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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머니만큼 여행하기
울릉도교향곡 4악장 본문
상희와 나의 인연은 94년부터다.
그녀는 늘 강아지 세마리 정도를 키운다.
그러면서도 집에서 개 비린내 나는 일 없이 청결을 유지하고 개들 오물 닦는 걸레까지도 눈부시도록
하얗게 빨아 바삭바삭 말려서 쓴다.
그녀는 살림의 종결자. 깔끔하기로 빠지지 않는 그녀의 두 동생도 혀를 내두를 정도이다.
아직까지 그녀만큼 살림을 정갈하게 하는 여자를 본 적이 없다.
그녀는 알콜분해효소가 코딱지만큼도 없나보다.
맥주 반 잔에 구토를 하느라 화장실에서 못나온걸 본 적이 있다.
그런 상희가 5년 전 울릉도로 물건너 갔다.
서울에서 나고 자란 그녀, 살림하고 띵까띵까 놀고 한보따리씩 쇼핑하는걸 낙으로 삼던 그녀가
어느날 홀연히 울릉도엘 가더니 뒤이어 상정 상미까지 그리로 건너갔다.
내게 연씨 세자매의 울릉도 얘기는 너무 재미있어서 다른 것 안해도 울릉도 건너간 본전을 뽑을 판이다.
연자매들을 바라보면 그냥 신기할 따름이다.
핏자 배달은 도동에 주문하면 버스에 실어 보내고 한시간 후 도착하는 버스시간에 맞춰 나가 받는다.
어떤날은 비가 와서 홀딱 젖어서 왔더란다.
봄에는 명이 뜯고 여름에는 열매들 따서 효소 만들고 가을부터는 오징어 배 가르고..
상희의 오징어 배가르는 흉내에 나는 늘 허리를 꺽고 웃는다.
비싼 가방을 샀는데 들고 갈 때가 없어서 1주일에 한번 차리고 나가게 교회라도 나가야겠단다.
셋이 각각 다른 교회에 다니라 했다. 그래야 명이를 뜯으러 가는 팀을 이룰 때 명이 많은 곳도 각각 갈테니.
오징어 철이 끝나면 포항에 나가 며칠동안 맛있는거 사먹고 쇼핑하고 놀고 들어오는게 큰 즐거움이란다.
백화점에서 쇼핑 할 때 맘에드는 예쁜 빼딱구두를 집어들었다 슬그머니 내려놓는단다.
신고 나갈 때가 없어서..
과일이 귀해서 과일이 가장 큰 대접이고 맛있는 빵도 별로 없어 내가 사 간 한보따리 빵이 반가운,
두부 콩나물은 귀하지만 전복을 따 올리고, 홍해삼에 커다란 홍합으로 밥을 하고 너무 큰 문어는 맛없다고
버리는, 전호 꽃이 피고 나리꽃이 피고 섬바디에 해국에 계절따라 꽃이 이어 피면 그렇게 아름다울 수가
없다고 나더러 자주 오랜다.
자동차에 키를 그냥 꽂아놓는게 일상이고 외출할 때도 문을 잠그지 않는게 아무렇지도 않은 섬 울릉도.
산에 가고 장아찌 담고 연자매들과 수다떠는 것만으로도 울릉도가 좋은데 동희씨는 자꾸 관광을 못해서
어쩌냐 하더니 동네 어버이날 잔치에 가서 음식 몇가지를 챙겨 나를 데리러 왔다.
동희는 상희의 남편. 울릉도가 고향이다.
전혀 의도한 바는 없으나 2000년도에 나를 매개로 두사람의 연이 닿았다.
상희의 말대로라면 내가 중매장이라고 그나마 관광을 시켜주는거라니 흔쾌히 따라나섰다.
느즈막히 아침먹고 놀던터라 허겁지겁 섬을 떠날 채비를 해야했다.
상정과 상미가 잘 다녀오란다.
빨리 다시 오라는 뜻.
명이를 뜯으러 가려다 갑자기 관광을 하게 되었으니 큰 문제가 생겼다.
내가 뜯은 명이를 팔고 다시 뜯으러 못가서 가져올 명이가 없어 난 울상이 되었다.
동희씨가 친구네 집에 들려서 한보따리 얻어주는걸로 깔끔하게 해결되었다. 울릉도 원주민이 있으니 좋다.
