틈틈여행 2014. 7. 7. 14:02

"방 준비해 놓을테니까 밴드에 벙개쳐서 친구들이랑 내려올래?"

밴드를 들여다보고 잇으면 친구들이 재미나게 지내는 것 같다고 한번 몰고 내려오라는 윤주의 전화.

1년여를 한 주도 빠짐없이 사람 바꿔가며 산행과 여행을 한 피로감과 무릎도 아픈 김에  여름 석 달은 빈둥빈둥 혼자

가까운 곳에서 놀려고 먹은 맘이 일순 무너졌다.

다른 사람도 아니고 윤주인데...나는 반사적으로 그러하마 대답하고 택일해서 바로 중학교 동창 밴드에  벙개를 올렸고

6월 27~28일이었다.

 

 

 

 

 

 

노세노세 젊어서 놀아, 늙어지면 못노나니...옛말 그른거 하나도 없다.

노는 일 도모하는 것도 예전 처럼 쉽지만은 않다.

아니 다양한 사람들과 다양한 형태의 주말을 보내보니 익숙해지기보다 겁부터 난다.

몸 움직여 뭘 준비하고 적극 동참하지 않으면 즐겁고 힘나기보다 쳐지기 쉽상인데 나이가 나이인지라...

태산 같은 걱정이 생각보다 적게 참여해줘서 일이 수월해지고 선뜻 자신의 차로 가자는 친구가 있어서 술술 일이 풀렸다.

운전자 절대우대로 도시락 준비는 해오지 말라 했다. 사실 운전은 내가 더 많이 했지만..^^

 

 

 

 

 

 

먼거리 어렵게 시간 내는 친구들이라 뭔가 새로운 여행지로 이끌고 싶은 내마음과 같아서 윤주도 노고단에 가보자고 했다.

"너 갈 수 있겠어?"

3월까지만해도 아주 약한 경사마저 오르기 힘든 정도였기 때문이다. 

아..윤주는 지난해 6월 10일 급성백혈병 진단을 받고 10월에 골수이식을 하고 하루가 다르게 건강을 되찾아가는 중이다.

항일암도 거뜬히 올라갈 정도라는 말을 들었을 때 얼마나 반갑고 기쁘던지...

먼길 달려갔으니 되도록 현지에서 동선은 짧게해 피로감을 줄이고 새로운 여행지에 가면서도 헐렁하고 느긋하게

걷고 수다떠는 계획을 세웟다.

노고단 달궁 실상사 상림..하지만  다른 친구가 산행은 할 수 없다니 또 고민해서 계획 수정. 그 마저도 꼭 지키겠다는 강박을

뺴버림으로 마음은 자유였다.

 

 

 

 

 

 

3월 여행에서보다 훨씬 건강해진 모습으로 윤주가 우리를 맞았다.

붓기도 많이 빠지고 지리산 둘레길 3코스를 놀이터 삼아 자주 걷는다더니 까무잡잡 그을린 얼굴이다.

각자 먹거리를 조금씩 준비해갔고 윤주가 밥해놓고 찌개끓이고 오이지 무쳐 여기저기서 협찬받은 장아찌와 김치에

고등어까지 구워 아침밥상을 준비해줬다.

 

 

 

 

 

 

원주에서 오는 친구가 늦어지니 우리는 먼저 숙소에서 까까운 실상사에 갔다가 지리산 3코스의 상황마을 다랭이 논에 가고

윤주가 운동삼아 다닌다는 매동마을에가서 산딸기도 따먹고 나무이름 꽃이름 불러주며 산책을 했다.

물론 날씨는 땡볕에 등짝엔 촉촉히 땀이 배어나오고 가끔 한줄기 바람이 시원하게 땀을 날려주었다.

 

 

 

 

 

 

더위에 늘어진 몸을 식히려 달궁계곡에 가다 되돌아와 원주에서 고생고생해 도착한 성옥이를 맞이했다.

윤주와 한동네 살았던 성옥이는 이번에 내가 윤주에게 준비한 특별선물이다.

출근을 하면 전쟁통에 있는 것 같다는 성옥이, 늘 바삐사는 그녀가 윤주 얘기를 듣고 일상을 미뤄둔채 와주었다.

성옥이는 친구들 만난지가 30여년은 되었을게다.

내가 이번에 윤주를 위해 준비한 특별선물이다.

선뜻 와주어서 고맙다 말하고 되려 불러주어서 고맙다는 인사를 받았다.

성옥이가 함께함으로써 중학교 동창친구이지 나머지 친구들은 국민학교 중학교 9년을 함께 다닌 친구들이다.

 

 

 

 

 

달궁계곡 한적한 곳에서 밥을 비비고 다슬기를 잡고 발 담궈 시원해진 몸으로 수다를 떨었다.

그리고 손전화 카메라에 타이머가 있다는 사실을 깨달은 나의 친구들, 흠냐!! 그걸 여적 몰랐냐 아그들아!

 

 

 

 

 

 

고속버스로 늦게 내려온 미화를 윤주신랑이 남원에서 데리고 오셨을 때 우리도 달궁에서 돌아왔다.

미화가 삼겹살과 갈비를 잔뜩 사와 구웠다.

캬~~시원하다. 맥주를 마셨다.

윤주도 한 캔 정도는 괘찮다고 하는 말이 얼마나 감사한지...

 

 

 

 

 

 

성삼재를 넘어 구례 사성암에 갔다.

자동차로 많이 올라가는 산, 내가 참 좋아한다.

주차장에서 정상에 오르는 길을 윤주가 힘들어햇다.

짧은 구간이지만 조금 가파르고 워낙 날씨가 더워서 힘겨웠을게다.

오산 정상에 올랐다 바람좋은 나무그늘에 앉아 수다 한 판.

 

 

 

 

 

남원 인월에 와서 윤주 남편이 대접해주시는 추어탕으로 점심을 먹었다.

남원시내에 유명한 집보다 내 입맛엔 더 맛있는 집이다.

그리고 우리는 함양 상림공원으로 몰려갔다.

"여행와서 무슨 공원을 가나 했는데 너무 좋다"

혜정이의 반응이고 성옥이도 이런 숲이 너무 좋다고 끝까지 함께 걸었다.

뉘엿뉘엿 해지는 시간, 연향이 가득한 연못을 어슬렁거리다 결국 우리는 저녁밥도 못먹고 헤어졌다는..

대중교통을 이용하는 친구가 있다는 사실을 까맣게 잊은 탓에...

헐렁헐렁 급할 것 없던 1박 2일, 그리고 우린 또다른 1박 2일을 위해 택일 했고 가을 단풍놀이까지 약속을 해두었다.

그녀, 윤주가 완전 건강을 되찾을 때까지 나는 기꺼이 그녀의 기쁨조가 되줄 생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