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파리
정혜네 가족과 헤어지고 릴 역에서부터 소은이와 둘이 되었다
가끔 무장한 경찰인지 군인들이 보여서 안심이 되긴했지만 우리 마음은 그들만큼 무장이 되었고 경계를 게을리할 수 없었다.
정혜네 동네사람 어느 할머니는 당신 딸도 당한적이 있다며 돈과 여권은 꼭 몸에 붙이고 다니라하셨고
에릭님도 점심 먹는 동안 수차례 주으를 주셨다.
카메라 조심하고 누가 도와준대도 모른척해라, 아무리 잘생긴 사람이 친절을 베풀어도 넘어가지 마라 등등
E.U가 커지면서 동유럽의 가난한 사람들이 파리에 많이 모인다며 딱 보면 다르게 생겨서 알거라고 조심하래지,
흑인들도 위험하대지 아랍권 사람들 중에도 그런 사람 많대지..릴 역으로 가는 차안에서도 당부의 말이 계속되었다.
호랭이 담배피던 시절이어서였을까? 이런 긴장 전혀 없이 런던 시내를 혼자 슬렁슬렁 돌아다니며 여행 할 때도 있었는데..
"이모, 우리 호텔에 들어가면 꼼짝하지 말고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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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여행을 떠나기 한참 전까지 파리는 애물단지 같았다.
정혜의 휴가날짜와도 안맞고 파리여행을 함께하며 도움을 받아볼까 영입한 정은이와의 스케줄 조절도 실패했고 파리 드골 공항을 통해
오가는데 파리 여행을 안하는 것은 아쉬움을 넘어서 상당히 바보같은 짓이고...너희집에서 버틸만큼 버틸거야 하고 남은 날이 파리 이틀이다.
혼자서 테제베와 파리의 호텔을 예약하려다 똘똘한 조카에게 도움을 청했다. '무조건 이것 좀 해줘'라는 부탁을 한다면 너무
늙어보일까봐 예약하는데 옆에서 봐달라는 부탁을...ㅎㅎ
결국 서로 시간을 맞출 수가 없어서 여권정보를 보내달라더니 내가 알아본 것의 절반 가격으로 테제베를 예약하고 파리 북역에서
멀지 않은 바스티유 광장 옆에 호텔을 예약해줬다.
그러함에도 머릿속이 복잡했었다.
다녀온 사람들 얘기가 파리는 하루면 다 돌아본다 하지만 아무리 파리가 서울에 비해 많이 작은 도시라도 그럴리는 없다.
한 열흘간 대 여섯 나라 돌아보는 패키지 여행에서 만들어 놓은 파리 하루 일정이겠지.
짧은 시간을 효율적으로 안전하게 보내기 위해 하나투어에서 파리 맵북(상당히 유용했다)을 출력하고 이것저것 검색을 하다가
유레카~~!! 마음의 안정을 찾았다.
'넘버원 파리' 시티투어로 결정했다. 홈페이지의 상품들을 살펴보다 하루 더 파리를 확보할걸 하는 후회가...ㅎㅎ
유럽에 일이며 여행으로 많이 다닌 조카가 잘 선택했다고 그렇잖아도 시티투어를 찾아볼까 했었다니 더욱 홀가분하고 기분이 상쾌했다.
아후,,그렇게 어렵사리 맑아진 기분이 소매치기에 기분이 반감되다니..
다른이들의 여행기를 통해서 파리 북역이 꽤 위험하다는걸 알고 있었다.
테제베로 파리 북역에 도착하자 어디서 바람같이 나타난 청소년이 우리에게 도움을 주겠단다. 첫날 공항에서 셔틀을 타려할 때도
도와주겠다는 남자가 있었는데 큰일 날 뻔한 일이다. 소은이와 나는 서로 부족한걸 채우며 잘 찾아가고 있었으니까.
