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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머니만큼 여행하기2

북해도2..얄미운 나라 일본

틈틈여행 2009. 1. 16. 00:10

설경에 탄성을 지르면 아사히카와 미술관에 도착했다.

겉으로 보기에는 그리 규모가 커보이지 않았지만 요조모조 짜임새 있는 내부가 그리 답답하게 좁지는

않았다. 그 한쪽에 자리한 식당에서 현지식..말하자면 일본 음식으로 벤또가 점심식사였다.

여행 직전 이틀 사이로 양양을 두번 다녀오고 감기도 다 낫지 않은 상태라 거의 기진맥진하던 나는 평소

좋은 식성과 달리 기내식이며 밍밍한 도시락이 입맛에 별로 와닿지 않았다.

그냥 서양식이라면 몰라도 밥에는 역시 김치가 있어줘야 밥맛이 나는 법.

쪼글한 단무지 몇조각으로는 밥이 쉬 넘어가지 않았다. 밥 한술에 미소된장국을 마시며 밥을 먹자니 참..

얼른 된장국을 더 달래야겠다하고 홀짝 마셔버렸는데 옆테이블에서 먼저 된장국을 더 달라는 소리에

가이드의 안내말씀이 이어졌다. 일본은 모든 추가 음식은 추가비용을 내야한다며 적당히 내놓고 필요하면

돈 내고 더먹고..그리하여 음식물쓰레기가 거의 없다고 했다.

아니!! 이렇게 소꼽장놀이 하듯 음식을 주고 더는 못준다고?

우리나라 밥상이 너무 과하다 싶은 생각들을 많이 하긴 했지만 목이 메는 이 벤또에 멀건 된장국물 마저도

추가로 돈을 내야한다하니 울컥 얄미운 생각이 들었다.

덴장맞을..된장국 원가 얼마나 든다구..안먹는다 안먹어!1

자꾸 커피가 땡기는데 커피마저도 별도 요금. 그래, 내가 커피값은 낸다, 내!!

 

우리가 도착하기 전날 듬뿍 눈이 내렸다더니 조금 멀리 이동을 해도 전혀 지루하지 않게 창 밖 풍경은

아름다웠다. 가보지는 않았지만 이쯤이면 북유럽 어느나라 설경에도 뒤지지 않겠다 싶은 생각이 절로 들었다.

상록수에 척척 내려앉은 하얀눈이며 하얀눈밭에서 은빛으로 빛나는 자작나무, 경사진 지붕에 소담하게

쌓여있는 폭신한 눈들이 멀리 푸른 하늘을 배경으로 슬프도록 아름답게 다가왔다.

"언니, 이것 좀 봐"

강한게 반사되는 햇살에 눈이 부셨던지 동생이 버스 창의 커텐을 모으며 눈짓으로 가르켰다.

커텐레일의 나뉘어진 부분이 벌어져 햇살이 들어오는 것을 막기위해 위부분 7~8cm쯤 내려온 지점에

똑딱이 단추로 커텐 두 장을 붙일 수 있게 해두었다.

 

이틀은 대욕장이 있는 온천 호텔에서 묵었다.

우리가 저녁 8시가 넘어서 욕장에 갔음에도 탕내의 물이 너무너무 깨끗한데 놀랐다.

첫날의 온천물은 유리알처럼 맑았고 둘째날의 온천은 유황성분이 많은 뿌우연 물이었어도 분명 아주

깨끗할걸로 짐작이 되었다. 가끔 직원이  물의 온도를 체크해서 항상 일정한 온도를 맞춰주고 있단다.

비누는 물론, 샴푸 린스 바디클렌저에 얼굴 각질제거제, 거기다 발뒤꿈치 각질제거기까지 두루 갖춰두었다. 어떤 제품들은 사용하고 구입하라는 샘플용이기도 했지만 골고루 깨끗하게 정리되어있으니 제품을 사던

안사던 우리같은 여행객들에게 이만저만 편리한게 아니었다. 모든 사람들은 앉아서 살살 물을 끼얹고

샤워가 끝나면 주변을 정리하고 바가지를 헹궈서 엎어두고 나갔다. 덩달아 한국사람들 예의없단 이미지를

주기 싫어서 살곰살곰 샤워하는 자세가 되었다. 온천욕을 끝내고 나와서 더욱 놀란 일이 있었다.

조카 지숙이 또래의 아가씨가 헤어드라이어로 머리를 말리는걸 보고 감탄까지 하게 되었으니...

목욕탕에서 물을 흘리고 머리카락을 아무렇게나 닦고 말리면서 목욕탕에 머리카락이 많아서 지저분하네

어쩝네하는게 나였는데 그 아가씨는 세면기에 대고 살살 자기 머리카락을 털어가며 말리더니 떨어진

머리카락들을 주워 돌돌 말아 쓰레기통에 버리는거였다. 바닥은 돗자리여서 머리카락이 잘 보이지도 않고

줍기도 어려울테니..

