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 | 월 | 화 | 수 | 목 | 금 | 토 |
---|---|---|---|---|---|---|
1 | 2 | |||||
3 | 4 | 5 | 6 | 7 | 8 | 9 |
10 | 11 | 12 | 13 | 14 | 15 | 16 |
17 | 18 | 19 | 20 | 21 | 22 | 23 |
24 | 25 | 26 | 27 | 28 | 29 | 30 |
31 |
- 함창명주페스티발
- #꽃카페 #퀘렌시아
- 게임
- 이웃
- 증도 엘도라도리조트
- 싸가지
- 체형관리
- 의정부역꽃카페
- 예의
- 여행
- 부케
- 의정부역꽃집
- 가정교육
- 이벤트문의
- 冬至
- 건강관리
- 퀘렌시아
- 교통사고
- 왕싸가지꽃장수
- 숲
- 팥죽
- 금혼식
- 자매
- 꽃카페퀘렌시아
- 의정부퀘렌시아
- 카트라이더
- 의정부꽃카페
- 우전해변
- 운전
- 꽃다발 예쁜꽃바구니
- Today
- Total
주머니만큼 여행하기
마흔..그녀를 위한 여행 본문
그녀는 요즘 우울하다 했다.
다른 친구들은 자매들이 있어 수다도 많이 떨고 무엇이든 함께 재미있는데 그럴 여자 형제가 없다느니,
조카들이라도 있으면 조카들 이뻐해주는 맛이라도 있을텐데 남동생들이 결혼을 안해서 이뻐해줄 조카도
없다느니, 사무실과 숙소를 분리하고보니 퇴근후에 혼자 집에 있는 시간이 많다느니...
그럼 우리집으로 호적을 옮기던지.
결국 그녀는 여러 이유를 꼽아 우울한 기분이 들어 교회에도 가보고 성당에도 가보고 마침내 가톨릭에
입교를 결심했다고까지 하니 이정도면 우울도 중증이다.
우리에게 함께 여행이라도 가자 청하는데..남자도 빼고 아이들도 빼고 가자한다.
동생은 걱정이다.
남편도 아이들도 집에 있는 토요일 혼자 여행을 간다하면 솜손아빠는 분명 삐치고 말것이다.
얼마전 우리둘이 동대문 시장에 갔다고 삐칠 정도로 어디고 함께 움직이는 뱀가족이라 동의를 구하려면
말을 잘 정리해서 해야 한다.
우리 즐겁자고 떠나는게 아니다, 우울한 그녀를 위해 나서는 여행이다, 우리가 안 가주면 누가
가주겠냐...나도 함께 거들어 가면서 동의를 구했고 마침내 아이들 둘을 봐주기로 했다.
솜손아빠는 일이 생겨 출근을 하게되서 솜손은 금요일 저녁 큰언니네로 데려다 주고 왔지만 어쨌거나
가족모두가 동의한 나머지라 마음은 가뿐한 여행이 되었다.
문제는 나였다.
금요일 아침부터 허리를 펼 수가 없게 아팠다.
아침에 갑자기 아픈거라 병원에 가기보다는 숯가마에 다녀왔다.
전에도 그렇게해서 바로 나은적이 있어서 찜질을하고 파스를 붙였지만 이번에 심상치 않게 불편하다.
설상가상 주문한 렌즈가 도착하지 않아 1회용 렌즈를 사용하자니 눈이 여간 불편한게 아니다.
게다가 엄마가 집에 있어야 집중이 잘된다는 벼락치기 대가의 시험기간이라 심신이 그리 편하지 않았다.
다른 여행 같았으면 집에서 그냥 쉬고 싶은 간절한 마음에 누워버렸을 컨디션이다.
시장도 못보고 대충 냉장고 뒤져서 간식을 준비했다.
둘이 새신발 신고 왔다고 자랑질이다.
헌 신발 신고 온 내가 다 받아주기로 했다.
특히 그녀의 즐겁고 행복한 하루를 위해 우리 자매는 뭐든 그녀가 원하는대로 해주기로 했다.
"미옥아, 너 오늘 충분히 즐겁고 행복해야돼. 안그러면 우리 손에 죽는다~~!!
그리고 충분히 행복하면 평생 펴~~엉생 우리한테 잘해라. 나 허리 아픈거 보이지?"
여행가기 전 동생에게서 전화가 왔었다.
그녀가 그냥 까만옷을 입고 가도 내가 뭐라하지 않겠느냐고.
어차피 우리야 언니 들러리 아니겠냐고 알아서 입고 오라고 했다네.
내가 그녀에게 문자를 보냈다.
'내일은 미오기의 날. 뭐든 니맘대로 하세요. 그래도...음.. 까만옷보담 색있는 옷이 이쁜디..'
그녀는 쇼핑을 해야겠다 맘먹어놓고 시간이 없었다며 늦게서야 돌아오는 출장길에 색있는 스카프를
샀다고 가지고 왔다.
