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머니만큼 여행하기2

효도관광 2박3일

틈틈여행 2013. 11. 7. 20:24

86세 작은엄마

69세 울큰언니

60세 사촌언니

자식자랑하면 천 원, 남편자랑하면 오 천 원, 돌아가신 남편 그리워하면 만 원

손자자랑하면 이 만 원, 며느리 흉보면 삼 만 원, 돌아가신 시어머니 훙보면 삼만원...

여자들 넷이서 재미나게 여행하자고 손에 손을 얹어 의기투합.

내 말 안들으면 고려장을 치뤄버리던지 팔아먹던지 하겠다는 협박을 하고 시작한

고령여행단의 2박3일 여행기

 

 

 

 

 

 

시월,  일 때문에 남원 작은엄마 집에 갔었다.

두 달 전 돌아가신 영감님 그리워 눈물바람을 하시며

작은아버지와 함께 휘이휘이 다니다가 집에 있으려니 답답하다 하셨다.

아직은 지리산 천왕봉도 갈 수 있으니 함께 가자시며

천왕봉 세 번에 노고단은 수도 없이 다녀오셨단다.

큰언니랑 한번 올게요.

그렇게 인사드리고 리조트 온천에 몸담그고 '이거닷!!'하고 무릎친게 이번 여행이다.

친구에게 부탁했더니 어른들 모시는 여행이라고 넓직한 평수의 리조트를 마련해 주었다.

울언니 좋은데서 잤다고 꼭 기념사진 찍어달랜다.

 

 

 

 

 

 

 이틀 잠을 자면서 짐 풀어놓고 저녁이면 온천에서 피로를 풀고

 작은엄마 좋아하시는 막걸리파티를 했다.

작은 엄마는 위암진단을 받으신지 1년 쯤 되셨을게다.

잡숫고 싶은거 다 잡수시면서 즐겁게 사시라는게 의사의 처방.

"이렇게 먹고자픈거 묵고 살다 아파서 죽으면 영감님 옆으로 가는건데 그것도 좋은일 아닌가베"

그야말로 웰다잉을 준비하고 계신 작은엄마는 쾌발랄 할머니이시다.

 

 

 

 

 

 

많이는 아니어도 매일 한 두 잔을 드시는 작은엄마와

평소 술을 마시지는 않지만 술 잘받는 몸, 작은엄마와 주거니받거니 하려 큰맘먹었다.

하지만. 목감기가 심해 쇳소리가 나고 허리가 끊어질 듯 기침이 많이 나서

막걸리가 넘어가지지 않았다.

술이 아니어도 5~60년 전 얘기들로 즐거운 밤이었다.

울언니 이렇게 담날을 위해서 구루프를 말고..

 

 

 

 

 

 

무엇이나 잘잡숫고 많이 드시는 작은엄마, 큰언니와 나.

거의 채식만 하는 사촌언니를 배려해서 음식을 골라야 했지만

김치만 있으면 된다는 사촌언니여서 크게 어려울 것도 없었다.

아침 두 번은 내가 준비한 재료로 된장찌개를 끓여 김치와 김으로 먹었다.

큰언니가 미리 해준 반찬 두가지를 깜빡 잊는 바람에 반찬이 없었지만

여러과일과 커피로 아침은 풍요로웠다.

달달한 것 좋아하시는 작은엄마는 쓰디쓴 커피라도 즐겨 마셨다하셨다.

내가 떼버리고 안데리고 다닐까 무서워서..ㅎㅎ

사촌언니는 정말 바지런한 사람이어서 큰언니와 함께

밥상차리고 설거지하는 일을 후딱후딱 해치워버렸다.

내가 어른이다..하고 대접받으려하지 않으니 뭐든지 수월하다.

정말 맛있는 꽃등심을 서울사는 사촌올케의 협찬으로 먹는 계획도 있었지만

모두들 고기는 별로라 하셔서 벌교의 꼬막정식으로 대신했다.

