셨답니다.

언니 집앞 개울이 이렇게 마당 가까이까지 차올랐던 적은 없었는데..

그 동네 어느 댁은 물이 들어와서 간신히 몸만 피신하기도 했다니 언니는 그나마 다행인건지..

 

그래도 울형부, 약속하신거라고 주말 가족 모임 준비를 하신다는거에요.

동생네, 조카들에게 냉큼 취소 연락을 했다는 걸 전해 들으시고 좋아하셨답니다.

수해복구 함께 하자고 내려가겠다는 문자에 제가 손 보탤 일이 아니라 하네요.

두서너 이랑씩 대여섯 이랑씩 심은 농작물들을 모두 휩쓸어내고

어마어마한 쓰레기더미들이 그 자리를 차지하고 있어서 식구끼리 할 수가 없대요.

 

"땅콩도 잘되고 콩도 얼마나 잘되었는지 몰라. 고추는 빨갛게 익어서

 건조기를 장만해야하나 고민하던 중인데 하나도 안남었어.

 차고는 아예 쓰러졌으면 사람불러 새로 짓겠는데 어중간하게 망가져서

 형부만 고생하게 됐어."

면세유가 가득 든 커다란 드럼통이 둥둥 떠다녀 기름이 유출될까 마음 졸이고

오래 묵어 맛있는 장 항아리들이 떠내려갈까 너무 조마조마 했던 시간들.

"무서워 죽을뻔 했어!"

그렇고 말고..말만 들어도 머리카락이 쭈볏쭈볏 곤두섭니다.

장독대는 안전해서 천만다행이었다는..장독대 다음은 집이니까요.

 

그래도 언니는 이 우중에 봉사활동을 나갔다 왔대요.

아예 물이 들어와버린 집들과 작은 가게들은 손 모아 함께 정리하고 청소하고 그랬나봐요.

동네 부녀회장님이시라..

 

저도 3일 동안 빗길 운전에 얼마나 용썼는지 손목이 시큰거립니다.

이 손목으로 수해복구는 어렵더라도 언니네 동네 수해를 입으신 어른 몇 분,

힘내시라고 맛있는 점심 사드리러 가기로 했는데..

지금 우리동네는 다시 빗줄기가 굵어졌습니다.

이제 그만 좀 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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