껄렁한 꼬맹이에게 눈에 힘 팍주고 도움 필요없다 말하고 지하철 티켓을 사려는데 모냥 빠지게 조금 헤매게 되었다.
뒤에 예쁜 아가씨가 다른 기계로 가지않고 친절하게 도와주었다.
호텔은 환승없이 여섯 정거장, 지하철 역에서 100 여 미터 떨어진 곳이라 얼마나 반갑던지..
영어 조금 한다하니 또박또박 친절하게 설명해주는 직원도 고맙고..영어 잘하는 정은이 언니 옆이라 말을 못하겠다더니
발음도 좋고 우리말 할 때와 다르게 목소리도 더 예쁘게 나오는 소은이.
"이모, 오빠가 진짜 호텔 잘 골라준 것 같아요. 오빠는 천재에요, 천재"
지하철에서 가깝고 안전해야하며 시내에서도 멀지 않아야한다는 원칙으로 동네도 이제 막 뜨는 마레지구에 있는 호텔이다.
아직 밝은 시간이 아까워 가벼운 차림으로 바스티유 광장을 중심으로 한바퀴 돌아보면서 여기저기 상점들도 돌아다니다
어두어져서야 호텔로 돌아왔다.
샹제리제에서 여행사 가이드를 기다리는데 출근하는 파리지엥들이 참으로 멋스럽다.
"이모 저 언니들은 마네킹 자체가 우월한거에요"
그냥 비니에 외투 부츠 장갑 머플러..이게 전부인데 참...
"저 언니들 자세 좀 봐. 하나 같이 바르잖아. 너도 등을 꼿꼿이 세우고 다니면 키가 1cm는 커보일걸"
지하철에 문제가 있어서 10분 늦은 가이드, 우리 둘과 청년 둘이 투어 인원의 전부다. 단촐해서 얼마나 좋던지...
이렇게 건장한 청년 셋과 다니게 될 줄 알았으면 렌즈 제대로 가져오는건데 외투속에 감추고 오느라 단렌즈여서
엄청난 파리의 대성당들을 마주할 때마다 아쉬움이 무지막지 몰려왔다.
걱정많던 소은이도 마음을 놓고 재잘재잘 묻는 말에 답도 잘하고 기분이 좋아보였다.
우리가 선택한 투어는 BMW를 이용한 파리 여행. 개선문이 파리 여행의 시작이었다.
한 달이 지난 지금에는 남의 나라 역사라 크게 기억에 남는게 없지만 파리에 8년째 살고 있다는 가이드의 역사 미술 음악 영화 문학을
넘나드는 촘촘한 설명들이 꽤 흥미롭고 파리를 이해하는데 지루함이 없었다.
영화 아멜리에의 배경이 된 구멍가게, 고흐가 드나들던 카페, 샹송가수 달리다가 살던 집 등등..
몽마르뜨에 오를 때는 흑형들의 사기 행각에 조심하래고 거리 화가들에게 속지않게 하라는 주의를 들었음에도 함께 투어에 참석한
청년은 당할지경이었다. 소은이더러 좋은 모델이라고 말거는 사람에게 우린 이미 알고 있다고 말했는데..
여행중에 소은이는 음식을 많이 맛있게 못먹었다. 나는 밥 생각 안나는 사람이라 알차게 잘먹었기 때문에 더욱 미안해서
파리에서는 소은이가 한 끼라도 제대로 먹어주길 바라는 마음이 컸다. 첫 유럽 여행이라 좋은, 맛있는 기억을 많이 간직하게 해주고 싶었다.
가이드가 추천해준 몇 몇 음식점중 소은이는 스테이크를 선택했고 등심과 오리 스테이크는 우리 둘의 입맛을 충분히 만족시켜줬다.
물론 착한 가격..암스텔담도 그랬고 암튼 육류는 스테이크나 립이 우리나라의 절반 가격이고 맛은 두 배가 넘었다.
가이드가 따뜻한 음료를 사들고 기다렸다. 이제 먹었으니 힘내서 오후 투어.
