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머니만큼 여행하기2

보성, 벚꽃엔딩

틈틈여행 2015. 4. 15. 09:21

참으로 극성맞기도 하지.

일주일의 피로가 몰려오는 금요일 한밤중이나

주말 새벽잠 털어내고 무거운 눈꺼풀로 여행을 떠날 때면 늘 같은 생각이다.

뭐 먹고 살 일 났다고 이러고 극성을 부리나 싶다가도 이마저 귀찮아지면

그야말로 나이든 것일테지하고 위안 삼아본다.

사람 반, 벚꽃 반인 벚꽃길이 아니라 온전히 나만의 꽃길로 즐기고 싶어 욕심부려 떠난 길,

남녘이어도 새벽은 춥다.

쟈켓속에 고어텍스 쟈켓을 하나 더 껴입고 동이 트기를 기다리며 차에서 잠깐 눈을 붙였다.

 

 

 

 

 

 

 

희부윰 밝아오는 새벽, 간단히 커피와 과일 빵으로 아침을 먹고 산책한다.
 고즈넉하니 헐렁해서 좋아하던 대원사도 중창불사를 하기 시작했다.

자연스럽지만 손길 많이 간 티 나게 정성스러워보이는 뜰이며 키 큰 나무들 시원하고 좋아

몇번 들렸던 사찰인데 점점 더 빡빡해지겠구나.

 

 

 

 


 

 

 

우화화화..드뎌 십리 왕벚꽃길을 걷게 되었다.

아직 안가본데 있냐는 질문을 받을 정도로 남도 여행을 많이 했어도 대원사 벚꽃 만개한 길은 처음이다.

4월이면 벼르기만 몇 년째, 이렇게 딱 날짜를 맞춰 올수 있게 되다니...호호호 조~옿다!!

말 사면 종부리고 싶다고 했다.

요 상태에서 살짝 꽃잎 난분분난분분 날려주면 더할 나위 없이 좋을텐데 말이지.

벚꽃은 꽃비 날리는 맛 아닌가?

 

 

 

 

 

 

 

 

 

 

훌륭한 작품사진을 찍으려는 사람도 아니고

그냥 난 번잡한게 싫어서 헐렁하니 길을 독차지하고 걷고 싶은 사람일 뿐,

4km 모조리 걷고 또 그만큼 되돌아와 차를 찾을 체력엔 못미치는지라

걷다가 차로 움직이다를 반복한다.

 

 

 

 

 

 

 

 

주암호 주변도 벚꽃길이 아름답고 보성군 문덕면, 복내면도 벚꽃으로

어느방향이던 아름다운 풍경을 만날 수가 있다.

나는 수년 전 '여행은 일상의 오르가즘'이란 말을 만들었다.

그냥 숨이 턱턱 막히게 아름다운 풍경에 앞으로도 이 말보다 더한 찬사는 못만들어낼 것 같다.

어제 만난 보성의 벚꽃 풍경도 역시 그 범주에 넣어둔다.

 

 

 

 

 

 

 

 

미력면으로 넘어서면 가로수가 싹 달라진다.

내가 좋아하는 18번 지방도로는 메타쉐콰이어가 가로수이고 이 길의 진면목은 5월 이후다.

5월 초가 내가 정한 보성차밭 여행의 절정기여서

그 곳에 갈 때면 일부러 매끄로롬한 새길보다 이 도로를 이용한다.

그리고 투덜거린다. 도로 표지판 다 없애고 나무만 보이게 해주면 안돼?

5월이 기다려진다.

아..꼬막으로 유명한 벌교도 보성군 벌교읍이다.

애정할 수 밖에 없는 매력덩어리 보성.

(이 포스팅은 보성군으로부터 돈 한 푼 지원 받지 않고 자발적으로 쓴 글입니다^^)

 


 

 

 

 

 

 

부지런한 벌레는 새도 잡아먹을 수 있다? ^^

아무리 차 막히고 사람많은 축제기간이라도 벚꽃길의 첫 손님이 되어 산책하고 나오는길,

그제서야 꽃길에 아침햇살이 깊게 비춰들고 차량이 간간이 들어오고

걷는 사람 몇 명도 만날 수 있었다.

 

 

 

 

 

 

 

 

오랫만에 땅끝으로 고고씽..오랫만? 그래봐야 2년 만인데.

94년도에 유홍준님의 나의 문화유산기  '남도답사 일번지'를 읽고 땅끝을 처음 밟은 후

가열차게 호남 여행을 해왔다.

그 이전에도 꽤 여러번 여행을 했으니 나의 남도 여행은 20년 훌쩍 넘은 시간, 아니 세월이다.

최고 많을 때는 한 해 스무번이 넘는 호남여행을 했음에도 아직 안 가본 곳이 많고

함께 데리고 가서 보여주고 싶은 사람도 많고 가도가도 끝간데 없이 좋은,

해마다 만나고 싶은 풍경이 늘어나고 있다.

이제 해남은 그만가야지 했는데 또 발길이...

 

 

 

 

 

 

 

 

이 계절엔 맑은 바다 보기가 이리 힘든거임?

쨍하니 푸른 바다에 푸른하늘 뭉게구름있는 풍경을 그리며 갔는데 실망.

그래도 작은 풀꽃들 많이 만났으니 됐다.

 

 

 

 

 

 

 

 

미황사도 내가 처음 만난 풍경과 많이 달라졌지만 여전히 나를 설레게하는 사찰이다.

저 뒤의 달마산은 언제나 올라보게 되려나...?

점점 겁만 늘어서 쉽게 계획하기가 어렵다.

 

 

 

 

 

 

 

 

대흥사 오르는 숲길은 많이 연두연두해져있다.

저 멀리 두륜산, 5일 휴가중 월출산 두륜산 추월산을 오르던 때가 새롭다.

나도 한 때는 물찬 제비였다는 전설이 된 시절 ^^

 

 

 

 

 

 

 

 

어느새 계곡물 소리가 청량하게 들린다.

봄아 어서 익어라 하던 마음이 봄아 더디 와서 오래머물다 천천히 가렴, 하는 마음으로 바뀌었다.

 바다풍경 곁들여진 유달산 벚꽃 휘이돌아보는 것으로 봄날 남도 여행을 마무리했다.

 

 

 

 

 

 

 

풍경사진들 마무리에 다소 쌩뚱맞으나 실제 마무리는 민어회에 민어 매운탕이었으므로...^^

목포에 가서 친구를 만났다.

 새벽에 남편이 잡아왔다는 엄청 큰 광어 한마리와 팔랑이(작은 홍어) 한마리 가지고 나온 친구는

맛난 저녁까지 사주고 배웅을 해줬다.

나는 민어의 힘으로 집에 무사히 도착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