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틈틈여행 2012. 3. 19. 09:53

맨날 어디어디가 좋다 말만하는 것 같아 큰맘을 먹었다.

은희, 예원 모녀가 교회에서 돌아오는 시간에 맞춰 오후에 집을 나서기로 한 것.

교회에서 친구들과 더 놀고 싶다고 울었다는 예원이는

처음하는 등산(산도 아니다, 사실..)에 신이나서 친구들에게 자랑도 많이 했단다.

예원이는 올해 여덟살, 초등학교에 입학했다.

교회 밖에 하느님이 지어주신 세상이 얼마나 넓은 학습장인줄 아냐며

예원이에게 많이 보고 즐기게 해주라고 했다.

물론 자주는 못해도 내가 시간 나는대로 함께 해주마고 약속도 하고..

종알종알 예원이 수다에 소나무들이 깜짝 놀랄정도로

폭소를 터뜨리기도 하면서 폭신한 길을 걸었다.

 

 

숲 속 평상에서 과일요쿠르트 도시락을 꺼냈다.

"음식을 예쁘게 하시는거 같아요"

예원이의 칭찬에 기분이 좋다.

 

 

4km쯤 걸었다.

예원이는 우리가 목표한 만큼 잘 걸었다는 자신감에

기분이 엄청 좋은 모양이었다.

내게 거북이를 보여주고 싶다고 했다.

전 날 거북이 두 마리를 사와서 '코코'와 '쿠쿠'로 이름을 지었다고...

 

 

토요일 산에 가느라 주먹밥을 만들고 날치알 남은걸로

우리집에서 이른 저녁밥을 먹기로 했다.

"제가 도와드릴까요? 일하는거 좋아해요. 음식이랑 청소같은거요"

예원이가 주먹밥을 뭉칠 수 있게 준비를 해주고

시금치 된장국을 끓였다.

"저요..온 김에 가방만드는거 가르쳐주세요."

헉...퀼트가방을 만들어보겠다는데 아직 이르다 예원아.

"저요..온 김에 요쿠르트 만드는거 가르쳐주세요"

그럼 엄마더러 우유 1000ml 사오시라 연락하라 했더니..

"그럼 우유 100개 정도는 사야되는거에요? 요쿠르트 안해도 되요"

우하하하..천단위로 넘어가니 놀라운가보다.

은희는 거북이를 데리고 내려오면서

상추와 쌈장, 밥 한공기, 나박김치 한 보시기를 가지고 내려왔다.

 

 

완전 과식이다.

아무리 이른 저녁이라해도 이건 아니지.

졸음에 겨운 예원이를 데려다 쉬게하고

은희와 나는 늘 걷는 거리 8km를 걸었다.

"예전의 몸매를 되찾으면 내가 한 턱 쏜다, 진짜!!"

그래? 내가 열심히 함께 걸어주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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