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머니만큼 여행하기

향신료 만들기 본문

주머니만큼 여행하기2

향신료 만들기

틈틈여행 2008. 10. 9. 22:55

..냉장고 뒤져서 한가지씩 싸오세요.

  으음~~ 랍스타 그런거는 싸오지 말아요. 식으면 비린내 나니까.

  그리구 갈비나 스테이크 그런 것도 피해주세요. 식으면 기름 엉겨서 못먹어요.

  냉장고에서 쳐지는 음식들 아무거나 가져오면 다 맛있게 먹게 마련이에요.

 

그래도 얼굴들이 모두 심난하니 뜨악하다.

회식이란 비싼거 아니라더라도 맛난 집에 가서 먹고 노는 것이 아니냐며

이건 야유회지 회식이 아니라는 큰 목소리가 나왔다.

뭐 사람 생각이 어떻게 다 똑같을 수가 있나?

그래도 난 이럴때 별 물러섬이 없다.

이거 먹고 노는 얘기거든요.

고기에 밥먹고 노래방가는거 많이 해봤을테니 한번만 해보자고..

엎어치나 매치나 모여서 밥먹는 것은 매 한가지 아니냐는 내생각을 밀어부쳤다.

무엇을 하든 여럿이 있다보면 모두가 만족할 수는 없지 않은가.

 

어디 좋은곳 둘러보고 근처 맛잇는 밥집에서 밥먹고 오는 편한 나들이도 좋다.

하지만 포트락 파티라도 하는양 가볍게 뭐하나씩 가지고 나와

자연속에서 둘러앉아 먹는 맛은 고급 한정식집의 잘 차려진 음식맛에서는 찾을 수 없는

재미가 더해지고 오가는 밥정으로 사람의 사이가 더 돈독해지기 마련이다.

 

가을이 막 물들기 시작한 국립수목원에 차려진 우리들의 밥상은 진수성찬이었다.

먹음직한 빛깔의 잡곡밥, 된장찌게, 간이 딱 맞는 불고기, 신선한 쌈채소와 맛나게

양념한 쌈장, 잡채, 샐러드, 오징어볶음, 간장에 삭힌 고추, 멸치 쪼그리 고추 볶음,

식혜, 고구마, 단호박 찜..또 뭐가 있었드라~~

멀찍이 있던 반찬들은 기억도 가물하다.

 

음식만 맛나고 풍성한 것이 아니라 입담도 맛깔지다.

숲에 들어서니 모두 마음이 맑아져서 어린아이 같은 마음이 되었는지

별 얘기도 아닌 것에 배꼽이 빠지도록 터져나온 웃음이 멈춰지지 않았다.

얼마나 큰웃음을 웃었는지 오랫만에 달리기를 한 것처럼 뱃살이 땡겨왔다.

 

천천히 걸으며 나무 이름들을 불러주고 꽃보다 탐스러운 열매들과 눈맞춤을 했다.

계수나무가 보내주는 달고나 향내도 맡고 가을 숲이 전하는 낙엽 내음도

가슴 한켠에 곱게 간직했다.

오늘 하루는 우리가 일상을 살아가면서 버거울 때 가볍게 기억해내고

잠시 쉬어갈 수 있는 향내 그득한 한 페이지가 될 것이다.

 

..이 사진값 내야되요?

..아니. 어차피 게을러서 종이사진 못만들어.

  초상권 침해 좀 할테니까 와서들 봐.

이제 나는 드뎌 그녀들을 위한 향신료를 완성했다.

 

파이 서비스가 종료되어
더이상 콘텐츠를 노출 할 수 없습니다.

자세히보기

 

'주머니만큼 여행하기2' 카테고리의 다른 글

기가 막힌 놀이터  (0) 2008.10.17
비참하지 않은 산행  (0) 2008.10.12
양현쥐로 개명되다.  (0) 2008.10.04
선운사에 가보셨나요?  (0) 2008.09.22
여행증상  (0) 2008.09.20
Commen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