오후는 센강의 시테섬에 자리한 노트르담대성당에서 가장 많은 시간을 보냈다.
몇 백 년에 걸쳐 지어진 대성당을 외부에서 한바퀴 돌고 안에 들어가 꼼꼼이 살펴보고 기도하고 묵상하고.
에스메랄다와 콰지모도 얘기도 하고.
길게 줄서서 기다렸다가 들어간 사람들이지만 성당안이 번잡할 정도는 아니니 성당 규모가 어지간히 크기도 한데 구석구석 섬세함이란!!
이렇게 사진을 찍으면 다시 파리에 올 수 있단다. 그럼 찍어야지, 암 찍어야하구말구.
아주 오래전 로마에서 트레비 분수에 동전을 던지지 않았다. 이탈리아가 좋긴했지만 여행가방을 5일만에 받았고 등등
유쾌하지 않은 일들이 많아서였다.
파리는 다시와서 제대로 보고 싶어졌다.
루브르박물관에도 들어가보고 베르사이유 궁전도 가봐야하고 오페라에서 뭐라도 하나 봐야하구..그때는 남자 조카들도
같이 와서 헐렁하게 겁없이 파리를 걷고 싶다.
반듯반듯 마음엔 안들지만 프랑스식 정원에서 허세사진을 찍어주기에 .. 이곳이 개인의 주택이었다나 어쨌다나.
방동광장에서는 눈이 휘둥그레지게 멋진, 값비싼 상품들이 진열되어있는 쇼윈도우를 보며 걸었다. 언제 저런거 사 볼 날이 있으려나..끄응.
"소은아 이담에 쇼핑은 여기와서 하는 삶을 살아라. 아에 파리지앵이 되든가.."
고급진 카페에서 가이드가 따뜻한 음료를 사줬다. 여행객들이 환전해서 쓸 때는 꽤 비싸서 사먹지 않을 가격이라 했다.
"괜찮아요. 저는 여기서 일해서 벌어서 쓰는 사람이니까요"
'넘버원 파리' 여행사도 맘에 들었는데 가이드 말도 이쁘게 한다.
내가 애초에 파리 야경까지 두가지 상품을 선택하려 했는데 겹치는 곳이 많고 해가 짧아 야경도 볼 수 있다고 상품판매에
욕심을 내지 않아 믿음이 더 갔었다.
에펠탑으로 가고 있었다. 너무 많은 사진을 보아온겐지 많은 멋진 도시들을 다니던 끝이라 그런지 철탑이 그저그렇게 다가왔다.
시간을 맞춰야 한다더니 무슨 얘기인가 했다. 말할 때까지 뒤돌아 보지 말고 올라가라 했는데 사람들의 탄성에 그만...
이미 에펠탑에 반짝반짝 별이 빛났다.
와~~~!!!
"이모, 정말 선택 잘하셨어요. 그냥 건물만 봤으면 이렇게 재미나지 않았을 것 같아요."
하루종일 돌아다녔음에도 힘든 기색이 없는 소은이, 파리 투어가 진정 좋았다며 이제 시차도 적응되고 유럽이 재미있어지는데
하룻밤 자면 떠나야한다고 아쉬워한다.
하루종일 파리를 돌아다녀서인지 지하철도 적응이 되서 아주 무섭지만은 않았다.
짐정리를 하며 공항으로 가는 방법을 찾다보니 정말 위험하고 험난한 구간이 파리시내에서 공항가는 길이다.
"이모 우리 내일 오전에 무섭게 눈 부릅뜨는 연습하다가 시간되면 체크아웃하고 바로 공항으로 가요"
하지만 그러기엔 우리 비행기가 늦은 저녁 출발이라는..
소은이는 잠이 들었고 나는 블로그들을 살펴봤다. 짚시들에게 당했다는 사람들이 많았고 기차는 더 위험하고 지하철에서 공항버스 타러
가는 곳에도 집시들이 에워싸고 가방을 빼앗아 가고 그걸 구경하는 사람들은 또다른 소매치기를 당하고...