울릉도 순환도로의 한쪽 끝인 섬목에서 문어다리 하나를 썩 잘라 한접시 만들어 먹고 귀하다는 홍해삼도
먹었다. 여기저기 풍광 좋은 곳을 돌아보다 출출함은 따개비칼국수로 해결했다.
도동과 저동을 잇는 산책로는 시간이 부족해 절반만 걷는것을 끝으로 약간의 울릉도 관광을 하고 돌아오는
배에 올랐다.
이 중매장이 관광시켜주면서 상희와 동희는 알콩달콩 티격태격했다.
상희가 큰걸 바라는 건 아닌데 동희는 그걸 못들어주고, 동희에게 어찌하면 되는지 알면서도 상희는 그게
잘 안된다 하고, 그러다 격해지면 동희가 집을 나가버린단다.
상희는 가출이라 칭하고 동희는 출가라 우긴다.
..에효~ 동희도 옛날엔 귀엽고 깜찍했는데 이제 끔찍하다.
..내가 살면서 누구한테 그닥 못할 짓 하지 않았는데 딱 두사람한테 못할 짓 했다. 상희랑 동희씨한테
아주 못할 짓 했어. 내가 하필 그날 상희를 동희씨 있는데로 데리고 갔는지 내 발등을 찧고 싶어.
내가 죽을 죄를 지었다. 그런데 가만히 보면 둘이 천생연분 보리개떡이야. 그러니까 나를 용서하고 그냥
그러고 살아라. 가끔 올테니 이렇게 중매장이 대접이나 해주고.
일요일 점심에 동생가족을 불렀다.
무겁다고 더 많은 것은 택배로 보내준다며 당장 먹을거만 챙겨넣어줬는데 삼겹살과 목살을 더해서 훌륭한
밥상을 차렸다.
..삼겹살만 샀는데 왜이렇게 비싸냐? 섬에서 나온지 하루 밖에 안되서 육지 물가에 적응이 안된다.
울릉도 특산물로 차린 밥상에 식신들이 환호하고 소은이는 명이 장아찌 한 장을 집어내며 감격했다.
..명이야 반갑다. 엄마 너무 오랫만이라 어떻게 떼어내야하는지 감도 떨어졌어요.
설거지도 편하게 싹싹 상을 비웠다.
저녁은 울릉도특산물전을 부쳐 먹었다.
오징어와 부지깽이 명이 미역취를 썰어 넣고 양파 얇게 썰어 넣어 부친 부침개가 대단한 별미였다.
오늘은 다섯시간 동안 음식을 장만했다.
오징어 네마리 껍질벗겨 데치고 쪽파도 데쳐 돌돌말아 강회를 만들고 달래는 명이 장아찌 간장에 고춧가루,통깨를 넣어 달래장을 만들었다.
소금간하고 참기름, 통깨로 무친 부지깽이 나물, 명이, 미역취, 부지깽이 쌈에 넣을 쌈장도 준비했다.
한번 만들어 먹어본 후 사는 쌈장은 맛이 없어 안먹게 된다.
들깻잎, 오이, 상추를 썰고 무우순을 준비한 것은 참치 회덮밥을 위한 것이다.
참치는 부산에서 향기로움님이 보내주신 것을 아껴두었었다.
명이 장아찌와 초고추장 챙기고 과일도 씻고 깎아 이쁘게 준비했다.
미리 씻어놓은 쌀까지..짐이 많아 두번에 나누어 내려와 차에 싣고 사무실로 갔다.
밥물을 맞춰주신 언니들이 상차림까지 도와주셨다.
물론 울릉도 특산물 웰빙밥상은 완전대박이었다.
..나 아침에 무시받았어요. 밥해온다니까 지점장님이 요리할 줄 아냐고 하길래 뭔가 보여드리고 싶었다구요.
저요, 나름 귀하게 자라서 잘먹고 살았구요, 머리도 좋아서 맛있는 음식 흉내 낼 줄은 안다구요 뭐~
다음엔 이태리 음식으로 쏴 드릴까요?
해발 500m이상, 경사 80도 이상인 울릉도 산에서 한 장 한 장 정성껏 뜯어온 쌈채에 지점장 감동했나보다.
내일은 혀를 반쯤 접고 콧구멍 한 쪽은 막아볼 셈이다.
..디덤당니~~임. 저 열흘간 다시 울릉도 다녀오게 허락해주세요~~네~~??
계속 등장하는 장아찌(명이 부지깽이 미역취)나 부지깽이 나물, 오징어 등등 특산물 주문은..
울릉도농부 해맑은농장 054) 791 - 556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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