삐수니 일기2

사람들은 'ㅅ'을 좋아해

틈틈여행 2015. 3. 16. 18:57

"지금부터 초음파 들어가실게요"

헉..이게 뭔말이지? 물리치료실에 누워서 가만히 생각해봤다.

초음파가 그리 존대받아야한다면 '초음파 들어가십니다'가 맞는 말일텐데..

그녀는 계속 내게 그런다.

조금 더 위로 올라오실게요, 수건 좀 빼실게요...점입가경도 유분수지.

초음파 치료 하겠습니다, 위로 조금 더 올라와주세요, 수건을 빼겠습니다....

내가 환자이고 고객인데 나를 올려줘야지 지금 누굴 존대하는거지?

 

쇼핑이나 음식점에 가도 이렇게 말하는 경우가 허다하다.

"메뉴판 여기 있으세요"

메뉴판이 존귀하면 '메뉴판 여기 계십니다'가 올바른 존대말일테고

메뉴판보다 손님을 대접하고 싶으면 '메뉴판 여기 있습니다'라고 해야 할 것을..

찾으시는 옷 여기 있으십니다, 커피 따뜻한거 원하시는거세요? 커피 여기있으세요...등등

 

가끔 난 묻는다.

"영어잘해요? 영어하느라 우리말을 잘못 배웠나보네."

손님께 존대말을 써야한다는 생각 때문에 그런단다.

"그럼 바른 존대말을 써야지요."

이렇게 말하지 않으면 존대말 안쓴다고 화내는 고객도 있다하니 기함을 하겠다.

 

블로그 마실을 다니다 어느 블로거 포스팅에 '내가 아시는 분'이란 글을 읽다가 이글을 쓴다.

'내가 아는 분, 울엄마가 아시는 분' 이라고 비공개로 살짝 말해주려다 나도 늘 올바른 글을 쓰는 것은 아니므로 ..

아주 어릴 때 엄마가 가르쳐주시던 존대말이 생각난다.

이웃의 친구가 우리집에 와서 '오빠 아버지가 빨리 오랬어'라고 했었다.

그 친구가 돌아가자 '오빠, 아버지가 빨리 오라셔'라고 해야한다 등등

 

언니분 오빠분 지인분..그렇다면 아버지분 어머니분이어야하지 않을까 생각해본다.

옷을 입어보면 핏감이 좋아요, 길이감이 좋아요, 화장품을 사려면 발림성이 좋아요.

'ㅅ'이 난무하고 '분'이 설치고 '감'의 춘추전국시대를 살고 있다.

 

난 남들 앞에서 말하기 울렁증이 있어서 말을 하고 나면 더할 것 빼낼 것 조절에 실패해 늘 아쉽고

더 나아가서는 표나게 얼굴이 붉어지고 챙피하기 일쑤다. 거기다 성질까지 급해서 ..

늘 바른말 고운말로 말하는 것도 아니고 달변은 더더욱 아니면서 유독 이런 어투에는 발끈이다.

많은 사람들이 그냥 넘기지 못하는 것 하나는 있다는데 난 요거이 그런갑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