아~~ 이렇게 한사람 한사람의 습관들이 일본은 깨끗하다는 이미지를 만드는구나 싶었다.

시골 작은 휴게소의 화장실도 냄새 하나 없고 흘린 물방울 하나 없이 깔끔하더니 이런거였구나 싶었다.

 

 

 별로 해외여행을 가보지는 않았지만 여행을 할 땐 나만의 기념품은 꼭 사려고 한다. 많은 사람들이 여권이 필요한 여행을 하는 요즈음, 받는 사람은 별 소용에 안닿지만 주는 사람은 신경쓰고 시간쓰고

돈쓰는 기념품을 돌리는 것이 그리 반길 일은 아니라고 여긴다.

문득 어떤 기념품에 보고 꼭 주고 싶은 사람이 떠오른다면 몰라도

의무감으로 사는 기념품은 사고 싶지 않은게 내 기분이다.

가는곳마다 기념품 코너는 있게 마련이고 마지막날 면세점을 잠깐

들린다해서 급히 서두르지 않았지만 사고 싶은게 없어서 그랬던 것은 아니었다. 오히려 사고 싶은게 너무 많아서 자중하느라 지갑을

부여잡고 머릿속에서 엔화를 우리돈으로 급히 바꿔 계산하기가

바빴다. 엔화가 비싼 시기이기도 했지만 전반적으로 물가가 만만치 않았고 나는 이상하게 외국에서 우리돈으로 5000원이 넘는다 싶으면 구매욕이 싹 사라지는 습관이 있다. 아마 국내에서도 이런 계산을

하고 살았으면 떼부자가 되었을테지만..

가격을 떠나서 북해도에는 북해도만의 기념품들이 잘만들어지고 잘 포장되어져서 감탄이 저절로 나왔다.

한반도전역 공통의 글씨를 새겨주는 팔찌 목걸이 열쇠고리라든가 'ㅇㅇㅇ관광기념'이라 새겨진 수건들, 지역별 특산물과 그 가공품 몇몇 종류가 여행기념품의 전부인데 비해 색이 확실한 기념품들이 많았다.  여우, 부엉이, 곰들이 갖가지 디자인으로

기념품이 되었고, 유럽을 연상하게 하는 라벤다에 각종 유제품, 우엉이며 감자, 게, 라멘에 맥주...땅이면 땅, 바다면 바다 모조리 다른데는 없고 자기들 고장에서만 나는 양 자신감을 얹어 관광객들의 지갑을 열게 하는 걸 보면서 부러운 마음이 앞섰다.

이번 여행의 나를 위한 기념품은 노란 여우 한 쌍이다. 나무를 깎아 만든 맨질맨질한 여우는 앉혀놓을 수도

걸어놓을 수도 있는 정말 여우 같은 아이디어가 내마음을 끌었다.

홍콩? 타이완? 하고 묻길래 코리안이라 했는데 10% 할인을 해줬다. 글쎄..홍콩이나 타이완에서 온 사람들은

얼마나 할인해줬을라나..?

 

 

 

37명이 한팀이었으니 우리 가족이 1/3인 셈이었다. 여러번 버스를 내리고 타고 헤쳐 모여를 하는 가운데 딱 한번 우리 가족이 늦은 것은 바로 나 때문이었다.

우리나라, 중국과 더불어 차 문화가 발달한 일본은 커피를 많이 마시지 않는단다. 시골지역으로 다니다 보니 호텔식당이 아니면 커피 마시기도 엽엽치 않았고

삿뽀로 시내에서조차도 그 흔한 별다방 콩다방도 잘 찾아지지가

앉아 밍밍한 음식에 커피가 늘 고팠다.

 

 

공항으로 가던중 작은 휴게소에서 커피를 마시려고 자판기를 찾아 줄을 섰는데 앞의 두분이 여러잔의 커피를

뽑으시는 중이었다. 결국 필요하신 양을 다 못채우시고 내게 양보하셨지만 이미 시간이 지나고 있었다.  

고급커피나 일반커피나 맛이 똑같은 우리나라 커피 자판기와는 사뭇 다른 그냥 단순한 자판기가 아닌 것이

문제였다.  무인 카페라해도 넘치지 않게 메뉴가 다양했고 가격이 만만치 않았다. 커피 한 잔 나오는 시간이

57초로 표시되었고 250엔을 먹고 토해낸 커피의 외양은 뚜껑까지 덮여 나와 별다방 출신 같았고 커피맛도

꽤 싱싱한 것이 전문점에서 마시는 것에 크게 뒤지지 않았다.

이 잘난 커피를 들고 5분이나 늦어서 죄송함돠를 연발하며 버스에 오르는것으로 여행이 끝나갔다.

 

유사이래 그들이 했던 짓들을 생각하면 미운데..정말 미운데 배울점이 많은 나라라는걸 인정해야하는..

그래서 얄미운 나라 일본.

 

무얼먹고 무얼했을까요? 북해도 여행이야기.. http://blog.daum.net/somson/137566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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