작은엄마의 막내며느리, 사촌올케가  나의 여행계획을 듣고

선뜻 얼마던지 맛난거 먹으라고 해줘서 고마웠다.

여행 마무리 또한 거했다.

사촌언니 집으로 몰려가 뚝딱 차려내놓은 밥상에 형부가 생고기와 천엽을 사오셔서

배가 금가는 소리 나도록 먹고 올라왔으니..

 

 

 

 

 

 

작은엄마는 꽤 정정하시고 워낙 걸음도 잘걸으시지만 연세를 생각하지 않을 수 없었다.

빽빽한 스케줄보다 헐렁한 행보가 필요했다.

선암사와 순천정원박람회가 첫날 여행지.

박람회는 이미 전날 끝이어서 무료입장이었다.

그만큼 볼 것이 없다는 얘기.

한국정원만 살펴보고 바로 갈대밭 산책을 하고 숙소로 들어가기로 했다.

호기심많고 유쾌하신 작은엄마는 갈대숲이 처음이라시며

어린아이처럼 해맑은 모습으로 신기하게 뻘의 게들이며 짱뚱어에 관심을 보이셨다.

전망대에 올라야 순천맛의 진풍경을 볼 수 있겠으나

우리에겐 휴식이 더 필요했다.

 전날 모두 나의 기침소리에 잠을 못자 피곤했다.

 

 

 

 

 

 

 

어디 안들려도 차를 타고 다니는 것만으로도 좋다는 분들이기에 휘이휘이 돌기로 했다.

화순온천에서 나와 물염정에 들렸다가 국도로 천천히 달렸다.

강천사 단풍구경이 유일한 계획이니 급할 것도 없고.

아무데나 풍경좋은 곳에서 내려 구경을하고 감탄을 하다가 다시 출발하기를 여러번했다.

 

 

 

 

 

 

 

철지나 맨질맨질 나무결이나 만져볼 수 있는 배롱나무가 가득한 명옥헌에 들렸다.

ㅋ..역시 꽃이 없어서인지 그동네 감나무에만 관심을 보이신다.

하긴 아름다운 단풍에 감탄하시다가 농사얘기하시고

옛날 가난하던 시절 떠올리고 그러시니까.

언니는 소쇄원도 들리고 싶고 대나무숲도 가고 싶대고 메타세콰이어길도 걷고 싶대고..

담양은 내년에 다시 올거니까 참으라하고 죽녹원 산책만하고 강천사로 향했다.

지난해보다 어찌 단풍이 시시하긴 했지만 가을을 즐기기엔 충분했다.

짧은 거리도 아닌데 구정폭포까지 작은엄마는 참 잘걸으셨다.

아픈 허리와 다리에 온천폭포수를 맞고 시원하게 나으셔서 잘 걸을 수 있었다고

몇번을 고맙다 고맙다 하셨다.

"그럼 30년동안 나한테 잘해줘, 작은엄마."

그리고 울엄마한테 고마워하시면 된다고 말씀드렸다.

엄마 살아계실 때 나는 너무 젊고 철이 없었다.

노인의 특징도 몰랐고 어찌해야 효를 행하는건지 몰랐다.

내 머리가 희어지기 시작하고 눈이 침침하고 음식을 자꾸 흘리면서야 알게된 일이다.

울엄마한테 못한거 작은엄마한테 하는것이고 언니한테 하고 싶을 뿐이다.

 

 

 

 

 

여행 가기 전날 약먹고 하루종일 잤어도 떨어지지 않더니

이번여행으로 아예 급성기관지염이 되버렸다.

입원에 준하는 치료와 휴식이 필요하다는 의사의 진단.

말끔한 상태로 여행을 하시게 했으면 좋으련만 ..

그래도 마음은 너무너무 행복하다.

어른들 좋아하시는걸 보니 그동안 했던 많은 여행중에 가장 훌륭한 여행이 아니었다 싶다.

산수유 필 때 다시오라는 사촌오빠와 사촌형부.

네, 네..저는 약속 참 잘지키는 사람입니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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