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근씨의 팔순잔치
2019년 11월 6일
형부의 여든번째 생신이었다.

그러니까 지난해 시월, 단풍 좋은날 수목원 산책길에 큰언니가 형부 생신을 어떻게 할까 혼자 생각이 많은 티를 냈다.
동네분들 식사 대접을 하고 싶은데..에이 뭘해!! 혼자 묻고 혼자 답을 내고 시댁 조카애들을 부를까하기도 했다.
"됐고!! 지들이 알아서 큰아버지 생신을 챙기는 것도 아니고 언니가 뭘 불러?!"
2년 전부터 대략 밑그림을 그려둔 나의 쌀쌀맞고 소극적인 답변과 태도에 언니는 서운했을 것이다.
동네에 맛있는 음식점 찾을게. 걱정마셔.
당일 11시 50분에 모시러 갈테니 준비하고 계시고 다른 신경쓰지 말라고 지령^^을 내렸다.
새언니들의 ' 나는 뭐할까?' 라는 질문을 시작으로 나의 계획에 적극동참해주는 형제들과 지인들.
말하자면 포트락 파티를 준비했다.

일찌감치 동네 식사하실 분들 인원을 파악했고, 부녀회 총무님을 통해 연락을 취해달라 부탁드렸다
우리는 각자 준비물을 챙겨 언니네 동네 경로당에 모였다.
큰새언니는 갈비찜, 작은 오빠는 형부와 언니 모셔오기, 작은새언니는 소고기뭇국, 겉절이를준비하고 밥은 경로당에서
바로 짓기로 했다.
수녀언니는 원주에서 총떡과 밀전병, 각종과일을 준비해오고 재형이는 큰새언니가 무침으로 완성할 수 있도록
시금치 데치기, 후식 달달이를 맡았다.
나는 꽃바구니와 전복 버터구이를 위해 팔이 떨어져라 닦아서 손질해갔다.
아..그리고 이벤트용으로 남, 여 어르신 머플러를 손뜨개로 준비했다
나의 지인찬스 또한 대단했다.
청송이 고향인 농춘이 자연산 송이를 넣어 잡채를 만들고 세가지씩이나 전을 부쳐왔다.
소현과 재금은 형부와 언니께 커플룩을 선물로 준비했다.
밥 그릇에 이벤트용 번호표를 붙이는 것도 빼먹지 않고...
이 모든 진행 생일자 부부에게 비밀!!

땀나도록 열심히 준비하면서 오빠와 연락을 취해 모시고 오도록 했다.
이렇게 준비하고 기다렸다는...나중에 하시는 말씀 바로 앞 어린이집 행사인줄 아셨단다.
아침 운동 나오시면 혹시 내 차를 보게될까 축하전화하며 정찰을 했을 뿐 아무도 연락을 않다가 작은오빠가 국수집에서 모두들 기다린다고 했단다.
두 분의 실망하는 맘 안봤어도 느껴진다.

깜짝 잔치는 대성공이었다.
형부와 언니는 아무것도 몰랐다는 의미에서...ㅎㅎ
언니는 꽃다발을 미리 내게 주문했다. 남편에게 선물하고 싶은 마음으로...
시간을 두고 동네어르신 숫자와 총무님이 누군지 물었던걸 알아챈 언니가 내 등짝에 스매싱을 날렸다.

형부는 너무 놀라셨는지 식사를 잘 못하시는 눈치, 내가 열심히 닦아 손질한 전복도 못드시고..
어른들 드시기 좋은 메뉴만 몇가지에 몇 개씩 가져가시라고 개별떡 케잌으로 준비했고
일 나가신 어르신들 위해 떡을 따로 주문해서 따뜻한 채로 두고왔다.
형부 언니가 각각 뽑으신 번호에 해당되는 두 어르신께 머플러를 둘러 드렸다.
두어달 지난 후에 형부는 또 말씀하셨다.
"내 팔순 생일 때 고마워~"
아마도 친구분들이 꽤 부러워하셨던 모양이다.
사실 요건 아주 살살한건데..
재형이가 그랬다. 동네 어른들께 너무 가혹하다며 적당히 하자고..
아무렴..나 같은 처제 둔 친구가 어디 계실까? 하하하
이제 곧 형부 생신이다.
올해는 코로나19로 거리두기 하느라 형제들 모두 모여 밥 한 끼 제대로 못먹었다.
조촐하게 언니네 집에서 노동력을 최소화하면서 맛있는 식사를 해야겠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