"언니 이거라도 색이 있으니까 안될까?"
구색이 안맞는다 한들, 목에 땀띠가 난들 어쩌랴. 그래그래. 빨간 신발에 알록달록 스카프, 애썼다.
그런데 이렇게까지 하자네.
니가 즐겁다면야 우리가 뭘 못해주겠냐만..ㅠ.ㅠ
"아주 영화를 찍는다 찍어. 우리 영화제목 '걸스카프'다.
재형이의 이 말에 푸아~~입안의 커피가 솟구쳤다.
걸스카프의 여행지는 애초에 내가 계획했던 양떼목장과 한국자생식물원이었다.
사실 내가 이번주 이 여행지에 동행하려고 했던 사람은 따로 있었지만 그녀를 위해 양보했다.
많은 장맛비가 예보되었지만 그녀의 행복을 위해 주문한 흐릿한 하늘이 유지되고
목장의 초록도 식물원의 분홍도 그녀의 행복을 위해 최상으로 빛을 발하고 있었다.
특히나 분홍바늘꽃이 절정을 이룬 자생식물원엔 사람들이 많지않아 행복해야하는 그녀와
그녀의 행복 들러리 우리 자매의 행복의 원천이 되주었다.
"미옥아. 행복해??"
"엉. 행복해"
우린 아주 조금 불행했다.
자연친화형으로 만들어보겠다는 의지가 있었을텐데 촘촘히 박아놓은 이 스피커의 노랫소리 때문이었다.
양떼가 좋아하는 노래인지 여행객을 위한 배려인지, 아니면 일하시는 분들이 듣기 위함인지 모르겠으나
이른 아침 라디오에서 흘러나오는 뽕끼 가득한 다양한 노래들은 너무나 이물스러웠다.
이런 여행지의 음악은 좀 더 편안하고 느긋하게 들을수 있는 곡으로 바람소리를 넘지 않은 작은 소리가
좋지 않을까 하고 스피커를 만날때마다 깜짝깜짝 놀라며 해봤다.
배가 고팠다.
행복은 탄수화물은 아닌가보다.
비타민이거나 기타 무기질임이 분명하다.
우리의 기분은 포만감을 느꼈지만 우리의 혈당은 많이 낮아져 있었다.
깔끔하고 맛있는 산채들이 좋아서 두어번 들렀던 식당으로 갔다.
생선이나 찌게, 김치는 손이 가지 않고 산채들을 싹싹 비웠다.
주인 아저씨와 아주머니께서 번갈아 더 필요한게 없냐 물으시는데 우리는 더럭 겁이 났다.
나물을 너무 많이 먹어서 갈증이 나면 어쩌지? 그럼 저녁 못먹는데..
저녁엔 맛있는 또다른 먹거리가 우릴 기다리고 있기 때문이다.
그래도 우린 모든 산채 접시들을 비워냈다.
"미옥아, 행복해~~??"
"엉. 행복해"
밥을 먹고 나오자 빗방울이 떨어지기 시작했다.
"언니 말이 맞아. 여행이 끝나면 비올거라 했는데.."
그럼그럼. 내가 여행에 있어 틀린적이 있나? 없을걸.
상원사에라도 올라갈까 싶었는데 그녀가 그냥 원주 수녀원으로 가잔다.
그럼그럼. 니가 원한다면야 그리해야지.
언니 수녀님을 만나서 차를 마시고 수다를 떨었고 마누엘라 수녀님께서는 다음달 예비자가 되는 그녀에게
예쁜 칠보묵주까지 선물로 내주셨다.
여러가지로 오늘 그녀 은총 대박났다.
"미옥아, 행복해~~??"
"엉. 행복해"
걸스카프들의 일정이 여기가 끝이 아니었다.
그녀는 일찌기 호텔의 일본식 사우나에 가는걸로 여행마무리 계획을 세워두었다.
깔끔한 여성 전용 사우나에 아픈 허리를 뜨끈한 물에 담그니 피로가 풀리면서 하루여행이 새삼 흐믓하다.
시원한 생맥주로 갈증을 풀어주고 여행을 마무리했다.
"미옥아, 행복해~~??"
"엉. 행복해"
"그럼 나한테 펴~~엉생 잘해라"
모두 헤어지고 혼자 돌아오는 길.
나 또한 그녀 못지않게 행복했음을 부인할 수가 없었다.
"미옥아. 나오늘 참 행복했다. 펴~~엉생 잘해주마"
파이 서비스가 종료되어
더이상 콘텐츠를 노출 할 수 없습니다.
'주머니만큼 여행하기2' 카테고리의 다른 글
여자들은 나를 좋아해. (0) | 2008.08.24 |
---|---|
산책..꽃무지 풀무지 (0) | 2008.07.20 |
'엄마 스타일' 소풍 (0) | 2008.06.07 |
出寫 (0) | 2008.05.31 |
우중행복(雨中幸福)-남해도 (0) | 2008.05.25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