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심한 날

길게 입어야지..풀오버

틈틈여행 2017. 11. 24. 12:28

지난 여름 나름 간단치않은 사고가 있었다.

사고 경위는 간단했으나 결과는 복잡했더라는...

5cm 되는 턱을 잘못봐서 굽높이 6cm 구두를 신고 고꾸라졌다.

부분 인대파열, 세가닥 중 두 가닥이 끊어졌고 반깁스 한 주에 통깁스 한 주,

목발은 1주일을 더 사용했다.

그러고도 보호대를 더 오래오래해서 신을 수 있는 신발이라곤 등산화 뿐.

다행인 것들도 있었으니 왼발이라 운전이 가능했고

등산화도 서너 켤레라 다양하게 바꿔 신을 수 있다는 눈물겨운 위로를 찾았다.

목발을 짚느라 손목이며 팔꿈치가 아프고..

사람 꼴이 아니라 가급적 외출을 삼갔다.

 

에어컨 앞에서 뜨개질을 시작했다.

인터넷으로 뭘 구입하는게 어줍은 내가 움직임이 편치 않으니 방법 없었다.

뒤적뒤적 살피다 '청송뜨게실'에 다양한 실이 보여 꼼꼼 후기도 살펴보고

옷의 두께도 가늠해보다 실을 구매했다.

모 100%인 메리노울 5PLY 1209번 다섯 톨

넉넉히 구매했지만 두 겹으로 짜다보니 실이 모자라 세 톨 추가구입,

다시 친구에게 이 사이트를 소개하면서 한 톨 더 부탁했다.

친구가 시간 보내기 좋겠다해서 뜨개방 열어 셋이 밥해먹고

수다도 나누고...

 

머리쓰기도 싫어서 웹상에서 예쁜 아이옷을 보고 무늬를 차용해

내 몸에 맞게 디자인을 했다.

운동을 못해 자꾸 불어나는 몸에는 고무단이 좋지않다.

그리고 난 고무단 뜨는게 참 싫다.

빨리빨리 늘어나지 않아서.

굵은실을 굵은 바늘로 성큼성큼 떠서 빨리 완성하고 싶은 급한 성질.

물론 그렇다고 열흘만에 완성한 것은 아니고 실이 모자라 밀쳐뒀었다.

가을 바삐 밖으로 돌아다니다 겨울이 시작되서야 마무리.

 

난 내가 참 신기하다.

내가 디자인해서 무늬 만드는거야 내 맘대로니 그렇다쳐도

남들이 떠놓은 걸 사진 한 컷으로 따라서 짤 수 있다니...ㅎㅎ

이건 손재주가 아니라니까~

머리가 좋은거라규!!

 암튼 사진보다 입은 모습이 더 예쁘다는..캬캬

오래오래 입어야겠다.

십 수 년만에 손뜨개 옷을 만들었으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