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머니만큼 여행하기2

트레킹..아침가리골

틈틈여행 2013. 7. 4. 10:12

오전 시간 너무 힘을 뼀다.

4시간 뿐인 부족한 잠에 도시락 준비하고 설거지 쌓아두고 나왔는데 버스가 안온다.

버스 기다리는 시간이면 빤질빤질 집안 대청소도 했겠다 싶어 시간이 아깝다.

일을 도모한 사람이 애쓰는 모습에 꾹꾹 마음을 눌러참는다.

교통 체증에 버스에서 몸부림할까 기사님이 보여주시는 밑도끝도 없는 영화에선 욕설이 난무.

아침부터 단체로 욕들으며 놀러가야아나 영화 선정에 참으로 센쑤도 없으시지.

반전이 있다는 '신세계'라니 일찌기 나는 보지 말라는 주변인들의 비추천 영화다.

징하디 징한 욕설이 머리를 콕콕 쑤신다.

 

 

 

한낮이 다된 시각 뙤악볕에 내려서자 더럭 겁이난다.

함께 하신 분들중 내가 제일 허당일 터 뒤쳐지지 않을까 염려되어 일단 선두에 서보지만

옛말에도 있지않던가, 첫 끝발이 개끝발이라공.

금방 끝이 날듯 하늘이 올려다보여도 돌아서면 다시 그만큼 나타나는 회색빛 임도.

쳐지고 쳐진 내 걸음이 마침내 마스터클래스11기 사람들을 후미로 만들어버리고 말았다.

의리 짱 11기^^*

 

 

 

 

그늘에 잠시 쉬는데 딱 죽을 것만 같았다.

토나오게 힘겨운 시간, 누워버릴까 돌아가버릴까..그러기엔 그곳이 너무 오지가 아니더냐.

든든히 아침밥 먹고 1시간정도 지나 산행을 시작해야 오전시간이 편한데

부실한 아침식사에 오전시간 다 지나고 점심먹을 자리는 멀었단다.

헛구역을 참으며 힘을 내서 겨우겨우 고지에 올랐다.

 

 

 

 

모두 자리 깔고 점심식사 준비를 마치신 분들..아 드뎌 밥을 먹게 되었당!!

입맛이 없을만큼 지쳐있지만 꼭꼭 씹어 정량채우기

시원한 맥주 한모금까지 곁들이는 살 것 같다.

천천히 먹으며 정량초과하기, 그리고 다솜표 비빔밥까지 더하기.

역시 행복은 혈당과 정비례.

 

 

 

 

아무래도 다리가 편한게 좋겠다 싶어 의자를 꺼내 앉았는데 배낭을 정리하는 중 결국 쥐가 나버렸다.

오른쪽 다리, 오른쪽 손에 시작되더니 왼쪽 다리까지 뻣뻣해지고 비틀리고 꼬이고..

심해지기 전에 풀어야한다고 주물러주시고 약도 뿌려주신 분들 덕분에 쥐 일단 멈춤.

아..난 진짜 양현쥐다.

남을 리드할 능력도 없고 남들 따라다닐 체력도 없고 그저 단독산행이 허접한 내 체력에 제격이다.

난 크고 높은산도 혼자 산행에 쥐가 난 적이 없고 낮고 완만한 길에도 빠른 걸음 걷다보면 쥐가 나버린다.

너무 오랜 시간 혼자 느릿느릿 걸어왔나보다.

 

 

 

 

내 걸음은 아주 조심스러워졌다.

얼긋하면 뻣뻣해지려는 종아리가 여간 신경쓰이는게 아니다.

드뎌 조경동에 들어선다. 숲과 물길을 번갈아 걸는 시간이 너무 행복하다.

아쿠아로빅이 이런 효과인가? 발과 종아리가 느긋하게 풀어지며 시원하다.

발에서 시작되어 온몸에 물기 오르는듯 싱싱해지는 나를 느낀다.

역쉬 숲이 최고야.

푸르게 싱싱한 숲, 그늘을 만들어내는 나무들 중에 하얗게 꽃을 피운 함박꽃나무가 눈에 띈다.

그아래 노루발풀 노루오줌 꿩의다리 바위채송화 털이풀 나리꽃 꿀풀..내가 아는 녀석들이 많아 반갑다.

돌단풍이 그림을 그린 바위와 계곡 맑은 물이 청량감을 더하고 빨갛고 노란 우리들의 옷차림은

또다른 꽃이 된다.

 

 

 

 

물에 들어갈 준비를 제대로 했으니 억지로 끌려들어갔어도 즐거움은 최고다.

사실 순식간에 머리까지 물속에 들어가는 것은 고통스럽다. 렌즈를 하고 있어 따갑기 때문.

까이꺼 몇초간 참으면 되는데 뭐...

모두들 어린아이로 돌아가 맑은 마음이 된다.

나이 먹으며 알게모르게 묻은 세상때, 맑은 아침가리 계곡물에 씻어내는 날이다.

수영도 해보고 물싸움도 하고 인증샷도 남기고 계곡트레킹의 참맛을 즐기는 시간들이 즐겁고

아름다운 여름계곡 풍경을 보며 걷는 동안 준비해준 분께 고맙다, 참 고맙다 하는 생각이 샘솟는다.

 

 

 

 

슬슬 걷기가 지루해질 즈음 계곡의 끄트머리에 도착했다.

드뎌 평지닷!! 조심조심 걷는 걸음이어서 발에 피로감이 느껴지고 있었다.

하루종일 차안에 있던 여벌옷의 따뜻함이 참 좋다.

뽀송하게 갈아입고 돌아오는 차안에서 눈을 붙여도 잠이 들지 않는다.

맑아진 심신이라 그런가보다.

초반 올라갈 때 죽을 것 같았던 시간이 가물가물 까마득하게 멀게 느껴진다.

내 몸과 마음은 푸르고 싱싱해져 일상으로 돌아와 또다른 힘이 된다.

 

 

 

파이 서비스가 종료되어
더이상 콘텐츠를 노출 할 수 없습니다.

자세히보기