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삐수니 일기2

연잎에 대한 한 연구

틈틈여행 2012. 7. 17. 00:52

 

성보나벤뚜라 요양원 후원 바자에 연잎밥 좋겠다고

반색하신 원장 슈님.

하지만 그날 내가 준비해간 연잎밥은 심히 민망했다.

슈님들께서 맛있다는 말씀이 빈말로 들릴 정도.

어째 지난해, 또 그 이전만큼 그 향이 돈독하지 않았다.

물론 연잎의 향이 허브식물의 그것처럼 강한 것은

아니어서 코를 기울이고 입맛에 집중해주는 성의가

있어야하긴 하지만 연잎밥 표면에서 슬쩍 묻어나는 정도?

올 봄 아카시아도 향이 없더니..

올해는 향이 덜한 해인가하는 엉뚱한 생각까지 들었다.

 

 

요양원에서 돌아오자마자부터 연잎에 대한 연구가 시작되었다.

연잎이 필요하다는 말에 지인이 뜨겁고 무더운 주말, 연잎을 네 박스의 택배로 보내주었다.

더운 날씨에 후끈 달아오른 연잎이 몇 장 골라낼 수도 없이  누렇게 떠서 고맙고 미안한 마음에

어쩔줄 몰랐다. 연잎채취가 처음인지라 선별도 하지 못한데다 날이 너무 더웠다.

언젠가 연입밥으로 보답하리라...!!

나는 며칠간 연잎과 씨름하다가 드디어 향이 좋은 연잎밥 만드는 일에 성공했다.

그 과정, 뜨거운 불앞에서 땀을 줄줄 흘리며 연잎차도 만들었고 연잎밥의 그윽한 향을 즐기며

밥을 먹는 방법도 생각해냈다.

연잎밥에 알맞은 연잎도 고를줄 알게되었고 그 연잎을 장기간 보관할 수 있게 정리하는 방법,

인터넷 검색으로 대충 알아봤지만 결국 내게 알맞은 방법으로 연구해서 결정했다.

 

얼렁뚱땅 연잎밥 소풍도 다녀왔다. 마모 꼬불이님이 앵벌이투로 연잎밥을 구걸하길래..

지난해는 연잎밥 선물을 많이 했지만 바자에 내놓고 팔 생각에 연잎 한 장 없어지는게 무척

아까워 야박스러워진 나를 보았다.

짚신장수 집에 짚신이 없고 대장장이 집에 쓸만한 칼이 없다고 엄마가 늘 하시던 말씀이 생각났다.

하지만 이건 투자야, 하는 결연한 맘으로 소풍을 결정했는데 역시 얻는게 많았다.

밀모모님은 연잎으로 런너를 하자 제안해서 예쁜 밥상을 차리게 하고 멋진 사진을 찍어주셨다.

 

마모 꼬불이님은 손발 척척 맞아 연잎을 채취하는데 큰 공을 세우고 언제든 또 연잎 따러가자

하면서 틈틈이 사진 찍어주고..

우리는 연잎을 어디서 어느 시간에 어떻게 채취하는지 섬세한 기술을 가지게 되었다.

그녀는 연잎 연구의 일등공신이다.

연잎을 살 수도 있겠으나 연잎채취에 무한한 즐거움이 있으므로 몇차례 더 모처에 가기로 했다.

내 친구들 조차도 나의 연잎밥을 먹어보고 후원바자 얘기를 듣더니 함께 일을 도모하겠다하여

택일을 해두었다. 연잎채취의 동행자도 아무나는 안된다는..

 

먹을 것 가지고 장난하면 안되지만 연잎으로 재밌는 사진찍기도 연구했다.

나풀나풀 초록 레이스모자 만들기. 너무 오래 쓰고 있으면 그 무게로 인한 부작용으로 경추

추간판 탈출증이 생길 수 있다는거 ㅎㅎ

연잎밥은 선물로도 훌륭하다.

올해는 많이 못하고 있지만 생일을 맞은 몇몇에게 가족 수대로 선물을 했다.

진심으로 너무 좋아하던 그녀들 얼굴이 나를 무한대로 행복하게 했다.

 

어느 시인의 7월은 청포도가 익어갔지만 나의 7월은 연잎향으로 무르익어간다.

 

 

*********** 인물사진은 두 이웃 블로거가 찍어 보내준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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