눈에 띄는 동양여자들이 표적이기 쉽다는 글도 있고..아!! 갈 길이 막막하다. 아니 끔찍했다.
다음 여행엔 호루라기 하나 정도는 가지고 다녀야겠다는 생각.
내가 이렇게 막판에 겁이 몰려든 이유는 이탈리아 피사에서 집시들의 공격을 받은 경험이 있어서다. 예닐곱 명이 소리를 지르며 달려들었다.
뜯어서 넓게 편 상자 아래로 손을 뻗어 가방을 뜯어가려하고 주머니를 털려하고..빼앗긴 것은 없지만 그 억센 손길이 몸에 닿는 느낌이
소름끼치도록 불쾌했고 10년이 지난 지금도 기억이 생생하다.
열심히 기도했으니 무사히 돌아갈거라는 위로를 하고 동생이 성탄카드에 넣어준 여행의 수호성인 패를 묵주에 달아두고 잠자리에 들었다.
느긋하게 일어나 호텔에 가방을 맡기고 나왔다. 앞으로 디자인을 공부하게 될 소은이를 위해 퐁피두센타를 권한 소은이 사촌오빠.
호텔을 예약하며 당연히 주변도 검색했을테니까..호텔 근처엔 이밖에도 빅토르 위고의 집, 피카소 박물관도 가까웠다.
공항가기 전 퐁피두센터에 들리면 딱 좋을 시간이지만 하필 휴일이라는걸 알고 있었고 마레지구를 쏘다니다 찾아간 피카소뮤지엄은
줄이 너무 길어서 시간이 모자라 발길을 돌렸다.
꼭 사고 싶어하던 바게트와 크로와상으로 만들어진 에펠탑을 사고 아침겸 점심을 먹고 선물할 달달이들 몇가지를 사서 호텔을 나섰다.
에구구구..다음에 이런 여행을 오게되면 배낭에 최소의 짐만 챙기리라.
낑낑 무거운 가방을 들고 지하철역을 오르락 내리락.
그 위험하다는 오페라에서 공항가는 루아시버스를 타러 가는 길은 아주 짧은 거리. 확실히 파리는 작은 도시. 지도나 노선도를 볼 때
우리의 지하철 역 한구간을 기준으로 생각하면 좀 걷겠다 싶었는데 천만다행이다. 어떻게 이 거리에서 그런 일들이 일어나는 것일까?
생각한 것의 절반 거리이지만 긴장을 늦출수는 없다.
긴 연말연시 휴가기간이 끝나서 사람들이 많지않았고 우린 아무일 없이 후다닥 길을 건넜고 다행이 루아시버스를 곧바로 왔다.
버스표를 굳이 사지 않아도 되어서 후다닥 버스를 타고 현금을 지불했다.
기사가 뭐라 묻는데 소은이가 못알아 듣는다. 이럴땐 생존 불어 알아듣는 내가 대답을 해줘야지. 난 한국에서 왔다우, 기사님.
버스에 자리잡고 앉고나서야 마음에 평화가 깃든다. 아! 이제 안심이다.
프랑스에 입국할 때는 여권 사진과 내 얼굴 확인하고 도장 찍어주는게 전부였는데 출국할 때는 기분 나쁠 정도로 검색이 깐깐했다.
환승하기 위해 내렸던 베이징 공항보다 심했다. 적응 안됨.
머니벨트도 빼내라지, 허리춤이며 온몸을 샅샅이 훑고, 신발 바닥까지 확인을 했다. 소은이는 툴툴거렸다.
"칫!! 우리가 자기네 나라에서 뭐라도 훔쳐가는줄 아나?"
폭풍전야였나보다. 루아시버스 타러 가는 길이 안전했던 것도...
우리가 서울을 향해 날고 있는 동안 파리에 테러가 일어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