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리산 ..피아골
"노고단 올랐다가 능선타고 가서 피아골 삼거리에서 오른쪽으로 내려가면 되요"
말은 참 쉽다. 아니 지리산 날다람쥐에게는 아~주 쉬운 산보코스일게다.
아무리 성삼재까지 자동차로 오른다해도 역시 지리산.
지난 주말에 다녀왔는데 내 종아리의 통증은 이제야 잠잠해졌다.
지난해 이맘때쯤 피아골 포스팅을 보고 1년을 기다렸다.
내가 어지간히 덜 떨어지게 물었는지 새벽에 짬내서 구례로 와준 날다람쥐.
노고단대피소에서 의정부 오뎅식당 부대찌개로 아침을 먹었다.
라면 끓여달랬더니 부대찌개 먹고 싶대서 부대찌개에 라면 넣어 먹었다는..
나의 친구들 나의 쩌~는 인맥에 저리 입을 다물지 못한다.
삼남길에서 시작해 마클로 이어지는 인연이니 쪼매 깊고 오랜인연이긴하다.
노고단에서 자고 일어난척 하기.
밤새고 내려갔으니 초췌함이 그럴듯 해보인다.
대박대박...노고단 운해가 이런풍경이었구나!!
여러차례 올랐어도 처음 만나는 노고단 구름바다.
어두운 새벽 저 안개속을 운전했으니...
니들 나한테 잘해라. 한번에 딱 볼 수 있게 해주잖아.
그래서 우리가 시키는대로 하잖아..입을 모으는 친구들
열심히 마구마구 사진 찍어주고 날다람쥐 하산.
고마웠어요.
우리는 웬지 지리산 미아가 된 기분으로 한참을 말없이 능선을 걷는다.
88년도 화대종주하며 걷고 처음이다.
"난 결혼전에 와보고 처음이야"
지리산이 결혼 후 처음인 친구.
노고단은 초겨울 냄새가 스며들기 시작했고
돼지령을 지나 피아골 삼거리에서 점점 아름다운 한가을로 들어섰다.
손발 오글거리는 미사여구는 필요치 않다.
그냥 좋다는 감탄이면 된다.
점점 아파오는 무릎에 걸음이 뒤쳐졌다.
숨이 턱턱 막히고 가슴 뻑적지근하도록 아름다운 숲에 다소 무례하다싶게
퍽퍽 셔터를 누르며 걷는다.
뭐 내 사진 찍는 스타일이 그렇지 뭐.
단풍물 들어 붉게 흐르는 계곡물
놓치고 싶지 않은 풍경을 거스르는 사람들.
곳곳에 청아한 물소리가 곁들여진 아름다운 단풍풍경이 많았지만
무릎이 아파 하산하는 걸음이외에 발걸음을 늘일수가 없었다.
게다가 끊임없는 산객들에 이리치이고 저리치이는..불쌍한 형국.
나뿐만 아니라 친구들도 많이 지쳐있었다.
특별히 멋들어진 단풍놀이 사진도 못찍고 우리의 피아골 산행이 마무리되었다.
17km 걸었다고 뿌듯해하는 친구들.
고무줄 같은 구례의 택시비에 실갱이를 하고 한참을 기다려서야 구례로 돌아왔다.
천수식당의 맛있는 매운탕에 떫은 택시비 시비를 잊었고
내가 급히 예약한 가족호텔에 모두 만족해서 하루의 피로는 휘리릭 날아갔다.
귀찮아서 첫 전화에 그냥 예약한건데 보송보송 깨끗한 이브자리며 깔끔한 실내에
친구들이 감동했다.
준비해간 와인으로 우리의 하루를 마무리하고 여행모드 전환을 위해 깊은 잠에 빠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