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머니만큼 여행하기

찰진 여행..보성 본문

주머니만큼 여행하기2

찰진 여행..보성

틈틈여행 2010. 5. 15. 01:32

"다음부터는 미나리 무쳐서 밥 먹지 말고 그냥 12시에 떠나야겠어요"

자정 넘도록 일을 했다는 조카는 잠들면 못일어날까봐 아예 잠을 포기했단다.

뭘 먹어야할 것 같아 1시쯤 즈이엄마가 뜯어다 주신 미나리 무치고 계란 부침에 김치 곁들여 밥까지 먹었단다.

잠자리 예민한 나는 잠들어보려 낑낑거리며 진을 빼다보니 일어나야 할 시간이었던 것이다.

03:30.. 내가 집을 나선 시간이고 4시 정각에 조카를 만나 여행이 시작되었다.

조카에게 졸리우면 신경쓰지말고 잠을 자라했더니 전주를 지나고도 한참만에야 졸리워한다.

"고모 죄송해요. 조금 잘게요"

"운전하겠다고 나서는 것이 더 죄송한 일이니까 편히 자" (조카는 면허만 있는정도다)

먼거리 여행이라 은근 걱정했는데 실제 마흔시간정도 깨어있는 동안 고작 10분씩 두번 잠을 잤지만

피로감이 많지는 않았다.

다음엔 그냥 한밤중에 떠나 새벽시간을 즐기고 틈틈이 눈붙여 피로를 풀면서 여행하기로 결의를 했다.

 

 

 

   

 

 

 

모시잎떡과 솔잎찐빵, 커피, 과일, 내가 직접 만든 요구르트가 우리의 아침식사였다.

요구르트에 반색을 했다. 해바라기씨와 말린 블루베리를 넣어줬다.

"이거 말이지..우유 1000ml에서 요구르트 한 병만큼을 덜어내고 불가리스 하나를 넣어 흔들어.

 그리고 24시간을 실온에서 방치하면 되는거야. 그다음에 냉장고에 넣어두고 딸기나 바나나 썰어넣고

 견과류도 곁들여서 먹으면 되는거야"

"이것만으로도 바쁠땐 훌륭한 아침식사가 될거같아요"

조카는 늘 빡빡한 일상이고 많이 앉아있는 편이라 단맛이 별로 없는 요구르트를 가져와서 만드는 방법까지

일러주길 참 잘했다 싶었다.

"제가 블루베리 엄청 좋아하는데.."

"내가 딱 너 취향을 알고 값싼 건포도 안넣고 비싼 블루베리 넣었다는거 아니니!"

그렇게 아침먹고 차밭에 도착한 시간은 8시 30분. 조금 늦었다.

 

 

 

 

 

 

 

 

불쑥 운전대를 꺾어 찾아 들어간 대원사는 진한 감동을 안겨주었다.

연초록의 벚나무가 끝간데없이 이어지는 길을 달렸다.

벅찼던 가슴이  무지막지한 건물의 티벳박물관에 헉 숨이 막혔다가 그 옆으로 살짝 비껴 있는 절집에서

평온이 찾아왔다.

헐렁하다. 참으로 헐렁하다.

사람 지나다니는 길 빼고는 조그만 땅만 있어도 중창불사에 열올리는 여느 절집과는 사뭇다르다.

헐렁한 공간 사이사이에는  작은 풀꽃들이 채워져 있었다.

자세를 낮추고 눈을 맞추며 이름을 불러주었다.

키가 큰 나무들은 목을 쭈~~욱 빼서 젖히고 그 끝에 눈을 맞춰주었다.

슬쩍 벚꽃길 드라이브나 하자던 생각이 결국 담양을 포기하고 대원사에서 주저앉았다.

 

우리의 여행시간은 그리 길지 않았다. 조카는 저녁 8시 10분, 나는 8시 30분에 집에 도착했으니까..

시간대비, 비용대비 우리의 여행은 충만했다.

얻은 것도 많고 덜어낸 것들  또한 많은 찰진 여행이었다.

 

5월 보성여행 잘하는 방법으로 무조건 아침 8시 이전에는 대한다원에 도착해야할 것이며 오가는 길은

필히 18번 국도를 이용할 것이며  대원사는 큰 기대 갖지말고 꼭 들려볼 것, 시간을 넉넉히 확보해서

대원사 들어가는 길 중간어디서 슬쩍 라면도 끓일 것을 강권한다.

 

파이 서비스가 종료되어
더이상 콘텐츠를 노출 할 수 없습니다.

자세히보기

 

 

'주머니만큼 여행하기2' 카테고리의 다른 글

축령산  (0) 2010.06.07
적은 비용, 큰 기쁨  (0) 2010.05.22
봄맞이 눈산행  (0) 2010.03.10
여자만세  (0) 2010.02.21
롤러코스트  (0) 2010.01.04
Commen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